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 코인 거래소 위장계좌와 전쟁 중"

2021-07-01 11:32:13 게재

FIU, 9월까지 상시 조사 … 은행 막히자 저축은행·상호금융·우체국 등으로 이동

금융회사들이 가상자산거래소의 위장계좌를 조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좌를 사용하지 않는 중소 규모의 거래소들이 위장계좌, 타인계좌 개설과 중단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금융회사들이 거래소들의 위장계좌를 막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며 "은행의 모니터링 강화로 거래 중단 사례가 늘면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우체국 등으로 계좌를 옮긴 경우도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빅4, '트래블룰' 공동대응 국내 4대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이 내년 3월 발효될 가상자산 '트래블 룰'(Travel Rule)에 공동 대응할 합작법인(조인트벤처·JV)을 설립하기로 지난달 29일 합의했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전송 시 송수신자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하는 의무를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부과한 규제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FIU는 전날 '가상자산사업자 등 현안 관련 유관기관 협의회' 1차 회의를 열고 거래소의 위장계좌, 타인계좌, 집금계좌에 대한 모니터링과 전수조사, 조치 상황을 점검했다.

협의회에는 은행연합회·금투협회·생보협회·손보협회·여신전문협회·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신협중앙회·저축은행 등 15개 금융 유관기관이 참여했다. 요구불예금 계좌를 발급하는 금융회사 수천 곳이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금융회사들은 전담인력을 구성, 중소거래소들의 홈페이지에 일일이 접속해 집금계좌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위장계좌와 타인계좌 등을 찾아내 거래중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FIU는 거래소들이 위장계열사 명의, 법무법인 명의, 임직원 명의, 상품권 구입을 통한 간접 집금계좌를 여전히 운영하고 있으며 수사를 받고 있는 일부 거래소들이 사업자명을 바꿔 새로운 위장 집금계좌를 만들어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집금계좌는 거래소가 이용자와의 거래를 위해 금융회사에 개설한 계좌를 말한다.

FIU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거래소명과 집금계좌명이 다른 경우는 불법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것으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위장계좌와 타인명의 계좌를 이용하는 것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금융회사들은 이같은 계좌를 거래중단하고, FIU는 의심거래(STR)의 경우 곧바로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해당 기관의 계좌가 자금세탁 사건 등 범죄에 연루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소거래소의 집금계좌 발급을 엄격하게 제한하면서 거래소들이 위장계좌를 개설하고 있다.

FIU 관계자는 "위장계좌는 대포통장이나 마찬가지"라며 "거래소들이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데드라인인 9월 24일 이전까지는 전수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가상자산거래소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신고기한 만료일인 9월 24일까지 한시적으로 영업을 하면서 고객 예치금을 빼돌리고 사업을 폐쇄할 수 있다. 그 때까지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업체들은 법에 따라 불법영업이 된다. 하지만 신고를 위해서는 은행의 실명계좌 확인을 받아서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확인을 받은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은행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빅4 거래소들은 현재 은행들로부터 실사를 받고 있어서 신고·수리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업체들은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FIU는 "예치금 횡령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상자산사업자 집금계좌에서 예치금 등 거액이 이체되는 경우, 지체 없이 의심거래(STR)로 FIU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FIU는 금융회사들에게 내부직원과 연계된 부정대출, 투자금 횡령, 수탁자산의 불법운영 등 자금세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며 자금세탁방지 내부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또한 금융회사들이 대출, 투자, 자산수탁 운용 부문에서 자금세탁 및 불법 금융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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