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초대석 │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
"지역화폐로 공동체경제 선순환"
인구대비 충남 1위
매출따라 차등 지원
"지역화폐인 굿뜨래페이가 지향하는 것은 공동체 선순환 생태계 구성입니다. 부여군민 모두가 함께 잘 살자는 거지요."
박정현(사진) 충남 부여군수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차 있었다.
충남도에 따르면 2020년 부여군이 판매한 지역화폐는 819억이다. 1위인 천안시 1785억원에 이어 2위다. 하지만 인구로 비교하면 부여군 굿뜨래페이 판매액은 놀랍다. 부여군 인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6만5354명이고 1위인 천안시는 65만8808명다. 1인당으로 보면 천안의 4배를 넘는다.
3월말 현재 부여군의 지역화폐 총발행액은 1079억원이다. 이용자는 3만8240명으로 전체 군민의 59%이고 경제활동인구 4만6000명의 94%에 달한다.
부여군은 전형적인 농촌 지자체다. 여기에 백제의 옛 수도라는 명성에 기댄 관광업도 주요 산업이다.
박정현 군수는 "관광업의 쇠락과 인구감소로 특히 자영업자들이 힘든 곳"이라며 "농업인과 자영업자의 상생구조를 만들어야 했다"고 도입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는 더욱 속도를 내게 했다.
부여군은 충남 시·군에서 처음으로 농민수당을 도입했다. 박 군수는 농민수당을 도입하며 직불금, 여성농업인 바우처 등 농업인 정책자금을 묶어 지역화폐로 사용할 것을 농민들에게 제안했다. 그는 "농민수당을 받게 됐으니 자영업자와 함께 살자고 설득했다"며 "부여군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최대한 막고 내부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인데 농민들이 흔쾌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초기엔 인센티브 10%가 바람을 일으켰다. 저금리 시대에 주부들을 끌어들였다. 스마트폰 어플 사용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겐 부여군이 독자 개발한 '제로(0)' 수수료 방식의 카드를 지급했다.
카드수수료 절감을 강조하며 가맹점주를 모으는 데도 공을 들였다. 2019년 12월 시작 당시 500여개였던 가맹점은 이제 2518개로 늘었다.
부여군은 최근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가맹점간 지역화폐를 재사용할 수 있는 순환형을 도입했다. 가맹점주가 소비자에게서 받은 지역화폐를 다시 다른 가맹점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자영업자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매출구간별로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방식도 도입했다. 박 군수는 "지역화폐가 활성화되면서 총량은 늘었는데 업체간 차이는 여전했다"며 "영세 자영업자에게 좀 더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재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충전 인센티브를 10%에서 7%로 낮춘 대신 월 매출 3000만원 이하인 가맹점엔 6%, 3000만∼4000만원은 3%를 추가해주고 4000만원을 초과하는 가맹점엔 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박정현 군수는 "오는 6월 굿뜨래페이에 기반한 제로 수수료의 공공배달앱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지역화폐를 매개로 신뢰와 유대감이 넘치는 공동체 부여군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