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지식재산 정책

2021-11-11 11:55:47 게재
김용래 특허청장

충남 보령 대천항과 태안 원산도간 보령해저터널이 올 연말에 준공된다. 총길이 6927m로 국내 최장이자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긴 자동차용 해저터널이다. 그동안 대천항에서 75km 거리에 있는 태안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90분 걸렸지만 앞으로는 이 터널을 사용하면 이동거리가 14km로 줄어들고 시간도 10분으로 단축된다.

해수면 아래에서 긴 영역에 걸쳐 많은 공사가 진행된 보령해저터널에는 굴착 탐사 물막음 등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다. 따라서 새로운 특허기술과 신기술이 다수 적용됐다. 대표적으로 암반굴착 시 바닷물이 침투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암반에 주입되는 시멘트의 압력과 유량을 실시간으로 일정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들 수 있다.

건설 분야는 도로 철도 항만 등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어온 대표적 전통산업이다. 하지만 그동안 원천기술 개발 없이 외형적인 성장에 치중해 기술혁신이 가장 느린 분야로 인식돼왔다. 건설 분야의 많은 개인과 중소기업이 혁신기술을 개발하기보다 입찰 등 정부 지원사업에서 가점을 받기 위해 지식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쉽게도 국내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2016년 6위에서 2018년 12위로 하락했다. 2015년 기준 우리 건설기업의 설계(엔지니어링) 경쟁력은 미국의 50%에 불과했다.

지식재산 정책, 시대요구 맞게 변화돼야

이러한 건설산업에서도 기술혁신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빅데이터 클라우드 모바일 등 디지털 기반의 4차산업혁명 기술과 결합된 건설기술 특허출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디지털 건설기술은 여전히 미국과 4년 정도 차이가 난다.

다행인 점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 특허출원 4위의 지식재산 강국이기도 하다. 각국의 혁신상황을 평가하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의 글로벌 혁신지수도 5위이며 아시아에서는 1위다.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뒷받침할 기본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는 셈이니, 이러한 우리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식재산 정책도 기술혁신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변화될 필요가 있다. 특허청은 기술의 디지털화와 융복합 추세에 대응해 융복합 전문기술 심사조직을 신설했다. 지난해부터 '디지털도로 SOC' 같은 건설 분야를 포함해 16개 기술 분야의 산업·특허·심사 동향을 분석·제공하고 있다. 관련 산업의 연구개발(R&D)에 활용돼 산업혁신을 촉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혁신기술이 조기에 권리화될 수 있도록 디지털 신기술에 대한 특허심사 가이드와 노하우(Know-how) 마련 등 맞춤형 심사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데이터 등 디지털ㆍ온라인 영역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디지털 지식재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식변화를 파악해 지식재산 법·제도 혁신에 반영할 계획이다.

디지털기술 접목해 고부가산업으로 변화

건설산업은 국가 기간산업(Key industry)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 비중이 10%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다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건설산업이 지식재산을 통해 세계 기술을 선도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