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시대의 독일 아우스빌둥│(5) 독일 아우스빌둥의 한국정착을 위한 과제
독일 아우스빌둥 '일학습 병행'으로 한국 진출
전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실시 … 두나라 제도 공유와 협력으로 발전해야
코로나19 감염병의 원인이 지구온난화와 생태계 교란이라면 극복하더라도 코로나 버전2, 버전3와의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감염병은 비대면 사회를 촉진해 4차산업혁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혼돈과 변화의 시대, 독일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의 시사점을 소개한다.
모든 국가들이 청년고용과 숙련 불일치(스킬 미스매치, skill mismatch) 문제로 고심한다. 독일 아우스빌둥은 이에 대한 정책적 대안으로 제시된다. 아우스빌둥의 핵심은 기업의 현장훈련과 학교의 이론학습이 통합된 이원화 시스템, 기업 주도형 교육훈련 운영, 그리고 노사정 간의 사회적 파트너십으로 요약된다. 이것이 독일의 낮은 청년실업률과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다.
그러나 아우스빌둥은 독일의 토양에서 오랜 기간 축적된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과연 독일 아우스빌둥이 사회경제적 조건이 다른 국가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민간주도형 일학습병행제로 지정 = 한국의 일학습병행제는 독일 모델을 벤치마킹해 우리의 현실에 맞게 재설계한 것이다. 2019년 8월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우리나라 직업교육훈련은 새로운 역사적 전기를 맞이했다. 올해 1월 말까지 1만6700여개의 학습기업에서 10만500여명의 학습노동자들이 일학습병행에 참여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제1차 일학습병행 추진계획(2021~2023년)을 발표했다.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직업훈련시장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또 일학습병행의 질적 내실화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일학습병행제가 성장하고 있는 동안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폭스바겐, BMW그룹 등 한국에 진출한 독일계 자동차 기업들은 2017년 본국의 아우스빌둥을 도입했다. 이듬해 우리 정부는 아우스빌둥을 직업교육훈련의 혁신적 모델로 평가해 '민간자율형 일학습병행' 시범사업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주도하는 일학습병행제와는 달리 민간자율형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훈련프로그램을 설계해 운영한다. 이때 정부는 최소한으로 지원하되 간섭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독일 기업들은 매년 차량정비 직종에서 100여명의 훈련생을 선발한다. 고용부는 아우스빌둥과 같은 민간자율형 모델을 더욱 고도화하고 확산시킬 계획이다.
◆학벌에서 능력 중심 사회로 = 현재 아우스빌둥을 시행하는 독일 기업들은 한국 청년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독일 기업들은 아우스빌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한국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부조리와 싸워야 한다.
아우스빌둥은 개신교의 직업윤리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기초한 독일의 방식이다. 한국사회는 학벌 중심 풍토와 직업훈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청산하지 못했다. 한국사회의 적폐와 아우스빌둥이 마주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우스빌둥은 '그들만의 리그'로 끝날 수도 있다.
한국사회의 특수성에 적응하기 위한 '높은 수준의 현지화'(localization)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현재의 3년제 아우스빌둥에 국한하지 말고 그 이후의 성장 경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처럼 어떤 직업교육 계열을 선택했더라도 성장 사다리를 통해 학사,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야 한다. 직업훈련을 통해 학위 획득의 기회가 열려있다면 아우스빌둥은 학벌의 허상을 무너뜨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학사 및 석사과정을 제공하는 일학습병행제와 협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아우스빌둥의 존재가 한국사회에 큰 울림이 되려면 훈련직종을 확대하고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통한 양적 성장이 필요하다.
◆아우스빌둥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독일 아우스빌둥은 전세계 40여 국가에서 실시중이다. 독일기업들은 현지에서 훈련생, 대학,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아우스빌둥의 가치를 실험한다. 거기에는 현지에서 숙련된 노동력을 충원함으로써 생산성과 품질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는 독일기업들의 절실함이 깔려 있다.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은 '연계와 통합의 기술'이다. 교육훈련의 품질은 기업 현장훈련과 학교 이론학습의 유기적 통합의 수준에 따라 좌우된다. 제도운영에 관한 의사결정은 사회적 파트너십 원리에 의해 이루어진다. 노사정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까닭이다.
독일의 교육체계는 어떤 직업이든 훈련 경로를 따라가면 성장의 사다리로 연결돼 탄력적인 경력관리가 가능하다. 우리가 아우스빌둥을 주목하는 이유다.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직업교육훈련의 혁신을 위한 도전적 과제들을 제공한다. 이를 테면 거버넌스, 정부 관여수준, 훈련모델 개발, 훈련방식 혁신, 훈련비용 등이다.
◆아우스빌둥과 일학습병행 경쟁 시작 = 세상은 바뀌고 있다. 한국사회도 학벌중심에서 능력중심으로 이동중이다. 이제 대학의 역할도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 상아탑에 안주하지 말고 평생능력개발의 허브로서 사명을 실천할 때다. 기업은 직업교육훈련의 공급자이자 수요자다.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주도적인 참여는 일학습병행 발전의 원동력이다. 물론 그 결실은 기업의 몫이다.
아우스빌둥과 일학습병행은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다. 아우스빌둥은 한국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현지화를 더욱 심화시켜야 한다. 일학습병행은 독일의 경험을 거울삼아 교육훈련의 품질과 성과를 탁월한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며 협력할 때 양자 모두 성장할 수 있다.
일학습병행과 아우스빌둥이 지금 우리 기업과 청년들 눈앞에서 그들의 선택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 청년들의 성공적인 노동시장 진입과 직무능력 배양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누가 선도할 것인가? 선의의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안세화 교수는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강소기업경영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KAIST에서 MBA, 고려대에서 국제통상학박사를 취득했다.
국제경영 경영혁신 일학습병행제 등을 연구하며 개발도상국 정책자문을 위한 ADB와 KDI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