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선진국 시민도 식량위기
FT "UN 2014년 조사 이래 유럽 북미 식량 불안정 급증"
물론 개발도상국 또는 저개발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기는 하다. UN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인구 1/3이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개의 선진국들은 가난한 나라들과 달리 국가가 지원하는 복지안전망을 갖고 있다.
'UN세계식량계획' 수석경제학자인 아리프 후사인은 "그럼에도 경제선진국 내 많은 취약계층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강타당했다"며 "선진국에서 복지안전망 밖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고통받았고,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개 자영업자들 또는 임시계약직들이다. 보험 기반 실업수당이나 요양급여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비공식적 경제에서 일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빈곤선 아래 놓인 이 나라의 국민 수는 전년 대비 22% 상승해 560만명에 달했다. 10명 중 한 명꼴이다. UN 산하 '영양불균형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기구'(GAIN) 이사장 로렌스 하다드는 "이에 따라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자선단체나 푸드뱅크와 같은 비정부기구 역할이 커졌다"고 말했다.
'유럽푸드뱅크연맹'(FeBa)에 따르면 연맹 회원들은 2020년 약 1300만명의 식사 공급을 도왔다. 약 86만톤의 식료품이 분배됐다. 사람 수로는 전년 대비 35%, 식료품 양으로는 12% 늘었다. FeBa 사무총장 안젤라 프리고는 "올해도 이 수치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식료품을 원하는 수요는 계속 상승세"라고 말했다.
빈민들에게 식료품과 돌봄, 교육을 제공하는 이탈리아 '알베로 델라 비타'(생명의 나무) 재단은 사무총장 이자벨라 카나파노는 "지난해 우리가 돕는 가정의 숫자가 4배 늘었다. 1000가정이 넘었다"며 "사람들은 종종 선진국에선 빈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빈곤은 실제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많은 가정의 형편이 갑작스레 악화됐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것도 갖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며 "특히 이탈리아의 비공식적 경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취약하다. 국가 안전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미 전역의 푸드뱅크 네트워크인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55% 많은 사람들이 푸드뱅크에서 음식을 제공받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해 4500만명의 미국인이 식량 불안정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는 5000만명의 사람들이 식량 불안정 위기를 겪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일리노이대 농업·소비자경제학 교수인 크레이그 건더슨은 "현재 식자재 가격의 급등세는 당시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코로나19 팬데믹보다 팬데믹 이후가 더 걱정이다. 정부의 모든 부양책들은 인플레이션을 이끌어 식량가격을 치솟게 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취약계층 가정에 엄청난 부담이 가해진다"고 우려했다.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식료품 가격은 최근 치솟았다. 핵심 식량수출 국가에서 가뭄이 일어나고 일부 국가와 기업이 식량사재기에 나서면서다.
농산물과 식량 수입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들은 가격 상승에 충격을 받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선진국들도 곧 그 여파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학자 크리스티안 보그만스는 "농산물 생산자 가격이 2008년 이래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밀어올리는 강력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진국 내 소비자 식량 가격은 2022년 말 평균 4.5%p 상승할 것"이라며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쓰는 EU와 미국은 추가적인 물가 인상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미국 곳곳의 건조한 기후 조건은 소비자 식량 가격을 상승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시점에서는 정확히 계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아구제 전문가들은 선진국 내 기아와 빈곤의 증가하면 그보다 더 가난한 국가들에 대한 대외원조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UN세계식량계획의 후사인은 "기아와 빈곤에 대응하는 전세계 국가들의 집단적인 대응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빈곤 대처 수요는 늘고 있지만 그같은 수요에 대처할 선진국의 자원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