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에 현대차도 생산 줄인다
‘4월 위기설’ 현실화
부품업체 타격도 치명적
차량용 반도체 수급대란으로 한국의 대표 자동차업체인 현대차 생산라인이 일부 멈췄다. 부품업체 납품물량은 급감했다.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7일부터 14일까지 울산1공장 휴업을 결정했다. 울산1공장은 코나와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를 생산한다.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은 10일 특근을 실시하지 않고,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휴업 검토에 들어갔다.
3월부터 공장별로 특근을 줄여온 기아는 이달 중 화성공장 특근을 실시하지 않는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그동안 재고 관리를 잘 해온 덕분에 해외 업체들에 비해 수급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달부터 현대차·기아가 감산에 들어가면서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되고 있다.
반도체 대란은 자동차 부품업체에도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2일 1~3차 협력업체 5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업체의 48.1%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감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72%는 수급 차질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 업체의 40% 이상은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감소했으며, 49.1%는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부품사는 완성차 업체 감산으로 ‘3일 근무·2일 휴업’ 방식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요타와 폭스바겐 GM 포드 혼다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연초부터 일부 공장을 닫거나 생산을 줄였다.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은 반도체 부족으로 올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2분기 생산량이 160만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업계 매출이 반도체 부족으로 약 606억달러(약 69 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고사양 첨단 품목이 아니지만, 공정이 까다로워 생산량을 쉽게 늘리기 어렵다. 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반도체업체들이 생산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수급문제를 해결 할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차량용 반도체 확보를 위해 대만 정부 및 TSMC 측과 협의를 시도했으나 아직 별다른 소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동차·반도체업계와 함께 ‘미래차·반도체 연대 협력 협의체’를 발족하고, 7일 수급상황을 점검했다.
유영호 한국자동차연구원 모빌리티산업정책실장은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전기차, 자율주행차, UAM 등 미래 모빌리티 전환과 맞물려 중요성이 더 강화될 것”이라며 “국가 주요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질 것이기 때문에 국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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