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디지털화폐 연구 공개 임박 … 월가 은행·카드사 좌불안석

2021-03-23 11:52:55 게재
"파월 “디지털화폐 아직은 시험단계”" 에서 이어짐

보스턴연은 쿠나 부대표는 "지금 하고 있는 연구작업은 연준이나 재무부, 의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요 문제를 우회하면서도 디지털화폐로 무엇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의미"라고 말했다. 즉 연준이 직접 고객계좌를 유치해야 하는지 여부, 거래 익명성을 허용해야 하는지 여부, 소비자가 사이버범죄 또는 잘못된 거래의 경우 어떤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 등에 대한 입장은 정하지 않겠다는 것. 그는 "정책적 토론의 결말을 기다리다 보면 1년을 훨씬 넘겨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디지털화폐 연구작업에 대한 파월 의장의 숨고르기 발언에도 월가는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컴퍼스포인트리서치&트레이딩'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클 델 그로소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결제수단이 기존의 모든 플레이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월가의 모든이들이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국제문제 싱크탱크인 미 '대서양위원회'의 지오이코노믹스 센터장 조시 립스키는 "디지털화폐에 대한 불은 이미 붙었다"며 "전세계는 이 프로젝트로 빠르게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 은행들의 경우 연준의 디지털화폐 때문에 수익성 높은 지급결제 시스템에서의 중개인 역할을 빼앗길까 우려하고 있다.

이는 오하이오주 민주당 상원의원 셰러드 브라운이 강력히 주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브라운 의원은 연준에 "쉽사리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어 고율의 수수료와 금리를 물리는 악질 대부업자들에게 가야만 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연준은 디지털화폐 계좌를 신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의 주장이 현실화하면 은행의 여수신 기능은 위협받는다. 예금을 받을 수 없어 모기지 등 대출을 일으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행가협회(ABA) 선임 부사장 스티브 케니얼리는 "엄청난 결과를 낼 잠재력이 있는 어떤 사안을 급히 서두르는 것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며 "경제적 포용성에 중대하게 기여하는 것 없이 그저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ABA는 지난해 의회에 낸 증언서에서는 "디지털달러는 존재하지 않은 문제점을 찾고자 하는 값비싼 솔루션"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도 디지털화폐 이슈에 대해 의회에 다양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월가 한 거대은행의 로비스트들은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여러 의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들은 "일단 올해 공개될 연준의 연구결과 일부를 확인한다면 디지털화폐가 어떤 방식으로 은행들에 영향을 미칠지, 어떻게 이를 저지할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신용카드사도 위태로울 수 있다. 디지털화폐가 카드사를 거치지 않게 되면 카드사의 수수료은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비자와 마스터카드 대변인들은 디지털화폐가 자사 네트워크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각국 중앙은행들과 계속 대화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스터카드는 지난달 바하마에서 발행한 디지털화폐인 '샌드달러'를 사용할 수 있는 선불현금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비자 북미본부 대표 올리버 젠킨은 이달 초 모간스탠리 주최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CBDC를 고려중인 각국 중앙은행들과 CBDC를 어떻게 설계할 작정인지 논의하고 있다"며 "많은 대화가 오가고 그에 맞춰 많은 조치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한참 멀리 앞서 있다. 중국은 현재 여러 도시에서 디지털위안을 시범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대서양위원회 립스키 센터장은 "중국 디지털위안은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때 광범위하게 데뷔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중국이 미국 출전선수들에게 디지털화폐 사용을 권하면서 만약 이 과정을 추적한다면 양국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브라운 이달초 파월 의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디지털달러 연구 속도를 높여야 한다. 미국이 뒤처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연준이 디지털화폐 세계로 뛰어드는 것에 대해 비트코인 등 기존 암호화폐 옹호자들은 엇갈린 감정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옹호단체인 '코인센터' 대표 제리 브리토는 "연준 디지털화폐는 미국인들이 비트코인을 구매할 수 있도록 순응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방침에 의존하면서 미국인의 소비지출을 추적할 수 있는 디지털화폐는 한때 암호화폐가 약속했던 익명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리토 대표는 "미국 디지털달러는 교환의 매개로서 비트코인에 조종을 울릴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암호화폐 열광자들은 이미 그런 상황이 어쨌든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대신 비트코인을 '디지털골드'나 '가치저장소'로 띄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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