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들, 엔비디아에 도전장
2021-08-12 11:23:24 게재
차이신 "범용 그래픽처리장치 투자 호황 …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이 관건"
여러곳의 중국 선두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서구 선진 반도체 기업들의 베테랑 임직원들을 영입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중 하나는 AI 반도체 제조사 '일루바타 코어엑스'다. 2015년 창업한 일루바타는 올해 3월 7나노미터 공정제조로 중국의 첫번째 범용GPU를 공개했다.
또 다른 기업은 100억위안(15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상하이 소재 '비런커지'(Biren Technology)다. 이 기업은 2019년 창업 이후 40여명의 벤처투자가들로부터 47억위안의 투자금을 받았다. 힐하우스캐피털과 월든인터내셔널차이나, BAI캐피털 등이 주요 투자자다.
지난해 창업한 '메타엑스IC'는 라이트스피드차이나와 세쿼이어캐피털, 쩐거펀드 등으로부터 상당한 투자금을 획득했다. 메타엑스의 창업자 2명 모두 미국 반도체 기업 'AMD' 출신이다. 신참기업인 '무어스레드테크놀로지'는 창업 100일도 안돼 두 차례에 걸친 투자설명회에서 수십억위안을 모았다.
중국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상당한 자본을 모으고 커다란 기대감을 주고 있지만, 투자자와 해당 기업 CEO들 모두 '엔비디아와 같은 거물기업에 맞서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점을 인정한다.
한 반도체 투자자는 차이신에 "기껏해야 1~2개 정도 스타트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비견될 만한 환경을 구축하려면 수십억달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루바타의 의장 겸 CEO인 댜오스징은 "우리는 일단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제품을 반복해서 생산해야 한다"며 "첫 제품으로 세상을 놀래키거나 업계를 휘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끊임없는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도전자들
클라우드컴퓨팅과 빅데이터 제공업체인 '낭조정보'(Inspur)의 CEO이자 수석과학자 왕은동은 "그럼에도 중국 스타트업들은 막대한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며 "딥러닝을 구현하기 위한 AI컴퓨팅칩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왕 CEO는 "2020년 범용GPU처럼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설계된 특수집적회로인 AI가속칩이 수십년 동안 지배자로 군림한 중앙처리장치(CPU)의 컴퓨팅을 능가했다"며 "AI가속칩은 2025년이 되면 전반적인 연산력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0년 동안 GPU를 인공지능 프로세싱의 표준으로 만들면서 AI기술에서 주도권을 잡았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5년 동안 25배 이상 늘었다. 시가총액 5000억달러에 육박한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에 이은 2위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지난 6월 2일 차이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GPU 100억달러를 투자하면서 한우물을 팠다"며 "날로 거대해지는 GPU시장에 수많은 경쟁자들이 뛰어드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카고 소재 기업로펌 '캐튼 뮤신 로즌먼'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1400억위안 이상의 벤처투자금을 끌어들였다. 이전까지 가장 핫한 투자처였던 '인터넷' 부문을 뛰어넘었다. 올해 1~5월 약 164곳의 중국 반도체 기업이 각종 투자를 유치했다. 총액은 400억위안이 넘는다. 캐튼 뮤신에 따르면 이는 2019년 전체 기간 투자액에 육박한다.
중국 반도체 스타트업의 새로운 물결은 상하이 소재 비런커지가 이끌고 있다. 이 기업 창업자 마이클 장은 AI스타트업 '센스타임'의 전직 대표이자 미국 변호사였다. 장 CEO는 최고기술책임자에 마이크 홍을 앉히는 등 미국 반도체업계 베테랑들을 경영진에 포진시켰다. 홍 책임자는 2016년 화웨이의 미국 GPU 연구개발팀을 구축한 바 있고 엔비디아에 몸 담기도 했다.
비런커지는 2019년 11월 사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로 엔비디아와 삼성, 알리바바에서 일했던 쉬링지예는 내년 7나노미터 범용GPU 첫 제품을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AI컴퓨팅에 대한 주요 인터넷기업들의 수요는 매년 40% 이상씩 늘어나고 있다"며 "매년 기존 서버의 1/3이 교체된다고 보면 기업과 정부가 발주할 물량은 거대하다"고 말했다.
비런커지와 마찬가지로 상하이 소재 메타엑스와 일루바타 역시 AMD에서 일했던 베테랑들로 팀을 꾸려 범용GPU 영역에 뛰어들었다. 2020년 10월 창업한 베이징 소재 무어스레드도 마찬가지다. 이 기업 CEO 잠스 장은 엔비디아의 중국시장 총괄매니저였다.
미래를 건 싸움
범용GPU 시장은 여전히 초창기다. 벤처투자사 '윈리얼 인베스트먼트'의 창업파트너 류홍천에 따르면 중국 스타트업들이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주요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직면한 또 다른 도전과제는 지적재산권과 함께 화웨이나 알리바바, 바이두와 같은 중국 거대 기술기업과의 관계다. 이 기업들 모두 자체적인 반도체 사업부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전문가는 차이신에 "거대기술기업들이 스타트업들을 친구로 여길지 적으로 여길지 아직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엔비디아와 경쟁하려면 장기적 비전을 갖고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엔비지아는 2006년 병렬 컴퓨팅 플랫폼 '쿠다'(CUDA)를 선보였다. 또 엔비디아 GPU를 탑재한 노트북만 있으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개발도구도 선보였다. 엔비디아는 지난 10여년 동안 학교와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쿠다를 적극 판촉했다. 기후변화 시뮬레이션, 지진데이터 처리 등이 엔비디아 플랫폼에 기반해 개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중국 GPU 제조사들은 쿠다와 호환 가능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동시에 자체적인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그 위에 얹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AI 스타트업 '엔플레임 테크놀로지'의 중간관리자는 "사용자들이 일단 쿠다에 익숙해지면,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노보그룹의 벤처투자 자회사 '레노보 캐피털'의 상무 제프리 왕은 "어떤 생태계도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GPU에 발을 들이는 반면 엔비디아는 CPU와 데이터처리장치(DPU) 진출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영국 소재 반도체 기업으로 일본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Arm'을 400억달러에 인수하는 거래를 타결했다. 이 거래는 미국과 영국 중국 등의 승인 심사를 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4월 이스라엘 반도체기업 '멜라녹스'를 69억달러에 인수한 뒤 같은 해 10월 첫번째 DPU를 선보였다.
차이신은 "업계 전문가들은 엔비디아가 CPU와 DPU에 온 힘을 쏟는다면 중국 GPU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따라잡을 기회가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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