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업체에 갑질한 쿠팡 "당시엔 시장 3위 업체" 변명
최저가 경쟁하면서 마진 손실 줄이려
납품업체에 "다른 몰 가격인상" 압박
불응 땐 쿠팡사이트에서 상품 제외해
공정위 "유통업체가 갑" 과징금 33억
쿠팡이 최저가 경쟁을 위해 G마켓 등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을 올리려고 납품업자를 압박, 30억대 과징금을 내게 됐다. 거래 상대방이 대기업 제조업체여도 온라인 유통업자가 우월적인 힘을 갖고 갑질을 했다고 공정위가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은 "당시 쿠팡은 시장 3위 업체였으며 LG생활건강이 타유통업체에 비해 쿠팡에 더 비싸게 팔아 공급가 인하를 요청한 것이 발단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공정위 제재에 불복, 법원에 항소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정위 판단은 다르다. 상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가 대기업이고, 온라인 유통업체 규모가 더 작더라도 현실적으로 유통업체가 우월적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0일 "2년여 조사과정에서 쿠팡이 LG생활건강뿐만 아니라 여러 대기업(제조업체)에도 납품 갑질을 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에도 갑질 =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쿠팡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이번 사건은 온라인 유통업자도 백화점,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처럼 우월적 힘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첫 사례다.
쿠팡은 G마켓이나 11번가에서 할인을 하면 납품업자에게 경쟁 온라인몰의 판매가격 인상을 요구했다. 최저가 경쟁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마진손실을 줄이기 위해 총 360개의 상품을 이 런 방식을 통해 관리했다. 납품업자가 쿠팡의 요구를 따르지 않으면 쿠팡 사이트에서 상품을 제외하거나 발주를 받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조홍선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납품업자의 경영활동에 부당하게 간섭했고 가격경쟁을 막아 판매가격이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최저가 경쟁을 하면서 다른 온라인쇼핑몰의 상품가격을 올려 결국 소비자들의 편익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가격인하 부담 납품업체에 떠넘겨 = 더구나 쿠팡은 최저가 정책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납품업자에게 광고를 구매하도록 요구했다. 예를 들어 11번가가 공급가격이 6000원인 제품의 판매가격을 1만원에서 8000원으로 인하하면 쿠팡도 최저가 정책에 따라 8000원으로 낮춘다. 이 과정에서 마진이 4000원에서 2000원으로 줄어들면 쿠팡은 납품업자에 광고를 강매해 손실을 충당했다는 것이다.
판매 촉진비용을 떠넘기기도 했다. 소비자에게 다운로드 쿠폰 등 할인혜택을 주는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할인비용 약 57억원을 전액 납품업자가 부담하도록 강요했다. 계약에 판매장려금 관련 약정이 없었지만 성장장려금 명목으로 납품업자에게 104억원을 받기도 했다.
쿠팡은 공정위 조사·심의 과정에서 LG생활건강, 유한킴벌리, 매일유업, 남양유업, 쿠첸 등 8개 대기업 납품업체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유통업체가 납품업체보다 갑의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다.
◆쿠팡 "우월적 지위 아니다" = 이에 대해 쿠팡은 "일부 대기업 제조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쿠팡과 같은 신유통 채널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가격을 차별한 것이 본질"이라며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입장문을 통해 "쿠팡이 생활용품업계 1위 LG생활건강에 대해 거래상 우월적 지위가 있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했다. 또 "일부 대기업 제조사와 대형 유통업체들이 시장 지배적인 위치를 활용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해온 반면 쿠팡은 IT를 기반으로 온라인 직매입 방식을 도입한 혁신기업으로 공정한 가격을 제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 "국내 1위 생활용품 기업인 LG생활건강은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이용해 주요 상품을 쿠팡에게 타유통업체 판매가격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오랜 기간 공급을 해왔다"며 "이에 대해 공급가 인하를 요청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밝혔다. 쿠팡은 "사건이 발단이 된 2017년~2018년 당시 쿠팡은 G마켓과 11번가에 이은 온라인 시장 3위 사업자였다"고 강조했다. 당시 대기업이었던 LG생활건강이 온라인 유통업체인 쿠팡 길들이기를 한 것이란 주장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LG생활건강이 지난 2019년 6월 대규모유통업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하면서 비롯됐다.
쿠팡의 직매입 판매 구조인 '로켓배송'에 샤프란 등 세제와 샴푸, 바디워시, 기저귀 등의 생활용품, 코카콜라 등 음료를 납품했던 LG생활건강이 쿠팡의 판매단가 요구와 할인 행사 판매촉진비 100% 떠넘기기, 쿠팡 광고 요구 등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를 한 것이다. 당시는 자체적인 물류망을 통해 익일배송, 당일배송 등으로 독보적인 배송 모델을 갖고 있던 쿠팡의 '로켓배송' 점유율이 급성장하던 상황이었다. 이후 LG생활건강과 쿠팡은 거래가 끊겼고 여전히 로켓배송에 LG생활건강의 제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