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 | 유통업계 최저가 경쟁 돌입

이마트발 '쩐의 전쟁' 유통가 불 붙었다

2021-04-13 11:09:55 게재

이마트 '최저가격 보상적립제'에 마켓컬리 맞불

쿠팡, 무료 로켓배송으로 대응 … 편의점도 가세

이마트가 띄운 최저가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이마트가 온라인 쇼핑몰보다 판매가격이 저렴하지 않으면 차액을 보상해주는 승부수를 띄우자 온라인몰도 가격대응에 돌입했다. 편의점도 가격경쟁에 가세하는 추세다.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한 '쩐의 전쟁'을 시작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장으로 5조원 실탄을 확보한 쿠팡에 대응하기 위해 오프라인 최강자인 이마트가 '최저가격 보상적립제'를 실시한다.


보상적립제는 이마트 상품 가격이 다른 유통업체에서 판매하는 동일상품(동일용량)보다 비싸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 주는 것이다.

이마트 보상적립제는 비교대상 상품을 온라인 쇼핑 강자인 쿠팡과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3개사 한정상품으로 조준했다.

보상 적립제는 구매 당일 오전 9~12시 이마트 가격과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판매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마트앱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쇼핑 포인트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서 1500원에 산 상품이 쿠팡에서 1000원, 롯데마트몰에서 1100원, 홈플러스몰에서 1200원인 경우 최저가격과 차액인 500원에 대해 e머니를 적립해 준다. 가격은 이마트앱이 자동으로 비교하며, 고객은 앱을 통해 간편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차액을 보상받기 위해서 고객은 이마트앱 좌측 하단 '영수증' 탭에 들어가 구매 영수증 목록 '가격보상 신청'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신청 가능 기간은 구매일 기준 오전 9시부터 7일 이내다.

보상 적립제 대상 상품은 가공·생활용품 매출 상위 상품 중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가운데 한 곳 이상에서 취급하는 상품 500개를 각 카테고리별 바이어가 선정한다.

대표품목으로는 신라면 CJ햇반 서울우유 코카콜라 삼다수 등 각 카테고리별 1위 상품과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칠성사이다 새우깡 케라시스샴푸 리스테린 크리넥스휴지 등이다.

과거 이마트는 자사 상품이 동일 상권(반경 5㎞) 내 다른 대형마트보다 비싼 경우 이를 보상하는 '최저가 보상제'를 운영하다 2007년 폐지했다.

이마트가 가격경쟁 칼을 빼들자 쿠팡도 대응에 나섰다.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에 대해 주문 개수와 가격에 관계없이 무조건 무료로 배송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로켓배송 상품을 별도 배송비 없이 주문할 수 있다.

미국 주식시장 상장을 앞둔 마켓컬리도 신선식품 최저가 경쟁에 참전했다. 과일 채소 수산 정육 유제품 등 60여가지 제품을 1년 내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보다 싸게 파는 'EDLP'(Every Day Low Price)정책을 시행한다. 마켓컬리는 고객들이 많이 사는 신선식품과 쌀 김 라면 등 인기제품 60여가지를 온라인몰 최저 가격으로 선보이는 '컬리 장바구니 필수템' 전용관을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전용관 제품 가격은 마켓컬리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동일제품 가격을 모니터링해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한다.

이번 최저가 정책은 지난해 도입한 '프로젝트 컬리 프레시 365'(KF365)의 확장판이다. KF365는 컬리가 고객 구매 빈도가 높은 일부 신선식품을 주요 온라인 마트 판매 가격보다 저렴하게 팔겠다며 시작한 프로젝트다. 판매 가짓수가 38가지였는데 이번에 장바구니 필수템 전용관을 열면서 60여개로 늘렸다. KF365 판매량은 매달 평균 18%씩 증가했다.

마켓컬리 측은 "가격만 낮춘게 아니라 맛과 생산 방식, 생산 과정을 꼼꼼히 따져 고품질 상품을 엄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콩나물은 농약없이 화학비료를 권장 사용량의 3분의 1 이내로 사용한 환경에서 재배한 제품을 판다. 우유는 연세우유가 직접 관리하는 전용목장에서 생산된 국산 1급A 원유로 만든 제품을 판매한다.

그동안 다소 가격대가 있더라도 고품질 제품을 엄선해 판매하는 방식에 집중해왔던 마켓컬리가 최저가를 꺼내든 건 미국 상장을 앞두고 거래액과 활성고객 수를 대폭 늘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편의점도 최저가 경쟁에 참전하며 대형마트 채소 시장을 겨냥한다.

GS리테일 온라인 장보기몰 GS프레시몰에서는 '채소 초저가 운영관'이 운영된다.

물가 민감도가 높은 채소류를 빅데이터가 분석해 매일 50여종씩 선정하고 '초저가 콘셉트'로 판매한다. GS25 채소 초저가 운영관은 매일 2번씩 주요 온라인몰 유사 상품가격을 모니터링해 최저가로 조정하는 체제를 갖췄다.

편의점 CU는 '대형 마트보다 더 저렴한 채소'를 내걸고 이달 30일까지 대파 깻잎 모듬쌈 매운고추 오이맛고추 등 총 6종을 할인 판매한다. CU가 채소를 할인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처럼 '가격' 자체를 두고 경쟁하는 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가격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유통업체 가격경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는 한 제조사 관계자는 "최저가 경쟁이 치열해지면 유통업계는 납품업체에게 비용을 전가시킬 수 있다"며 "대형 유통업체들이 가격인하를 요구하면 이를 계속 거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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