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공정거래법 목적을 생각할 때다

2026-04-24 13:00:03 게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강해졌다. 예컨대 대통령은 2026년도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위반 기업에 대해 문을 닫을 정도로 엄중한 경제적 제재를 해야 위반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대통령은 소상공인에게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최소한 단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공정위가 관련 정책을 신속하게 집행하면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징금을 높게 부과하는 것은 물론 과징금 부과의 하한을 신설하고 있다. 담합 사건의 과징금 부과율을 관련 매출액의 최고 20%에서 3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제도개선을 추진하며 담합 금지조항을 개정해 납품업체 등 소상공인이 단체를 만들어 거래조건을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도한 제재의 역설, 기업 죽이면 경쟁도 죽는다

공정거래법은 경제활동의 준칙을 정한 기본법이므로 위반 기업을 엄중 제재하는 것은 경쟁질서 확립을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소상공인 담합의 경우 경제의 뿌리가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과도한 제재보다 다른 대안을 마련하려는 입장에 대해 경청할 필요도 있다. 이러한 정책 집행이나 제도개선은 공정거래법의 충실한 집행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은 제1조 목적 규정에서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 활동을 조성하고 소비자를 보호함과 아울러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1980년 제정 이후 변함이 없는 규정으로 공정거래법 집행에서 가장 소중하게 다뤄져야 할 기본조항이다.

이 목적 규정에 따르면 위반 기업을 엄중 제재하는 것은 기업의 문을 닫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촉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과도한 제재로 기업이 시장에서 사라질 경우 경쟁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한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에서 과징금을 관련 매출액의 20% 혹은 30% 수준으로 부과할 경우 기업 존립 자체를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위반행위가 반복되는 기업이 있다면 이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제도개선이 우선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한 경제적 약자에 대한 예외 인정도 법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 소상공인도 사업자인 만큼 이들이 단결하면 경쟁이 줄어들 수 있다. 경쟁이 사라질 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과거 단체수의계약제도가 보여준다.

단체수의계약제도는 정부·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물품을 구매할 때 중소사업자 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허용한 제도였다. 경쟁입찰 시 경제적 약자가 제값을 받지 못할 우려가 있어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를 시행 과정에서 중소기업 간 경쟁이 줄어 가격은 상승하고 품질은 저하되며 기술개발이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조합 내부의 물량 배정과 납품을 둘러싼 분쟁이 빈발했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도 어려워졌다. 이러한 문제 누적으로 공정위는 별도 입법을 통해 결국 제도를 폐지했다.

강력한 정책 집행, 공정거래법 목적에 부합하는지 점검해야

최근 공정거래법 집행은 속도와 강도가 모두 높아지는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경쟁 촉진적 시장 구조를 조성하고 반경쟁적 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강력한 정책 집행이 법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방향이 공정거래법의 목적에 부합하는지 더욱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철호

법무법인 세종 고문

전 공정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