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땅부터 확보' 투자는 외면
롯데, 부산 107층 약속 휴지조각
태영, 경주 골프장만 짓고 뒷짐
지자체 각종 편의제공 끌려다녀
대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들과 약속한 투자유치계획을 외면하고 있다. 지자체는 애초 화려하게 업적홍보를 했지만 기업들은 각종 이유를 들며 투자를 미루고 있다. 민간기업들이 지자체의 행정지원을 받고 알짜사업만 추진하며 영업이익은 물론 부동산 가치 상승 등의 실리만 챙긴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의 부산경남 사업은 장기표류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그룹은 1995년 중구 중앙동의 옛 부산시청사 부지와 수면매립지에 '롯데타운' 건설 계획을 세웠다. 107층 높이의 마천루 롯데타워, 백화점, 마트 등이 들어서는 거대 프로젝트였다. 롯데그룹은 '관광유람 및 공공용지'조성을 조건으로 주변 공유수면 1만 400㎡매립도 승인받았다.
상권 피해를 우려하는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의 반대에도 부산시는 사업을 허가했다. 부산시의 랜드마크 건립이 명분이었다.
이후 롯데백화점 광복점(2009년) 아쿠아몰(2010년) 마트(2014년) 등의 상업시설이 순차적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핵심 시설인 롯데타워는 1층도 못 올린 상태다. 2013년 터파기 공사를 마무리한 뒤 모든 공사가 중단됐다.
급기야 2019년 롯데그룹은 기존 건설계획을 백지화했다. 당초 약속했던 107층(510m)에서 60층 규모(380m)로 층수를 낮추고 주거시설 대신 공중수목원이 들어선 전망대로 개발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비슷한 사례는 인근 경남에서도 진행 중이다.
롯데는 경남 김해시 장유면 신문리 일대 87만8415㎡에 호텔과 워터파크, 실내 스키장, 백화점, 쇼핑몰 등을 건립해 경남, 부산은 물론 일본 관광객까지 유치한다는 계획으로 지난 1996년에 경남도와 '김해관광유통단지'조성협약을 맺었다. 당초 1998년 완공 목표였지만 25년이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김혁규 당시 경남지사 시절 맺은 협약은 휴지조각이 된 지 오래다. 크고 작은 사업계획을 변경한 것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롯데측은 '돈 되는' 시설만 야금야금 조성했다.
아울렛과 워터파크가 2008년과 2015년에 문을 열었다. 3단계 사업은 5년째 표류 중이다. 총 11개 상부시설 중 3단계 사업은 총 6개로 54.54%를 차지하고 있다. 스포츠센터 테마파크 호텔 콘도 종업원숙소 대형마트로 구성돼 있어 관광유통단지 기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롯데측은 또 다시 경남도와 김해시에 적자를 이유로 사업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태영그룹의 경주 투자약속도 장기간 지연되고 있다.
태영그룹은 2016년 5월 옛 도투락목장 부지 일대와 보문단지 일대에 1조2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경북도, 경주시 등과 약속했다.
694만㎡의 천북관광단지조성에는 8200억원을 투자해 호텔, 에코랜드, 수목원, 골프장, SBS촬영시설 등을 건설하기로 했다. 43만㎡의 보문단지 천군동 일대에는 2000억원을 투자해 최고급 보문빌리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현재 태영그룹은 골프장 외에 다른 사업에 대한 투자는 미루고 있다. 천북관광단지조성은 2018년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2019년 7월 경주시에 관광단지 지정신청을 했다가 환경영향평가과정에서 2020년 5월 지정신청을 철회해 지연되고 있다.
보문빌리지도 2017년 3월 각종 영향평가를 완료하고 경주시로부터 기본계획 승인을 받아 2019년 2월 개발행위 허가까지 냈으나 지난해 11월 경기침체를 이유로 1단계와 2단계로 개발계획을 변경, 착공을 미루고 있다.
태영의 투자약속 대부분이 지연되고 있는데도 골프장은 재빠르게 건설됐다. 당초 18홀 규모는 24홀 규모로 커졌다. 경주시는 골프장 건설과정에 산림을 무단으로 훼손한 사실을 적발하고 행정조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준공허가를 내줘 특혜시비가 일고 있다.
경주 출신 최병준 도의원은 "천북관광단지지정 신청 철회 당시 태영의 투자약속 이행과정을 점검하고 당초 약속대로 투자가 이행되도록 철저하게 관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며 "투자양해각서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기업과 지자체간의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체결된 만큼 차질없이 계획대로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영 관계자는 "보문빌리지는 경주와 포항지진 등의 돌발변수도 발생했고 수요도 조사에서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돼 잠정적으로 연기됐고 관광단지는 환경영향평가 준비와 보완으로 지연됐고 최근 'ESG' 경영추세에 따라 친환경적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용역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