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뭉쳐야 산다

2026-02-02 13:00:02 게재

경북도지사 취임 후 연간 10만km를 달리며 현장을 누볐다. 경북 곳곳은 물론이고, 청와대와 국회, 세종, 해외까지 발로 뛰며 나름의 혁신을 만들어 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한 가지 생각은 분명해졌다. 지금의 중앙집권적 국정운영으로는 지방도, 나라 전체도 살아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방정부는 형식만 자치일 뿐, 여전히 중앙정부에 예속된 상태나 다름없다. 사소한 일까지 지시받고, 간섭받고, 허락을 구해야 한다. 수백만 인구를 책임진 시·도지사가 기획예산처 사무관에게 예산을 부탁해야 하는 현실이다.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사업은 국토부 공무원 한 명의 이견으로 2년을 허비했다.봉화 광부 매몰 사고 당시, 현장 책임자인 산업부 사무관은 지역 사정도 모른 채 우왕좌왕했다.

경주 남천이 범람해 마을이 잠겼는데 환경부는 하상 준설을 허락하지 않았다. 3년 뒤 같은 수해를 또 겪고 분통이 터져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리 지역 내부를 보면 대구는 도시행정에 갇혀 내향하고, 경북은 강과 산, 바다와 산업을 가졌지만 ‘노른자’가 없어 경쟁력이 약화됐다. 1981년 둘로 나눠지기 전의 대구·경북은 인구 495만명, 지역총생산 전국 3위였다. 대한민국 인구가 3700만명에서 5200만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대구·경북 인구는 오히려 480만명으로 줄었다. 지역총생산은 경북 5위, 대구 11위로 밀려났고, 대구는 1인당 지역총생산이 31년째 꼴찌다.

중앙집권 국정운영 지방도 나라도 못살려

그래서 필자는 2019년부터 대구·경북을 다시 통합해 500만명 규모의 하나의 경제권으로 재편하자고 주장해 왔다. 대구·경북의 인구는 북유럽의 한 나라와 맞먹고, 200조원이 넘는 지역총생산은 세계 60위권 국가 수준이다. 이 힘을 둘로 쪼개 소모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리더십과 비전으로 묶어야 한다. 그래야 대구경북이 ‘한 나라’처럼 움직이며 세계 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구를 내륙도시라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대구를 해양도시라 생각해 왔다. 대구에서 포항까지는 1시간 거리다. 미국이나 중국을 생각해 보라. 바다에서 한 시간 거리의 도시를 왜 내륙이라 단정하나. 문제는 지리가 아니라 상상력이다. 대구가 바다로 뻗어 세계로 나가는 꿈을 꾸지 않았을 뿐이다.

경북 북부의 낙동강, 백두대간, 동해안과 문화유산은 세계적 자원이다. 한류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는 지금, 연 1800만 명 수준의 외래 관광객을 5000만명 이상으로 늘리려면 이 지역을 세계적 문화관광 명소로 만들어야 한다. 이는 내수와 지역 경제를 살리는 거대한 프로젝트다.

국제공항, 항만, 철도 등 사회기반시설을 깔고, 숙박과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세계인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만들려면 할 일이 태산이라 마음이 바쁘다. 대안 없는 소모적 논쟁은 그만하고 담대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데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이제는 대구·경북을 통합해 우리 스스로 한 나라처럼 운영하고 공항과 항만을 만들어 세계로 나가야 한다. 지난 6년간 제대로 답하지 않던 중앙정부가 이제야 비로소 시·도 통합을 위한 파격적인 카드를 꺼냈다.

대구·경북 통합의 적기는 바로 지금

우리는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충청 호남 경남도 500만명 이상 경제권을 만들면 좋겠다. 지역마다 특색있게 성장해야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고 청년이 미래를 꿈꾸며 출산율도 회복된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인가. 뭉쳐야 산다.

이철우 경북도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