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 폭로·진실공방 반복

2021-10-29 12:07:57 게재

수사 장기화되며 대선 판도에 영향 … 유권자들 의혹 난무에 혼란

내년 3월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제기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가운데 관련 폭로가 잇따르고, 이에 따른 진실공방이 이어지면서 유권자들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특히 일부 관련자들이 추가 폭로를 예고하고 있어 검·경이 공정성을 담보한 수사 성과를 하루빨리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검·경 안팎에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초대 사장인 황무성씨가 공개한 사퇴 압박 녹취록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
대장동 '현수막 대결'│지난 5일 경기도 성남 판교 대장 도시개발사업구역과 성남시청 인근에 더불어민주당(위쪽 사진)과 국민의힘이 내건 현수막이 각각 걸려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황 전 사장이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과 2015년 2월 6일 나눈 대화 녹취록에 따르며 유 전 본부장은 황 전 사장에게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 시장님 얘깁니다. 왜 그렇게 모르십니까"라며 사퇴를 종용한다. 또 '정(진상) 실장과 유동규의 뜻'이라는 언급도 나온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두 사람의 해석은 정반대다. 황 전 사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당시 성남시장)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뜻대로 하기 위해 최측근인 정진상 정책실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을 시켜 자신을 축출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유 전 본부장은 단순 전달자라는 것이 황 전 사장의 시각이다.

반면 유 전 본부장은 사기죄 피소가 황 전 사장에게 사직을 종용한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는 28일 언론에 공개한 입장문에서 "우연한 기회에 황 전 사장의 사기죄 기소사실을 알게 돼 그나마 친분과 인연이 있는 사람으로서 성남도시개발공사나 본인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사퇴를 건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전 사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 취임한 2013년 3억5000만원 사기 혐의로 입건됐고 재직 중인 2014년 6월 기소됐다. 공사 측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사장 신분으로 1심 형사재판에 4차례 참석했다. 다만 1심 선고는 퇴임 뒤인 2016년 8월 이뤄졌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목을 이유로 사퇴 압박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정진상 실장 등과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황 전 사장이 사퇴 불가 의사를 굽히지 않아 그들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그는 "황 전 사장이 조용히 사퇴하는 것이 양측에 모두 좋다고 판단한 와중에 녹취록 내용과 같이 과도하게 권유한 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 전 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자신의 사퇴에 시장 등이 개입했을 거라는 의혹을 다시 제기하며 "특검을 받아들이라"고 촉구했다. 그리고 사기죄와 자신의 퇴임은 무관하다고 항변했다.

진실공방의 중심에 선 두 사람 인연의 시작은 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현대건설 출신으로 2008~2009년 한신공영에서 또 한솥밥을 먹었다. 황 전 사장은 한신공영의 전문경영인으로, 유 전 본부장은 상무를 지냈다. 황 전 사장의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임명의 배경에도 공모 참여를 권유한 유 전 본부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시절 누구보다 가까웠을 수십 년 지기 건설업계 선후배가 진실 공방의 창과 방패로 등장해 상대를 추락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모양새다.

또한 이재명 후보가 조직폭력배 돈 20억원을 받았다는 성남 국제마피아파 전 조직원 박철민씨 폭로도 진실공방 중이다.

앞서 박씨는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돈다발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이중 1장이 2018년 11월 본인 페이스북에 올렸던 사진으로 밝혀지면서 그 신빙성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박씨 주장을 부인하는 관련자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녹취록에는 박씨가 돈 전달 심부름을 했다고 지목한 A·B씨를 박씨 변호인인 장영하 변호사가 만나 나눈 대화가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장 변호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세에 몰리자 박씨는 26일 장 변호사를 통해 옥중에서 추가 증거를 공개했다. 박씨가 이날 공개한 돈다발 사진은 앞서 공개한 2장과는 다른 것이다. 박씨는 해당 사진에 나온 돈은 총 3억7000만원이라며 이 전 지사와 모 경찰 한 명에게 나눠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추가로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겠다는 예고도 남겨 이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선거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초기 대응 부실로 수사가 대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겠다는 검·경의 당초 계획은 물거품이 될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내년 대선의 판도에 수사 진행 사항과 의혹 관련자들의 폭로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스스로도 공정성과 수사력을 둘러싼 논란에 빠진 수사기관들이 빠른 시간 내에 잇단 폭로의 진실 여부를 가려줄지도 관심사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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