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초대석 │최경란 서울디자인재단 대표

"디자인은 도시와 시대문제 해결 도구"

2021-04-15 11:15:18 게재

'디자인 서울' 위상 높여

"디자인은 단순한 제품이나 결과물이 아닙니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도시와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삼아야 합니다".

최경란(사진)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디자인을 일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나 특정 물건으로 여길 게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도움을 줬는지, 일상의 질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로 인해 궁극적으로 사람들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었는가가 디자인의 진짜 가치"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의 디자인 철학은 재단 핵심 사업에 그대로 반영됐다.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하는 휴먼시티어워드가 대표적이다.

올해 2회째를 맞는 이 상은 사람중심 도시, 사람중심 디자인을 첫번째 심사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1회 대회 대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두눈(Dunnon)' 의 학습 혁신 프로젝트에 돌아갔다. 남아공 수도 케이프타운에서 20㎞ 떨어진 두눈 지역은 최근 20여년간 인구가 5배 이상 팽창했지만 낙후된 기반시설로 어려움을 겪었다. 케이프타운 시 정부는 문제를 풀기 위해 2013년부터 중고 컨테이너를 활용해 체육시설과 도서관을 지었다.

디자인을 입힌 문화공간은 마약에 찌든 도시에 '꿈'을 선사했다. 마약 운반을 하던 아이들은 교육과 복지를 통해 변해갔고 아이들과 함께 이곳을 찾은 부모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에 대한 관심이 되레 급증하면서 올해 열린 2회 대회는 더욱 성황을 이뤘다. 참가팀이 31개국, 99개 프로젝트로 지난해보다 25%나 늘었다.

최 대표는 단기간에 세계적 디자인 어워드로 부상한 이유에 대해 "휴먼시티어워드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사람중심'이라는 가치를 심사 기준에 두는 상이기 때문"이라며 "사람중심 디자인 도시 서울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체성이 모호했던 서울디자인재단에 비전과 목표를 부여했다. 디자인의 공공성 강화, 디자인산업 생태계 지원, 일상 속 디자인 문화 확산이라는 핵심 비전은 각각 '휴먼시티 어워드' '서울 라이트' 'DDP 디자인 스토어' 로 구체화 됐다. 특히 서울 라이트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외벽을 모두 스크린으로 삼아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구현한 것으로 서울을 대표할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 대표는 "3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벌였는데 믿고 함께 해준 직원들에 특별히 감사하다"며 "직원들의 역량, 재단의 규모가 크게 성장한 만큼 서울시도 보다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재단의 위상 강화와 발전에 보다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15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는 최 대표는 그 자신이 한국 대표급 디자이너이자 디자인경영 전문가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유수의 기업들에 디자인 자문 및 컨설팅을 제공했다. 2011년 트레엔날로 밀라노 디자인 뮤지엄에서 한국 디자인 전시를 최초로 기획했고 2015년 프랑스 생테티엔 디자인 비엔날레 큐레이터,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총감독 등을 역임했다. 재단 대표로 재임 중이던 2019년엔 한국-이탈리아 양국 문화교류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로 이탈리아 대통령이 수여하는 친선훈장과 기사 칭호를 받았다.

["내일초대석" 연재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