변화시대의 독일 아우스빌둥│(1) 사회적 가치 창출

그린·디지털 시대, 맞춤형 직업교육 필요

2021-03-09 00:00:01 게재

독일 아우스빌둥, 기술 수요·공급률 근접 … 지원 중단돼도 일자리 유지할 수 있어야

코로나19 감염병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교란이라면 극복하더라도 코로나 버전2, 버전3과의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감염병은 비대면 사회를 촉진해 4차산업혁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혼돈과 변화의 시대, 독일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의 시사점을 소개한다.


코로나19 위기가 한해를 넘기면서 2021년 1월 현재 실업자는 157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1월보다 41만7000명이 늘었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해도 43만5000명이 늘었다. 고용률은 작년 1월 61.6%에서 올해 1월 58.9%로 줄었다. 취업자 수도 100만명 넘게 줄었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취업자수 128만명이 감소) 이후 22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와 고용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그린뉴딜, 디지털뉴딜을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기부양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었다.


◆2022년까지 89만개 일자리 창출 =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그린뉴딜 분야에 약 32만개, 디지털 뉴딜 분야에 38만개, 사회안전망 분야에 17만8000개 등 2022년까지 89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2025년까지는 19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총사업비 67조7000억원(국비 49조원), 2025년까지 총사업비 160조원(국비 114억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의 수요에서 생긴다. 뉴딜정책을 통해서 창출되는 노동력의 수요도 마찬가지다. 뉴딜형 기업과 사업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이 존재해야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정책은 대규모 자본투자를 통해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경기부양책이다. 이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뉴딜형 정부투자로 생겨난 기업과 사업이 산업생태계 속에 생산과 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정부가 투자를 중지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정부가 투자해 만들어진 기업과 사업에 창출된 일자리가 적합한 직업능력을 갖춘 인력으로 채워져 생산적으로 기여하고 정부가 지원을 중단해도 일자리를 유지,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뉴딜형 기업과 사업에 적합한 직업능력을 갖춘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어떤 직업과 직무에 맞는 인력양성이 돼야 하는지 산업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실업계 교육, 세계적인 강자 독일 = 실업계 교육의 세계적인 강자인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이러한 산업 요구에 적절하게 부응하는 인력양성 시스템이다. 독일에서 학생이 실업계에 진학하는 경우 중학교 과정에서 이미 자신의 직업을 선택한다. 한국의 중3에 해당하는 9학년 학생은 스스로 선택한 직업에 필요한 직업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입사서류를 들고 아우스빌둥을 제공하는 기업을 찾아나선다.

고객과 시장의 끊임없는 변화에 부응하며 상품과 서비스 생산활동에 임하는 기업은 자기회사에서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필요한 직무에 회사의 미래를 담당할 훈련생을 모집한다. 기업은 자사에 지원한 학생 중 적절한 학생을 훈련생으로 아우스빌둥 계약을 체결한다.

즉 실업계 고등학교 과정의 아우스빌둥으로 기술수요와 기술인력의 공급이 맞춰진다. 이런 독일 아우스빌둥의 수요와 공급의 부합률은 100%에 근접한다. 아우스빌둥의 기술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은 현재 바덴뷰템베르크 이원화대학(Duale Hochschule Baden-Wurttemberg)을 중심으로 대학과정에도 확대되고 있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공급과 수요(표 참조, 1992~2012년)를 보면 경기변동에 따라 아우스빌둥의 공급과 수요가 변화하지만 아우스빌둥의 수요와 공급은 100%에 근접하는 부합률을 보이면서 산업의 기술수요에 인력공급이 맞춰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1992~1995년 기업의 아우스빌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1997~1999년과 2002~2007년 아우스빌둥의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가, 2010~2012년 다시 아우스빌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며 변화를 겪는다. 하지만 아우스빌둥 공급과 수요의 부합률은 대체로 100%에 가깝다.

◆아우스빌둥의 기업과 사회 기여 = 아우스빌둥을 마치고 직업자격증을 획득한 기술인력은 아우스빌둥의 경우 60% 이상, 이원화대학의 경우 70~80% 이상이 훈련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다. 아우스빌둥을 마치면 90% 이상 3개월 안에 취업을 한다. 독일 청년의 일자리 문제는 아우스빌둥을 통해 직업능력을 양성하면서 일차적으로 해소된다.

독일 교육이론가이자 교육자인 케르쉔슈타이너(Kerschensteiner, 1854~1932)가 강조한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아우스빌둥의 학습방법은 이론학습을 바로 실습에 적용하며 교육효과를 높인다.

독일인으로 아우스빌둥의 한국 정착화에 발 벗고 나선 한독상공회의소 수잔네 뵈얼레(Susanne Woehrle)씨는 "아우스빌둥은 일과 연구를 병행하는 새로운 노동자의 상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즉 일하는 연구자, 연구하는 노동자로 일과 연구를 통합해 직업능력을 극대화하고 일하는 사람의 자존감과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을 가져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김효준 한독상공회의소 회장은 "아우스빌둥은 기존 학력을 중심으로 형성된 단순하고 수직적인 경력평가방식을 다양한 경험을 인정하고 현장학습의 가치를 존중하는 경력시스템으로 바꿔 학력이 아닌 전문성에 기반한 상호존중의 사회를 이끌 것"이라며 "이는 사회적 이동성(Social Mobility)를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한다.

산업의 그린화, 디지털화, 그리고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산업구조의 전환과정에서 산업수요 맞춤형 인력양성제도, 독일의 아우스빌둥제도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민간자율형 일학습병행제로 알려진 한국의 아우스빌둥은 한독상공회의소 소속 BMW 등 5개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다. 약 400명의 학생에게 자동차A/S 직종 직업능력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참여기업은 독일과 같이 기업의 기술수요에 맞춰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아우스빌둥 졸업생들은 성공적으로 훈련을 종료할 경우 청년실업을 겪지 않고 훈련기업에 일자리를 찾을 것이다. 기업은 아우스빌둥을 통해 값비싼 채용비용을 들이지 않고 회사에 애정을 갖는 직원을 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미경 박사는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변화시대의 독일 아우스빌둥"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