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교육 열풍 '비튼' 인하대 수학교육과 박제남 교수
"수포자 수두룩, AI교육 헛일"
AI시대 현명하게 맞이하려면 "다시 칠판으로 돌아가라"
교육부가 AI관련 학습자료 개발이나 관련 교육 진행, 진로선택 과목 적용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AI 교육은 없다'며 제동을 건 이가 있다. 인하대 박제남 교수가 주장하는 AI 교육의 해법을 담아봤다.
■2025년 초·중·고교에 AI 교육이 전면 도입된다. AI 전문가로서 어떻게 바라보나?
매우 우려스럽다. AI 교육의 출발점부터 다시 봐야 한다.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Computational thinking education'이라 칭했다. 번역하면 '계산적 사고 교육'이다. 이 말이 국내로 들어오며 'Computing education(컴퓨팅 교육)', 즉 '컴퓨터를 사용하는 행위'로 탈바꿈했다. 개념의 시작은 '광범위한 영역에 적용되는 논리적 사고 교육'이었는데 우리는 이를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바닷물을 한 컵 담은 뒤 '이게 바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 뒤 미국 같은 선진국과 경쟁하려면 모두가 컴퓨터를 다뤄야 한다는 의식이 팽배해졌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1997년 제7차 교육과정에서 'ICT(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이 시행됐다.
학교에 컴퓨터가 대대적으로 투입됐고 '교실 선진화 사업' 시범학교에는 전자칠판이 설치됐다. 현재 전자칠판을 얼마나 사용할까? 대부분 폐기처분됐다. AI 교육은 이와 같은 과정을 반복하지 않을 거라 자신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AI 교육이 초·중·고교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인가?
AI의 원천은 '고난도 수학'이다. 대학 학부생도 범접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수학을 초·중·고교에서 지도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AI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에도 철저한 수학적 계산이 적용된다. 몇몇 시범학교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한 메이커 교육을 진행한다는 보도를 접했다. AI 전문가가 주먹만한 타원 모빌을 프로그래밍해 3D 프린터로 만들어내는 데 13시간이 걸렸다. 중·고교생들은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작품 하나를 만들어낼지 생각해보라.
평가의 문제도 있다. AI 전공을 둔 소위 명문대가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열심히 한 학생과 AI 교육을 받고 온 학생 중 누구를 선발할까. 답은 '수학을 내실 있게 다져온 학생'이다.
정부가 지금 말하는 AI 교육은 'AI 키트 활용' 정도에 머물 수밖에 없다. AI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과목은 '기하'와 벡터, '확률과 통계' '미적분'이다. 대부분 고교에서 다룬다. '기하'나 벡터를 고교에서 안 배웠다고 해도 무방하다. 대학 교과목인 '선대형수학'에서 다룬다. AI 개발자,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현 학교생활과 교과 과정에 충실하면 된다.
■청소년들이 진로를 정할 때 AI를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AI 전문가가 되는 길을 알려달라.
AI는 이미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앞으로 더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누군가는 선도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AI 전문가는 극소수만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전세계에 10명 안팎만 있어도 충분하다. 나머지 사람들은 AI의 '현명한 활용자'가 되면 된다. 컴퓨터도 알렌 튜링이나 폰 노이만 같은 소수의 천재 수학자가 발명했다. 그걸 우리는 누리지 않나. AI도 같다.
AI 전문가가 되는 하나의 예시를 소개하자면 학부 4년간 5대 역학(유체역학 열역학 동역학 정역학 재료역학)을 학습한 기계공학도가 대학원에 진학해 자율주행에 관심을 갖고 해당 분야를 전공한 교수를 찾아 배움을 청한 뒤 박사 과정을 밟는다.
이게 시작이다. 졸업 후 네이버나 테슬라, 구글 등에서 활동하며 소위 전문가로 불리게 된다. 흔히들 AI를 컴퓨터공학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수학적 사고, 시스템적 논리를 갖춰야 하는 만큼 기계공학에 가깝다.
■'이루다 챗' 사태는 'AI 윤리'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이미 우리의 초·중·고 교육은 학생들에게 'AI 윤리'를 지도하고 있다. AI 윤리가 따로 있지 않다는 뜻이다. 잘못된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고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안다면 충분하다.
AI 윤리 교육은 따로 교과를 편성할 필요 없이 논술 문제 등에 활용하면 된다. 특히 학생들에게 직접 글을 써보게 하며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해야 한다. 이루다 사태도 깊은 사고를 허용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이 낳은 폐단이지 AI 윤리 교육의 부재가 낳은 것은 아니라고 본다.
■AI가 보편화될 미래를 고려해 '지금의 학교'가 해야 할 일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이 실시되자 AI 교육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앞서 우리는 AI 기술의 '현명한 활용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I는 선(善)도 악(惡)도 아니다. 활용하는 이가 조종하는 '도구'일 뿐이다.
지금 초·중·고교에서는 교과목마다 설정해놓은 학습 목표를 충실히 따르면 된다. '내실 있는 기초를 다지는 교육'이면 도구를 활용하는 역량을 충분히 기를 수 있다. 꼭 첨단 기기, 새로운 프로그램을 활용할 필요도 없다.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미국 MIT의 원격 수업을 유튜브에서 확인해보라. 첨단 기기가 아닌 강의실 벽면 전체를 사용한 커다란 칠판을 쓴다. 교수는 강의의 시작부터 끝까지 수업한 내용을 칠판에 가득히 적고 하나도 지우지 않는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오래도록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인식하고 사고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진짜 원격 수업'이다.
설명이 끝남과 동시에 학생들이 인지할 새도 없이 PPT 화면을 바꿔버리는 건 수업이라 할 수 없다. 팬데믹이 언제 종말을 고할지, 또 언제 다시 올지 우리는 모른다. 피할 수 없는 원격 수업이라면 학생들을 위한 더 나은 수업 방식을 늘 고민해야 한다.
박제남 교수는
인하대 수학교육과 교수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이학 박사학위 취득 후 테네시대에서 수학과 조교수를 역임했다.
미국 수학회(AMS) 회원이다. 현재 인하대 AI-STEAM교육 전공 주임교수, 인하대 부설 과학영재센터장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수학교육과 학생들의 멘토로 불린다.
강의를 수강하는 모든 학생 이름과 특징을 기억, 학습 자료와 참고 자료를 세심하게 챙겨주는 그를 학생들은 '아버지'라 부르며 따른다.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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