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 꾀하는 독일차

2021-04-13 11:29:08 게재

디벨트 "OS 개발에 박차, 기업문화 함께 바꿔야"

폭스바겐은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독일 남부 잉골슈타트에 새로운 자회사 '카.소프트웨어'(Car.Software)를 설립할 계획이다. 폭스바겐 CEO 헤르베르트 디스는 조만간 1만명을 고용해 SAT에 이은 유럽 2위 규모의 소프트웨어기업을 만든다.

이 자회사의 주요 임무는 모든 폭스바겐 차에 탑재될 단일 운영체제(OS)를 자체 개발하는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구동시키는 iOS에 버금가는 자동차용 OS를 만들겠다는 것.

독일 주요 일간지 '디벨트'는 "괜찮은 구상이지만 전통의 완성차업체가 현대식 자동차를 구동시키는 최고의 OS를 개발할 수 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폭스바겐이나 BMW, 다임러 등이 현재까지 이 부문에 들인 노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배터리에 이어 자동차 OS 소프트웨어는 미래의 성공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세대 기준이 될 전망이다. 네바퀴로 구르는 컴퓨터를 구축하는 사업에서 이미 수년을 앞선 경쟁자들이 있다. 테슬라뿐 아니라 수많은 전기차 기업들도 유망주가 있다.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부품 공급업체들도 있다. 이들 역시 업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는 스타트업 '에이펙스.AI'다. 독일인 얀 베커가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팰로앨토에서 창업한 회사다. 베커는 지난 20년 동안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데 전력한 인물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와 미국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에서 일했다. 스탠포드대의 선구적인 컴퓨터과학자 세바스찬 스런과 협력하기도 했다.

베커는 폭스바겐 개발자들을 오랫동안 힘들게 만들었던 자동차를 위한 단일 OS를 개발했다. 그는 "에이펙스의 OS는 자동차를 위한 완벽한 소프트웨어 시스템"이라며 "독일 기술검사협회의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모든 자동차 기능을 지원하는 'MB.OS'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단일 OS 개발은 중요하다. 독일 완성차업체가 테슬라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필수적이다. 현재 독일 차들엔 수백가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모든 부품은 각기 다른 컴퓨터와 프로그래밍 언어로 통제된다. 이는 자동 업데이트를 거의 불가능하게 하고 자율주행차에 적용하기도 어렵다.

에이펙스 CEO 베커는 이를 "각기 다른 소프트웨어가 실타래처럼 얽혔다"고 표현한다. 반면 그의 운영체제는 자동차의 모든 센서에서 데이터를 읽고 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필요한 명령을 내린다.

에이펙스뿐 아니다. 독일 콘티넨탈도 '자율이동체'라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다. 이 기업 CEO 니콜라이 세처는 자동차 OS 시장이 향후 3년 내 2배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산업계 거물기업 보쉬와 ZF 역시 향후 자동차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계획이다.

자동차 OS수요는 매우 높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구축하려는 폭스바겐도 장기적으로는 자사의 자동차에 탑재될 소프트웨어의 40%를 외주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한다. 현재 외주화 비율은 90%에 달한다.

이미 1만명 이상 자체 프로그래머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보유한 BMW 역시 외부 전문가들에 논을 돌리고 있다. 이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대표 프랑크 베버는 "외부 공급업체를 통해 우리보다 2배 많은 엔지니어들과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운영체제 'BMW OS8'는 올해 플래그십 전기차 'iX'에 탑재될 예정이다. 수천개의 개별 소프트웨어 부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뮌헨 공장에서 조립한다. 베버는 "타업체가 이미 업계 표준이 된 상황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개발한다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우리 팀은 전반적인 구축물을 통제한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주요 장점은 먼저 운전자의 경험을 염두에 두고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한다. 제품이 어떻게 사용될지를 염두에 두는 것. 그리고 나서 물리적 부품인 하드웨어로 나아간다. 반면 독일 차업계는 정반대 순서로 일을 처리한다.

디벨트는 "이를 바꾸기 위해 독일 기업들은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주요 자동차 회사들에게 엔지니어링과 IT서비스를 제공하는 'ABLE그룹' 이사 프랑크 페르쇼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은 갈림길에 섰다"며 "자동차 제조업의 문화는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와 충돌한다. 그 둘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완성차업계에서 정규직이 아닌, 자문으로 단일 프로젝트를 책임진다는 건 상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IT분야에서 자문으로 일하는 방식은 표준 관행이다.

독일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전문가들과 중간에서 절충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소프트웨어.ORG' 프로그래머들은 꼭 본사가 있는 잉골슈타트에 근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일하고 싶은 도시에서 사무실을 얻어 일할 수 있다. BMW와 다임러, 기타 공급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캘리포니아에서 일하고 싶은 프로그래머들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바꿔야 할 건 실직 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프레젠티즘'(presenteeism) 문화뿐만 아니다. 베커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테슬라는 수년에 걸친 제품 주기에 맞춰 일하지 않는다. 테슬라는 끊임없는 개선의 과정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의 자동체 제조사들이 스스로 변신해 소프트웨어 기업이 되는 건 놀라운 도약이 될 것"이라면서도 "모든 기업이 다 성공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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