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장 중국기업 감사 맡은 글로벌 빅4 회계법인, ‘진퇴양난’

2021-05-10 12:35:19 게재

중국 보안법 이유, 기업자료 비공개

미 회계당국, 중국사업 차단 전망도

무역에서 안보에 이르기까지 미·중 간 긴장관계가 고조되면서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고 있는 글로벌 빅4 회계법인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빅4 회계법인(PwC, KPMG, Deloitte, EY)은 중국 보안법을 이유로 중국기업의 감사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미국 회계당국이 빅4의 중국 사업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차이나 메디컬 테크놀로지’는 4억달러 규모의 회계부정으로 무너진 이후 청산과정을 밟고 있지만 외부감사를 맡았던 KPMG가 재무자료의 양도를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차이나 메디컬 테크놀로지는 2005년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KPMG는 베이징에 위치한 회사의 감사를 진행했다.

차이나 메티컬 테크놀로지의 청산인은 고위 경영자의 부인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100만달러 이상의 도박을 했다는 의혹을 추적하기 위해 계획을 세웠고, 사라진 자금을 추적하기 위해 재무자료가 필요했지만 KPMG는 자료 양도를 거부했다. 청산인은 문서를 넘기라는 법원의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91명의 KPMG 감사인을 고소하려고 하자, KPMG는 그제서야 문서 접근 권한을 허용했다. 청산인은 감사자료를 통해 과실혐의로 홍콩KPMG에 대한 고소를 준비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사건은 중국과 해외 규제 기관 사이에 기업 재무기록 접근과 관련한 주요 쟁점”이라고 보도했다. 와이어카드와 루이싱커피 등 회계부정 사태 이후 감사품질 관리 문제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빅4 회계법인들로서는 가장 큰 어려움에 봉착한 것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중국 감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빅4 회계법인들은 미국에 상장돼 있는 중국 기업 140여개를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알리바바·바이두와 같이 중국의 대형 기술 기업 중 상당수는 미국 규제당국에 감사문서를 제공하지 않은 고객 중 하나다.

빅4 회계법인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의해 중국 사업이 등록 취소돼 중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기업에 대한 감사가 차단당할 수 있다. 빅4 회계법인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인터넷 스타트업들로부터 받은 수수료가 급증하면서 중국 사업 규모가 영국 만큼이나 커졌고, 전체 글로벌 고용 인력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 된 것이다.

"미국증시 상장된 중국기업, 빅4 회계법인 '감사 딜레마'" 로 이어짐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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