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도시 서울' 균형발전이 답이다│4. 코로나로 심화된 교육불균형

교육예산, 강남 187억 vs 금천 33억 … 서울 사교육기관 31% 강남에 몰려

2021-11-10 12:53:07 게재

학교 의존도 높은 강북, 코로나로 격차 심화 … 방과후학교, 무상급식처럼 무상으로 바꿔야

양극화 주범, 강남북 교육격차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1항에 따라 국민 모두는 공정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학생 자신의 노력이 아닌 태어난 동네, 부모의 재력 등 외적 변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교육 기회 차이가 부의 대물림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한 아이는 노동 시장에서 우대를 받고 또다시 부를 축적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대를 지날수록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지며 양극화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강남에 집중된 교육 인프라 = 서울 내 교육 불균형은 1970년대 강북 명문고의 강남 이전 및 고교 평준화로 생긴 이른바 '8학군'시대에서 비롯됐다.

강북 소재 15개 학교를 강남지역으로 이전 시켰고 이 과정에서 학교용지 불하와 행정·재정적 지원을 몰아줬다. 추첨제 입학을 기본으로 한 고교평준화 도입 및 동일학군 내 진학원칙은 강남 8학군 조성의 근간이 됐다.

이 결과 교육 인프라의 강남 초집중 현상이 벌어졌다. 자녀의 좋은 대학 진학이 부모의 목표가 된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이사 등 다른 모든 가족의 삶을 결정하는 최우선 요소였다. 8학군 진학을 위한 위장전입, 이로 인한 인구유입, 자산 이동은 기형적 교육 현실을 낳았다.

자치구별 평균 학교수가 강남지역은 74개인데 비해 비강남지역은 52개로 20개 이상 차이가 난다. 학원·독서실 등 서울 전체 사설교육시설 중 31%가 강남지역에 몰려있다. 관련 시설이 가장 적은 용산구(175개)와 강남구(2246개) 차이는 12배나 된다.

누적된 격차와 이로 인한 지역별 자산 격차는 예산 차이로 이어졌다. 강남지역 교육재정 지원규모가 비강남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아지면서 교육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2018년 기준 강남지역 자치구의 평균 교육지원예산은 139억원인데 반해 비강남지역은 71억원에 불과했다. 개별 자치구를 들여다보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강남구는 187억원이지만 금천구는 고작 33억원이다. 같은 서울 지역 안 두 자치구 차이가 6배에 달한다.

돈이 교육 불균형을 낳고 벌어진 격차가 다시 예산을 불러오는 현상은 자치구별 교육경비 보조금 편성에서도 확인된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보조금 편성액 상위 5곳은 강남 송파 노원 양천 서초 순이다. 학원과 학교가 밀집된 이른바 교육특구들이다.

◆코로나로 심화된 교육 불균형 = 서울 내 교육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킨 건 코로나19 사태다. 학교가 문을 닫고 모든 수업과 비교과 활동마저 원격으로 전환하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온라인을 통해 비슷한 수준의 교육 콘텐츠가 제공된다해도 학습성과는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 진단이다.

강북 지역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는 "수업을 위한 IT 기기를 갖고 있지 않거나 심지어 인터넷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은 가구가 제법 된다"고 말했다.

강남은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반면 강북은 학교 의존도가 높다. 그만큼 코로나로 인한 학습 및 교육환경 결손이 강북 지역 학생들에 집중돼 있다. 감염병 사태가 '약한 고리를 더 파고 든다'는 명제가 교육 분야에서도 확인된 셈이다.

◆불균형 해소, 무료 인강만으론 부족 = 서울시는 2019년 3월 강남북 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한 주요 정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강북지역 고교를 위한 대학연계 강좌 개설, 비강남지역 29개 학교에 실내체육관 건립, 학생과 주민이 함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북카페·수영장 등 다목적 시설 건립, 드론교육원과 미래형교실 조성 등이 골자였다.

서울 전체 학교 1354개 중 체육관이 없는 곳은 218개이며 이 중 37개 학교는 강북 도봉 노원 중랑 등 동북4구에 집중돼 있다.

특히 미래형교실은 학부모들 관심이 높았다. 초중고 30개교에서 AR·VR 장비를 갖춰 창의수업을 진행하고 초등학교 27개교에 예술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특별교실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오세훈 시장 취임 후 가장 대표적인 교육격차 해소 사업은 서울런이다. 지난 8월 시범사업을 시작했으며 저소득층, 학교밖,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에게 유명 인강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사업이다. 현재 11만명이 사이트를 방문했고 수강생도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유명 인강을 무료로 듣게 해준다고 해서 서울 내 교육 불균형 문제가 해소되리라는 것은 섣부른 기대다. 주거, 자산 등 우리 사회 불평등 문제의 집약체인 교육격차 해소에 나서려면 보다 적극적인 '불균형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구본창 사교육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인구 절벽,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교육 불균형 해소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 국장은 "소수의 영재가 아닌 최대한 많은 아이들에게 미래사회를 대비할 수 있는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선진국 교육 시스템이 바뀌고 있는데 우리만 유독 수월성 교육과 강남 중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불균형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남 발전을 위해 그간 희생한 강북 지역 교육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와 서울시, 자치구 차원의 결단과 양보,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목적시설 건립의 경우 학교부지는 교육청에서 무상제공하고 건축비는 서울시와 교육청이 절반씩 분담한다.

시는 이 중 20~80%를 자치구가 부담토록 한다. 교육계에선 다목적 시설이 지역별로 균형있게 만들어지려면 시가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정분담 규정을 개선해야 하며 이를 통해 불균형 해소를 앞당길 수 있다고 제안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공교육의 역할을 확대하고 선별적 교육복지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으로 방과후학교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 관계자들은 각종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학생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말한다. 개인정보보호는 물론 무상급식,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학비가 밀린 학생이 없어 어려운 아이들 선별은 오로지 교사들 눈치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30년째 교사생활을 하며 진학지도를 담당해온 서울 지역 한 교사는 "수강과목과 교육내용을 대폭 강화하고 과목당 수강료를 내는 현재 방식을 전면 무상으로 전환하는 등 방과후학교를 획기적으로 개선, 공교육 역할 확대와 교육격차 해소 대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교과 학습, 수능은 일반성이 지배하는 것 같지만 학습 수용성이나 교육성과를 내는 과정은 매우 개별적"이라며 "서울런은 일방적 교육 콘텐츠 제공이 아닌 개별 수요 파악에 근거한 맞춤형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하며 무상급식같은 보편적 교육복지 정책을 도입, 방과후학교를 양질의 학습이 가능한 전면 무상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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