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리모델링 아닌 공간 가능성에 눈떠"

2021-03-10 11:26:37 게재

광주 첨단고 오세정 교사

광주 첨단고에서 2017년부터 학교 공간 혁신을 이끌어온 오세정 교사는 수업 공간에 대한 고민이 첫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던 요리 수업이 이뤄지던 가정실의 열악한 환경을 바꾸고 싶어 광주 광산구에서 추진한 '엉뚱공간 공모사업'에 지원하게 된 것. 학생들이 사용하는 공간을 스스로 변화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추진한 끝에 기존의 가정실은 '짓다'와 '놀이터'를 합성한 '아키놀이터'라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사진 전호성 기자

학교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음해에는 광주시교육청의 '학생중심 학교 공간 재구성_아지트' 사업에 지원했다. 가정실과 이어져 있으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던 창고와 체력단련실은 다시 학교 안 문화예술 플랫폼인 '샘터'와 '라온'으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을 모두 교육과정 안에 넣어 '공간 혁신 프로젝트 수업'으로 설계한 오 교사는 "평범했던 내가 특별해지는 경험이었다. 진짜 배움이 뭔지 알게 됐다"는 학생들의 소감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전했다.

수업 공간에 대한 고민이 학교 공간 혁신의 시작이었다. 오 교사는 "준비 과정에서 새롭게 다가왔던 것은 '공간 사업은 리모델링 사업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공간에 대한 눈을 뜨게 하자'는 접근이었다"고 말했다. 공모 사업에 선정되고 나서 건축 동아리 학생들에게 제안해 함께 시작했다. 자율동아리 형식으로 만들어 공간에 대한 강의도 듣고, 플리마켓이나 작은 음악회가 열리는 카페에도 가서 아트디렉터 등 전문가들과 직접 대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학생들이 이때부터 공간의 다양한 가능성에 눈을 떴다. 가정실이라고 해서 요리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학교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아키놀이터'라는 이름도 학생들이 직접 지은 것이다.

2017년에 가정실을 학생 주도로 변화시키고 나니 학생들이 "진짜 공부를 한 것 같다. 제2, 제3의 아키놀이터를 만들고 싶다"며 다시 한번 도전하자고 제안했다. 가정실과 이어진 창고와 체력단련실이 먼지투성이인 데다 탁구대만 덜렁 놓여있어서 이 공간을 바꿔보기로 했다.

수업 동아리 학교행사 속에 녹이면 아이들이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 '공간 혁신 프로젝트 수업'을 먼저 설계했다. 학교 공간을 한번도 바꿔본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공간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생각해보고 공간에 담고 싶은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니 자기들끼리 대화할 때도 "너희는 공간감수성이 어쩜 그리 없냐"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했다.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간 공간을 소개할 때는 "우리들의 스피릿이 들어갔다"며 뿌듯해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느낀 성취감이 무척 컸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중점을 둔 것은 학생들이 학교 공간에 담을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고 디자인보다 공간에 담을 교육과정과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설문조사 등을 통해 확인한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 공간은 '복합문화공간, 학교가 아닌 것 같은 공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운영·관리할 수 있는 공간, 스마트한 공간'이었다.

오 교사는 공간혁신 프로젝트가 학교 구성원들의 공간감수성에 자연스러운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라온과 아키놀이터, 샘터에서는 교실을 벗어난 다양한 교과의 토론, 발표, 실습수업이 진행되고 학생 주도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오 교사는 "공간의 가능성이 확장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애선 내일교육 기자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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