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줄었지만, 손자회사로 지배력 확대
돈 덜들고 설립 쉬워, 지주사 평균 현금만 1.7조
대기업 지주회사 현황 … "벤처투자 활용 필요"
지난해 대기업 지주회사는 164개로 소폭 줄었지만, 손자회사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평균 1조7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주회사 164개로 3개 감소 = 1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지주회사는 164개로 전년(167개)보다 3개 줄었다. 공정위는 3월 결산법인 1곳을 제외한 163개 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소속회사 및 재무현황을 분석했다.
자산 총액 5조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는 46개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고 볼 수 있는 '전환집단'은 26개로 한 해 전보다 2개(반도홀딩스, 아이에스지주) 늘었다. 지주회사를 설립하더라도 일부 계열사는 지주사 체제에 편입하지 않을 수 있는데, 공정위는 지주회사 소속 회사의 자산이 전체 자산의 50% 이상일 경우 전환집단으로 분류한다.
전체 지주회사에 소속된 회사 수는 2020개로 지주사들은 평균적으로 12.4개의 소속사를 지배하고 있었다. 자회사가 5.5개, 손자회사는 6.2개, 증손회사는 0.7개다.
◆손자회사 늘리는 게 효율적? =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손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보다는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대폭 늘리는 방식이 되면 총수일가가 적은 자본으로 큰 지배력을 갖게 되는 구조가 된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은 평균적으로 33.3개(총 866개)의 회사를 지배하고 있었고, 자회사는 10.3개(31.1%), 손자회사 20개(60.2%), 증손회사 2.9개(8.8%)였다.
평균 자회사 수는 한 해 전보다 하락(10.9→10.3개)했지만 평균 손자회사 수는 증가(손자 19.8→20.0개)했다. 평균 증손회사 수는 동일했다.
공정위는 "상대적으로 자회사·증손회사보다는 손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해 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공정거래법 개정에 12월 30일부터 신규 지주회사 및 신규 편입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이 상향되는 만큼 앞으로 소유 및 지배구조 괴리 문제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도 "손자회사는 자금 여력이 있는 자회사가 출자를 하므로 설립에 따르는 부담이 덜하다"며 "지주사가 손자회사 단계에서 계열 확장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금자산 늘린 지주사 = 분석 대상 지주회사 163개의 평균 자산총액은 2조1598억원으로 전년(1조9967억원) 대비 1631억원 증가했다. 평균 부채비율은 35.3%로 전년(33.9%)과 비슷했다.
특히 전환집단 소속 일반 지주회사는 평균 1조7250억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3개월 내 현금화 가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총 41조4000억원에 달했다.
전환집단의 지주회사 편입률(전체 계열사에서 지주회사 편입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78.1%였다. 전체 1092개 계열사 중 853개가 지주회사 체제 안에 있었고 체제 밖에는 239개가 있었다.
신용희 공정위 지주회사과장은 "지주회사가 보유한 자금이 벤처투자 등 건전한 활동으로 이어지게 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말부터 일반지주회사의 기업주도형 벤처 캐피탈(CVC) 보유가 가능해짐에 따라, 유보자금이 CVC를 통한 벤처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