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산업부의 ‘가짜 일 줄이기’…혁신인가 또 다른 관료주의인가
산업통상부는 24일 ‘가짜 일 줄이기 프로젝트’가 시행 5개월 만에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직원만족도 조사결과 대기성 야근 감소, 홍보 효율화, 불필요한 출장 감소 등 구체적인 개선 지표도 제시했다.
비대해진 공공조직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핵심 업무에 집중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다. 하지만 성과홍보 이면에 가려진 정책의 실효성과 추진방식에 대한 점검은 지금쯤 필요한 대목이다.
가장 큰 모순은 가짜 일을 줄이겠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또 다른 가짜 일을 양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가짜 일 발굴을 위해 별도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실적 제출을 독려하는 과정 자체가 실무자들에게는 새로운 업무부담으로 전이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무의 ‘진짜’와 ‘가짜’를 가르는 기준 또한 모호하다. 한 부서의 핵심 업무가 다른 부서 시각에선 불필요한 일로 치부될 수 있는 구조적 단절 속에서 정책 실효성을 담보할 객관적 준거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가짜 일을 가려내겠다며 수년간의 국장급 회의 기록을 전수조사하고 있다는 후문은 ‘혁신의 역설’이다. 비효율을 잡기 위해 더 큰 행정력을 낭비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산업부 장관은 평일 아침 1급 간부 및 주요 관계자 15여명과 약 3시간 동안 마라톤회의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구성원들의 다른 일정이 조정되고, 실무부서 업무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오는 점 역시 혁신의 본질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 산업부는 이번 프로젝트와 연계해 6800만원 규모의 특별성과포상금을 지급했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유능한 공무원과 수고한 부서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필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를 홍보하며 보도자료에 (일 잘하는 공무원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까지 명시한 대목은 정책의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 혁신의 성과가 상부 지시에 따른 충성경쟁의 산물로 오해받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정책 추진의 형식보다 실제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의 지속성이다. 형식적 혁신은 필연적으로 또 다른 형식주의를 낳는다.
‘가짜 일을 줄이자’는 구호가 하나의 행정절차로 고착되는 순간, 혁신은 멈춘다. 보고 간소화와 출장 축소 같은 단편적 조치는 구조적 변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과거로 회귀하기 마련이다.
산업부에 필요한 것은 성과지표의 나열이 아니라 ‘무엇이 중요한 일인가’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냉정한 성찰과 지속가능한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