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민주당은 얼마나 ‘절실’한가
민주당 역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해찬 전 총리가 영면했다. 4번의 민주당정부 탄생과 당 변화를 이끌었던 증인이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은 ‘민주당주의자’라 부르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12월 민주당서울시당 주최 아카데미에서 정치가가 갖춰야 할 세 가지 덕목으로 진실 성실 절실의 ‘삼실’을 역설했다. 삼실을 아는 인물이어야 정치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도 했다. 민주당 ‘20년 집권론’ 주장의 연장선에서 보자면 보수가 장악해온 한국 정치의 구조적 판을 바꾸기 위해는 그 정도의 긴 호흡과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경고이자 목표 아니었나 싶다.
지금의 민주당이 그 ‘능력’과 ‘절실함’을 증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과거의 잣대로 볼 때 민주당이 두 번 연속 국회 과반 이상을 점유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유권자의 열망, 민주당의 절실함, 상대진영이 보여준 ‘자멸’의 반사이익 등이 다 겹친 결과다. 관건은 그 다음이다. 탄핵 대선 후 지방선거에서 영남권까지 싹쓸이하며 환호했던 민주당은 정권을 내주고 교두보도 빼앗겼다.
오만과 착각이 내란을 획책하는 상식 밖의 정권이 등장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3년 만에 다시 정권을 되찾더니 지방선거를 앞두고 12석 조국혁신당과 합당하겠다고 한다. 162석의 집권여당이 12석을 더한다고 해서 국민에게 어떤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거대 여당이 독주한다고 여기는 적잖은 이들에게 공포와 피로감을 주는 결정이 될 가능성은 없나.
때마침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된 국무회의에서 최근 국회의 입법 미비를 강하게 질타했다. 정상적인 정부운영을 뒷받침할 기본적인 제도나 법안 처리가 20%에 머물러 있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현안추진에 주저하는 각료를 향한 것이지만, 실제는 여당을 향한 메시지로 읽혔다. 국회 과반을 훌쩍 넘기는 의석으로 ‘원하는 법’은 거침없이 밀어붙이던 집권당의 직무유기 아닌가 말이다.
물론 같은 여권이라 해도 처한 위치에 따라 계산법은 다를 수 있다. 대통령은 ‘성공한 정부’를 위해 여당이 현재에 보다 충실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개인과 당의 차기를 보는 여당 인사들에게는 현 대통령의 시간 너머를 주시하는 것이 당연하다 여길 수 있다.
지금은 합당보다 전직 원내대표, 대변인이 연루된 공천금품비리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더 급해 보인다. 화끈하고 강력한 개혁을 원하는 적극 지지층도 있고, 더디더라도 하나씩 진일보하는 변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정치는 국민이 한다’는 말은 멀리 있지 않다. 스마트폰과 AI로 무장한 현명한 유권자가 집권여당을 꿰뚫어 보고 있다. 민주당은 다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국민 앞에 진실한가, 성실한가, 그리고 무엇보다 절실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