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 한계 넘어 빅테크 기업 도약
2021-05-20 00:00:01 게재
SKT 인적분할 11월 마무리
SKT가 84년 기업설립 이후 37년만에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데는 이 같은 배경이 깔려 있다. 현재 저평가 돼있는 기업가치를 성장사업 분리를 통해 재평가 받겠다는 것이다.
◆통신사업 한계, 성장정체 = SK텔레콤은 지난 달 14일 존속회사인 'AI & 디지털인프라 컴퍼니'와 신설회사인 'ICT 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분할안의 핵심은 기존 통신사업과 이른바 뉴ICT라 불리는 성장사업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2008년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를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미디어사업 육성이다. SK브로드밴드를 통해 케이블TV를 인수해 가입자 규모를 늘렸고, 지상파방송사와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콘텐츠웨이브도 출범시켰다.
2018년 보안업체 ADT캡스를 인수해 올해 초 정보보안 자회사 SK인포섹과 합병을 시킨 것도 신사업 개척을 위한 방안이었다. 지난해 말 내비게이션 앱 티맵을 운영하는 티맵모빌리티를 분사한 것도 같은 목적이다.
하지만 시장가치에는 큰 변화가 없다. 최근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실시하면서 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그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SKT는 통신서비스회사라는 각인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통신회사는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또 유무선 통신시장은 이미 시장포화로 인해 성장 가능성이 없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대비 이동통신 보급률은 122%를 넘었다. 이 때문에 통신3사는 서로의 가입자를 뺏어오는데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수년째 SK텔레콤 45%, KT 30%, LG유플러스 25% 안팎으로 점유율이 유지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없는 것이다.
실제 SK텔레콤 연간 매출은 10여년 동안 17조원 내외에 머물러 있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하향 추세다.
◆뉴ICT 키운다 = SK텔레콤은 상반기 중으로 이사회를 열어 'SKT사업회사'(존속법인)와 'SKT투자전문회사'(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의결할 예정이다. 또 10월 임시주주총최를 거쳐 11월 내 재상장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존속법인은 이동통신사업과 SK브로드밴드 SK텔링크 등 정부규제 영향을 많이 받는 유무선 사업을 맡는다. 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 11번가 ADT캡스 티맵모빌리티 원스토어 등을 자회사로 둔다. 투자전문회사는 규제영향에서 벗어나 신사업 육성에 집중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1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분할 이후 존속법인은 인공지능(AI) 기반 유무선 통신 인프라 컴퍼니로 성장할 것"이라며 "신설법인은 반도체, 라이프플랫폼, 글로벌 테크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와 밸류업을 담당하는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투자전문회사가 SK하이닉스에서 발생하는 재무적 능력을 바탕으로 어떤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지다.
IT업계 관계자는 "신설되는 투자전문회사는 SK하이닉스가 카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 투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와 같이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된다"며 "투자가 성공한다면 SKT는 통신사업을 뛰어넘어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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