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무투표 당선자가 늘어난다 … 민주주의 위기 징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일까지 40일이 남았고, 후보자등록 마감일까지는 22일이 남았다. 유권자는 5월 15일까지 등록한 후보자들을 살핀 다음 6월 3일 선택을 할 것이고, 그 결과로 16개 광역시·도와 227개 시·군·구 행정부와 의회가 구성될 것이다. 독자들께서는,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동네의 단체장과 의원 후보자들에 대해 얼마나 정보를 얻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선거연차 지날수록 후보자 수 계속 줄어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시행한 이래 지금까지 8번 지방선거를 했고 이번이 9번째다. 1987년 민주헌법을 채택한 이후 올해가 39년째 되는 해다. 이 정도 민주주의 경험이 쌓이면, 점점 더 다양한 후보들이 공약을 놓고 경쟁을 해서 유권자들의 선택지가 풍부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선거가 거듭될수록 후보자들이 자꾸 줄어들고 있다.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건 대개 광역단체장 후보들이다. 선거운동도 가장 큰 범위에서 하고 언론도 주로 광역단체장 후보들만 비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회 의원, 기초의회 의원들이 모두 있어야 광역과 기초 지방 행정부와 의회가 구성된다. 그런데 이 중요한 공직을 위해 경쟁하는 후보들의 절대 숫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토대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1995년 제1회 지선에서 시도의회 의원정수는 875명이었고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던 후보들은 2439명으로, 2.8 대 1의 평균 경쟁률이었다. 2006년 제4회 지선 시도의회 선거 경쟁률이 역대 가장 높았던 3.1 대 1이었지만, 이후 계속 하락했고 2022년에는 2.0 대 1로 낮아졌다. 의석 1개를 두고 2명이 간신히 경쟁했다는 의미다. 그것도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어떤 곳에서는 3명 이상이 경쟁하기도 했지만, 어떤 곳에서는 후보가 1명뿐인 곳도 있었다는 것이다.
1998년 제2회 지선에서 시·군·구의회 의원정수는 3490명이었고 지선에 출마했던 후보는 7723명으로 2.2 대 1의 평균 경쟁률이었다.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2006년 지선 경쟁률이 3.2 대 1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이후 계속 하락하더니 2022년 지선에서는 2,602명의 기초의원을 뽑는데 후보자가 4424명밖에 되지 않아 경쟁률은 1.7 대 1이었다. 전국 평균 하나의 의석을 두고 경쟁하는 후보가 2명이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시·군·구청장 선거 상황도 다르지 않다. 1995년 선거에서 230명의 기초단체장을 뽑는데 후보자는 940명으로, 4.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런데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226명을 뽑는데 568명이 후보자로 나와서 2.5 대 1로 낮아졌다.
아직 6.3 지방선거 후보 공천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현재 각 정당 공천 상황이나 무소속 예비후보 등록 상황을 보건대 모든 단위 선거에서 후보자 수는 2022년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민주당은 TK, 국민의힘은 호남이 ‘빈칸’
후보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의 중요한 결과는 무투표 당선자가 늘어나는 것이다. 2018년에는 226개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단 1명의 무투표 당선자도 없었지만,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6명의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대구 2명, 경북 1명, 광주 1명, 전남 2명이었다.
아직 각 당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이 모두 완료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보건대 이번 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무투표 당선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집권당이자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선거에 비해 상황이 낫다. 2022년 민주당은 대구·경북 31개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12명밖에 후보를 내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23곳에서 후보를 확정했거나 경선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8곳에는 여전히 후보가 없다.
국민의힘은 대구·경북 모든 자치단체장 선거에 공천을 했거나 경선을 진행하고 있지만 대구 군위군수, 경북 경주시장 선거에는 무소속을 포함해 경쟁 후보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두 지역 단체장은 무투표당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호남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이야 광주·전남·전북 41개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를 모두 공천했거나 경선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현재 전북 부안군수 1곳에만 공천자가 있고 40개 시장·군수 후보가 아예 없다. 후보 등록일까지 조금은 더 늘어날 수 있겠지만 2022년 수준에는 훨씬 미치지 못할 것 같다. 2022년 국민의힘은 광주 5곳 기초자치단체장 중 3곳, 전남 22개 중 4곳, 전북 14개 중 5곳에 후보를 공천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후보들이 일부 호남 지역 기초단체장에 도전을 하고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두 당의 공천 지역을 모두 합해도 여전히 무투표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들이 지난번보다 훨씬 많다. 광주 서구청장, 광주 남구청장, 고흥군수, 진도군수, 무안군수, 김제시장, 완주군수 선거에는 정당공천 후보만이 아니라 무소속 후보조차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시장 군수 구청장 후보 상황이 이럴진대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상황은 더 심각할 것 같다. 2022년 전국 시도의회 지역구 의원정수 779명 가운데 무투표 당선자는 108명으로 13.9%를 차지했다. 선거구마다 1명씩 뽑는 선거에서 단 1명의 후보만 등록했고, 108개 선거구에서 시도의회 의원 투표를 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2018년에는 시도의회 무투표 당선자가 24명이었는데 2022년 108명으로 4.5배가 늘어난 것이다.
투표도 하지 않고 당선된 108명의 시도의원 중 96명은 대구·경북과 호남 지역 의원들로, 전라남도 26명, 전라북도 22명, 광주광역시 11명, 경상북도 17명, 대구광역시 20명이었다. 민주당은 대구·경북에, 국민의힘은 광주·전남·전북에 제대로 공천을 하지 못했고, 소수정당 후보들도 거의 없었으며, 무소속 후보자조차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대구·경북 민주당 후보는 조금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호남 지역 국민의힘 후보 상황은 2022년보다 훨씬 나쁘고, 무소속 후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구·시·군의회 무투표 당선자 수는 294명이었고, 2018년 30명에 비해 9.8배가 늘어났다. 서울 109명, 경기도 50명, 인천광역시 20명으로 전체 무투표당선 기초의원 중 60.8%가 수도권 의원들이었다. 2인 선거구에서 민주당 1명, 국민의힘 1명을 공천하고 투표조차 없이 당선된 의원들이다. 역시 올해 상황도 나아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지방선거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어떤 이는 “이럴 바에야 지방선거를 없애자”고 말한다. 지방선거는 지방행정부와 의회를 구성하는 선거다. 지방선거를 없애자는 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민주화 이전 시대처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두자는 것이다. 대통령이 시·도지사, 시·군·구청장, 읍·면·동장, 이·통장까지 줄을 세웠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지방자치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과이자, 세계가 부러워하는 K-민주주의의 성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주민들이 읍·면·동, 시·군·구에서부터 직접 참여하고 견제하면서 만들어 나가야, 중앙정부와 국회도 국민의 의사에 따라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
지방선거는 뿌리에서부터 국정의제와 좋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걸러내 중앙정치로 보내는 과정이다. 주민들이 좋은 기초의원을 걸러내면 기초의원이 경험을 쌓아 광역의원으로, 시군구청장으로 성장하고, 주민들이 다시 좋은 시군구청장을 걸러내면 시도지사로, 국회의원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렇게 단계적으로 성장한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있어야 5000만의 생계와 생명, 생활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다. 지방선거가 취지대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부터 좀 더 관심을 가지면서 투표에는 꼭 참여했으면 좋겠다. 또한, 선거제도도 바꾸고 정당제도도 바꾸어서 지방선거가 본래 의미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더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