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건설산업

건설업 고령화, 50·60대↑ 20·30대↓

2021-08-03 11:32:15 게재

20년새 40대 이상 21.0%p 증가 … 청년층 기피한 자리에 외국인노동자 증가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취업자 규모가 2020년 202만명으로 제조업(438만명) 다음으로 크고, 취업유발계수가 10.8명(2019년)으로 제조업(6.2명)보다 높은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산업이다. 취업유발계수는 10억원의 재화를 만들 때 해당 상품을 포함한 모든 상품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수이다. 또한 높은 전·후방 생산유발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기간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법 재하도급 등에 의한 공사비 하락과 다단계 도급구조로 인한 △낮은 임금 및 복지수준 △낮은 고용안정성 △높은 안전사고 위험 △외국인력의 내국인 일자리 잠식 등으로 청년층이 취업을 기피하면서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제4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통해 △전자카드제 △건설 기능인등급제 △적정임금제 등을 도입키로 하는 등 일자리의 질 향상과 관련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실효성을 갖추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과 싸우는 건설노동자│전국 곳곳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7월 20일 인천 중구 운남동 SK에코플랜트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현장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산업 취업자는 2020년 기준 약 201만6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7.5%를 차지한다. 그런데 건설근로자의 절대다수인 건설기능인력의 절반 이상(56.3%)이 50대 이상으로 고령화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00년 이후 20년간 고령층 노동자가 늘고 청년층은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50대는 2000년 19.4%에서 2020년 36.2%로 16.8%p, 60대 이상은 5.4%에서 20.1%로 14.7%p 증가했다. 하지만 30대는 28.2%에서 12.9%로 15.3%p, 20대 이하는 13.0%에서 7.4%로 5.6%p 줄었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장은 "육체노동을 수행하는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는 품질 및 생산성 저하, 산업재해 증가, 건축물 생애주기비용(유지·보수, LCC) 증가, 젊은 층으로 숙련기술 전수 단절에 따른 숙련인력 기반 약화, 나아가 건설산업 생산 인프라의 붕괴를 우려할 정도에 이르렀다"며 "건설기능인력의 고령화를 초래한 직접적인 요인은 지속된 '청년층의 진입 기피'"라고 강조했다.

청년층의 건설현장 진입을 기피 원인은 무엇일까. 근로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대표되는 '직업전망 부재'와 임금체불 및 중간착취, 유급휴일 부재, 장시간 근로, 산업재해 다발, 노후대책 미흡, 근로복지 소외 등으로 표현되는 '열악한 근로조건'을 꼽았다.


이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2015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건설현장 노동력 현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청년층의 건설현장 기피 원인으로 '직업전망이 없다'(25.0%)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항상 일자리가 불안하다'(21.6%), '작업환경이 위험하고 더럽다'(14.2%), '노후대책이 없다'와 '1년간 임금이 너무 낮다'(13.5%) 등이 뒤를 이었다.

청년층이 기피하면서 건설현장은 외국인근로자로 채워지게 된다. 특히 불법(미등록) 외국인근로자는 저임금을 무기로 내국인 일자리를 대체할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 센터장은 "불법 외국인근로자는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임금체불 및 중간착취, 산재 미보상, 사회보험 미적용 등을 감내한다"며 "이는 일자리를 얻으려는 내국인 근로자도 역시 그와 유사한 수준의 근로조건으로 내몰리게 한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인적자원개발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현재 건설현장의 외국인근로자는 31만여명으로, 이 가운데 80%인 불법근로가 25만명으로 추정됐다. '직업전망 부재 및 근로조건 악화→ 청년층 기피→ 고령화 심화→ 외국인 특히 불법 외국인 증가→ 직업전망 부재 및 근로조건 악화→ 청년층 기피' 식으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청년층 기피, 숙련기술 전수 단절로 = 청년들의 건설현장 기피현상은 '숙련기능 전수의 단절'로 이어져 건설생산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다. 건설공사의 특성상 기능인력 작업은 표준화하기 어렵고 기계화 및 자동화로 숙련인력을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외국인근로자는 언어소통과 체류기간 문제가 있어 숙련인력에 도달하기 어렵다. 선배 숙련인력이 은퇴 또는 이직 등으로 사라지면 청년층에게 전수할 대가 끊긴다.

건설현장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 구조도 일자리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 역시 청년층의 건설현장 진입을 막는다.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공사비와 노무비가 삭감된다. 이는 저임금 미등록 외국인근로자 선호와 맞물리면서 안전은 무시된다.

6월 9일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시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참사가 대표적이다. 이 현장에서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당초 공사비가 85%나 깎인 것으로 조사됐다. 심 센터장은 "대체로 '제 살 깎기' 저가수주 경쟁으로 다단계 하도급을 거치면서 '100원→ 82원→ 63원 54원'식으로 실공사비가 삭감된다"며 "부족한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 높은 노동강도를 유발하는 무리한 공기단축, 저임금 외국인 미등록 체류자 투입, 저가 자재 사용 부실시공 등 온갖 편법이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민주·한국노총 건설노조 일자리 다툼 = 건설현장의 저임금 미등록 외국인근로자 선호는 내국인 일자리 감소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건설노조 사이의 일자리 다툼으로 이어진다. 지난 2월 22일 강원 원주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양대노총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일자리를 놓고 충돌하면서 20여명이 다쳤다. 1월 말에는 인천 서구 청라동의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각 노조는 자기 조합원을 더 배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그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내국인 근로자 일자리 부족으로 양대노총 조합원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부터 건설 일자리가 외국인노동자들에 의해 잠식되면서 양대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수는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우상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은 5만1690여명으로 2017년 3만9000여명에 비해 1만2000여명 늘었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조합원도 같은 시기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중소전문건설업체의 관리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한민국 악의 축 건설노조(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그들의 갑질을 막아 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없는 게 아니다. 청년층 취업난과 맞물리면서 건설관련 특성화고 학생들이 건설업 진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실시한 2015년 졸업 예정인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건설업계로 취업할 계획이라는 응답이 46.7%로 대학에 진학(13.3%)보다 3배나 많았다. 조금 오래된 통계이기는 하지만 청년층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도 비슷한 추세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건설기능일에 종사하는 30대 이하가 2000년 31.2%에서 2017년까지 16.5%로 감소하다가 2018년부터 상승해 2020년 20.3%로 증가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심 센터장은 "현장의 여건만 개선된다면 특성화고 학생들이 조기에 건설업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청년층에게 명확한 직업전망과 근로조건 개선, 교육훈련의 현장성 제고가 필요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임금지불능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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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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