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청년들은 '가상현실'로 모의면접
청년공간에 '비대면 면접장' 조성
직군별 현장평가에 전문가 조언도
"실제 면접이었으면 떨어졌을 것 같아요. 전문성을 묻는 부분에서 제대로 답을 못했어요."
서울 은평구 대조동 '서울청년센터 은평 오랑'. 안정된 목소리로 차분하게 대답을 이어가던 심재학(26·응암동)씨는 "답변을 하다 보니 부족함을 느꼈다"며 "면접관들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긴장했다"고 말했다.
은평구가 코로나 시대에 걸맞게 가상현실(VR)을 활용해 청년층이 면접을 준비하도록 지원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착안, '취준생'들이 사전에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별도 공간을 조성했다.
비대면 면접장은 청년들이 놀고 쉬고 상담받고 소통하는 자유 공간인 오랑 1층에 마련했다. 가상현실로 모의 면접을 할 수 있는 장비와 함께 화상면접을 위한 웹캠 마이크 노트북 조명 등을 구비해놓았다.
비대면 면접을 연습하는 가상현실 장비는 사전에 촬영한 영상을 활용한다. 취준생이 기기를 착용하고 눈에 보이는 화면을 따라가 본인이 희망하는 직군을 선택하면 입체적인 가상 면접장이 등장한다. 가상현실을 활용한 만큼 기기를 착용한 이용자 시선에 따라 화면이 움직이고 면접관들 표정이 달라진다.
모의면접은 남녀 면접관 두명이 묻는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직군별로 200여개 질문이 탑재돼있고 선택할 때마다 임의로 추출,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기획분야에서는 '고민이 많아질 때 해결하는 방법' '기업 외부환경 분석에 대한 개념과 분석 절차' 등을, 마케팅분야에서는 '팀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 '직속상사가 뇌물 받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등을 묻는다. 특정 항공사와 전자회사를 선택할 경우 '반말과 욕설을 하는 승객에 대한 대처 방법'을 묻거나 '오늘자 신문 머릿기사'를 질문하기도 한다.
기기는 답변 속도와 시선 처리는 물론 말투와 목소리 떨림 등 언어적·비언어적 요소를 자동 분석한다. 직무역량과 직무적합도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면접이 끝난 뒤 녹화영상과 녹음파일을 제공, 복습이 가능하다. 백승준 청년지원매니저는 "질문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차례 모의면접을 할 수 있고 희망하는 경우 전문가가 조언도 한다"고 설명했다.
3월 2일부터 무료로 비대면 면접장을 개방했는데 8월 한국체육대학 레저스포츠학과 졸업을 앞둔 심씨가 1호 이용자로 나섰다. 스포츠마케팅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기본 자격증 준비를 마친 그는 '기획분야'를 택했다. 짧은 모의면접을 끝낸 심씨는 "학점과 인턴경력을 입력하고 면접 예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실제 면접처럼 진땀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목소리나 시선처리까지 평가를 한다"며 "질문 내용이 계속 바뀌니 여러차례 연습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경우 목소리 크기와 속도는 적당했는데 시선처리가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76%는 적정했지만 바닥을 쳐다본 상황이 20%나 됐다.
노트북과 마이크 웹캠 등은 실제 비대면 면접을 위한 장비다. 고품질 기기 구입이나 비대면 면접을 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비대면 면접장은 사전예약을 통해 1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이 길어질 경우 추가 신청을 해야 한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은평청년네트워크 청년들 의견을 반영해 비대면 면접장을 조성했다"며 "취준생들이 활발하게 이용, 어렵게 얻은 면접 기회를 취업으로 연결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