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출혈경쟁 끝내고 상생길 찾나

2021-06-09 11:12:04 게재

이건희 미술관·'바이오 랩' 등 경쟁

이철우·권영진 상생협력 합의할듯

대구시와 경북도가 주요 현안사업을 두고 출혈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소모적 경쟁을 줄이고 대타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대여론의 벽을 넘지 못해 행정통합을 내년 지방선거 이후 재추진하기로 한 대구시와 경북도가 불과 수개월만에 주요사업을 두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과거 수차례 정부 공모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이다 낭패를 본 적이 있는데도 막상 현안 앞에서 한 치 양보도 없는 경쟁자로 맞붙고 있다.

최근 'K-바이오 랩 허브 구축사업'과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대한 양 시도의 경쟁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25일 마감한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K-바이오 랩 허브 구축사업'(바이오 랩) 공모에는 대구와 경북(포항)을 비롯 총 12개 지자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바이오 랩사업은 '모더나'를 개발한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기관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해 한국형 랩센트럴을 구축하자는 취지로 추진되는 것으로 사업대상지로 선정되면 국비 2500억원을 포함해 총 3350억원이 투입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7월 중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올해초부터 포스텍과 3·4세대 방사광 가속기 등의 인프라를 내세워 공모를 준비해왔으며 지난 3월말에는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공식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대구시도 풍부한 의료 기반과 연구성과 등을 바탕으로 지난달 27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함께 K-바이오 랩허브 유치 토론회를 여는 등 유치도전을 공식화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소 늦게 출발했지만 다른 지자체보다 의료기반과 연구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어 전국 어느 지자체보다 탁월한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 대구"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추진하는 국립 이건희미술관에 대해서도 대구시와 경북도는 상호협력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대구시는 권영진 대구시장이 시비와 시민성금 약 2500억원을 들여 옛 경북도청 후적지에 이건희미술관을 유치하겠다고 공식선언했고 미술협회 등 민간단체 중심으로 지난달초부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구시의 이건희미술관 유치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경북도의 입장과 달리 경북 경주시가 이건희미술관 유치를 선언하면서 대구경북의 상생협력전선에 금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2008년 로봇랜드, 2019년 '스타트 업(신생 벤처기업)파크 조성사업' 등을 두고 유치경쟁을 벌이다 실패한 전례가 있고 이건희미술관과 바이오 랩 사업은 대구경북이 힘을 똘똘 뭉쳐 대응해도 따내기 힘든 사업인데 힘이 분산되면 필패는 불보듯 하다"며 "시장과 도지사가 만나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행정통합정신과 달리 주요 현안사업을 두고 경쟁양상을 벌이고 있어 시도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해 조만간 대승적 합의를 모색하는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권 시장과 이 지사는 10일 경북도청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주낙영 경주시장과 4자회동을 갖고 이건희 미술관과 바이오 랩에 대한 상호협력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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