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회사채 시장 양극화 심화됐다

2021-05-12 12:35:01 게재

AA등급 회사채 발행 증가

A급 이하 자금조달 ‘난항’

코로나19 이후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회사채 발행지원을 위한 다양한 시장안정화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A급 이하 신용등급에 대한 정책지원이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되면서 회사채 시장은 AA급 이상 고신용등급 중심으로 변화됐다. 채권 전문가들은 재무안정성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신용위험이 확대되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신속한 유동성 지원과 회사채 발행지원 프로그램 연장 등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기업의 공모 회사채 발행규모는 36.4조원 으로 전년보다 4.5조원 감소했다. 하지만 AA등급 회사채는 1.5조원 증가했다. AA등급의 발행규모는 코로나19의 충격이 가장 컸던 지난해 2분기에는 10.1조원을 기록했다. AA등급 연중 발행규모의 38.9% 수준이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도가 높은 기업들의 경우 위기 기간 중 공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유동성을 적극적으로 확보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고신용등급 회사채에 대한 발행지원 프로그램이 팬데믹 초기부터 운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A등급 이하 신용등급의 경우에는 발행금액이 감소했다. 신용경계감 확대에 따른 투자수요 위축 등으로 A등급은 전년대비 3.2조원, BBB등급은 1.3조원 줄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위기 기간 중 특히 공모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으며 사모 회사채 및 장기 CP(기업어음) 등 다른 시장성 차입수단을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들 기업은 재무건전성이 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유동성지원기구의 설립이 다른 국가에 비해 늦어지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상당기간 악화됐다”며 “위기시 금융상황의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을 감안해 외부충격에 따른 회사채 발행 여건의 급격한 악화시 기업 유동성을 신속히 지원하기 위한 운영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의 회사채 시장은 신용등급 전반에 걸쳐 회사채 발행이 크게 증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회사채 시장을 적극 지원함에 따라 발행 여건이 빠르게 개선된 데 기인한다. 미 연준은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인 SMCCF와 PMCCF를 도입해 투자적격등급 전체를 매입대상에 포함하는 등 지원대상을 넓게 설정하고 유통물과 발행물 모두에 대해 정책지원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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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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