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살롱
영양제·단백질 보충제, 콩팥병에 약일까 독일까
“영양제 먹어도 될까요?” “먹는 알부민은 괜찮을까요?”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친은 어떨까요?” “단백질 보충제를 먹으면 콩팥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까요?” 외래 진료실에서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들이다. TV 광고나 유튜브, SNS를 보다 보면 각종 영양제와 단백질 보충제가 넘쳐나고 건강을 조금이라도 더 잘 챙기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하지만 ‘몸에 좋다’는 말이 늘 ‘콩팥에도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잘못된 선택이나 과도한 섭취가 특별한 증상 없이도 콩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영양제나 단백질 보충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식사만으로 영양이 충분할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영양 관리는 단순히 ‘적게 먹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과 에너지가 쉽게 소모돼 근육이 줄고 기운이 떨어지는 이른바 ‘영양 소모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령이거나 이미 근력이 감소한 경우라면 그 위험은 더 커진다. 그래서 무조건 단백질을 피하는 것이 항상 좋은 선택은 아니다.
몸에 좋다고 늘 콩팥에 안전한 건 아냐
다만 시중에 판매되는 단백질 보충제나 각종 영양제는 성분과 함량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나트륨 칼륨 인 마그네슘 같은 전해질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 있는 제품도 적지 않다. 이런 성분들은 콩팥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몸에 쌓이기 쉬워 전해질 불균형을 악화시킬 수 있어 보충제 선택에는 더욱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래서 무엇을 더할지 고민하기에 앞서, 먼저 얼마나 필요한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병의 단계에 따라 다르다. 투석을 하지 않는 환자에게는 하루 체중 1kg당 약 0.6~0.8g 정도가 권장된다. 반면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받는 환자는 투석 과정에서 아미노산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하루 체중 1kg당 약 1.0~1.2g의 단백질 섭취가 필요하다.
단백질 보충제는 식사량이 줄어 권장량을 채우기 어렵거나 고령이나 질병으로 근육 감소가 뚜렷한 경우 또는 투석 중임에도 식사만으로 단백질 섭취가 충분하지 않을 때 의료진의 판단 아래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신장환자용 경구영양보충제나 성분이 단순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비교적 안전하다.
반대로 식사를 비교적 잘하고 체중과 근육량이 안정적인 상태라면 추가적인 단백질 보충제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심코 보충제를 더하면 단백질 섭취가 과해져 질소 노폐물이 늘고, 콩팥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단백질 보충제는 ‘건강식품’이라기보다 개인의 상태에 맞춰 선택해야 할 영양 보조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영양제 역시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은 아니지만, 콩팥병 환자에게는 선택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먹는 알부민’이나 BCAA 같은 아미노산 보충제는 기대만큼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일부는 질소 부담을 늘려 오히려 콩팥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밀크씨슬이나 블랙마카, 한약 성분이 포함된 건강기능식품도 콩팥 안전성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여러 성분이 함께 들어 있는 복합 제품일수록 실제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
관절 건강을 위해 많이 복용하는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친도 자주 질문받는 영양제다. 일부 연구와 증례 보고에서는 장기간 복용 후 신장기능 저하나 콩팥 조직 손상이 관찰된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인과관계가 명확히 확정되지는 않았더라도 만성콩팥병 환자라면 의료진과 상의 없이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비타민 B군이나 비타민 C처럼 수용성 비타민은 투석 환자에서 결핍되기 쉬워, 경우에 따라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메가3 지방산이나 유산균도 일부 연구에서 염증 감소나 장 건강 개선 효과가 보고 되었지만 치료 목적보다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불필요한 성분 적은 제품이 도움
무엇보다 영양의 기본은 언제나 음식이다. 보충제는 식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보완하는 역할에 가깝다. 보충제가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는 광고 문구보다 영양 성분표를 먼저 확인하고 불필요한 성분이 적은 단순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고민될 때는 혼자 판단하기보다는 자신의 콩팥 상태를 잘 아는 의료진과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선택이 오히려 부담이 되지 않도록 영양제와 단백질 보충제 역시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