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도입

2021-11-18 11:15:42 게재

모험자본 기능·우량기업 역량 확대 … 기업 규모·성장 단계별 맞춤 관리 본격 나서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고유의 모험자본 기능을 확대하면서 우량기업의 질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시장 구조 도입 검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한국거래소가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우량 혁신 기업 70∼80개만 선별해 담는 세그먼트 구조를 도입할 계획이다. 향후 세그먼트 종목으로 구성된 별도 지수도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단일시장 구조 한계 극복 = 한국거래소는 17일 오후 거래소 서울사옥 마켓스퀘어에서 코스닥의 새로운 시장구조 도입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코스닥시장 경쟁력 제고 및 대형 혁신기업 육성을 위한 '코스닥시장 세그먼트' 도입 방향에 대한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김학균(사진) 코스닥시장위원장은 "코스닥시장은 우리경제의 신성장 동력 육성에 기여하고 외형적으로도 크게 성장했지만 최근 대형 혁신기업들의 이탈과 투자저변이 취약해졌다"며 "세그먼트라는 새로운 시장구조의 도입을 통해 그동안 단일시장 구조에서는 풀기 어려웠던 코스닥시장의 당면 과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먼저 '코스닥 세그먼트 구조의 필요성 및 주요 이슈'를 주제로 발표를 한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미국의 나스닥과 영국의 런던증권거래소(LSE) 등 해외 주요거래소에서도 세그먼트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량혁신기업의 육성을 위해 코스닥 시장에서도 세그먼트 구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일본에서는 내년에 주식시장에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해 우량(프라임), 표준(스탠더드), 성장(그로스) 등 3개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기경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 방향'을 주제로 발표를 하며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진입제도는 시가총액뿐 아니라 매출, 이익, 지배구조, 유동성 등 다양한 우량지표를 통해 기업을 선별하겠다"며 "세그먼트가 리딩그룹으로서 코스닥시장 전체의 투자 신뢰와 매력도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현재 코스닥시장을 기업규모나 재무상태 등에 따라 우량기업부, 벤처기업부, 중견기업부, 기술성장기업부 등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성장단계에 있는 1500개 이상의 기업이 단일시장 구조에 있으면서 모험자본 기능 확대와 시장 질적 성장간 공존의 어려움이 상충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거래소가 제안한 방안은 코스닥 시장 내 별도의 시장개념인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다.

세그먼트는 코스닥이라는 동일한 시장브랜드를 공유하지만 소속 기업의 특성에 따라 진입과 퇴출 등이 독립적인 부분 시장을 의미한다. 진입과 상장관리 등의 측면에서 차별적으로 운영되어 수속부보다 독립적이지만 상이한 시장브랜드를 사용하는 개별 시장보다는 상호의존적인 시장이다.

◆미래가치·지배구조 우량기업 타겟 =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코스닥시장을 대표하는 대형 우량혁신기업 클러스터로써 코스닥 본연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혁신기업 중 미래가치, 지배구조 등이 우량한 기업을 타겟으로 한다.

우량혁신기업은 혁신성장을 지향하면서도 영업실적 사업포트폴리오 지배구조 등 측면의 안정성을 갖춘 기업을 의미한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의 시장운영방법은 기업위상 제고 및 투자자 외형 확장에 중점을 두며, 선별될 수 있도록 진입요건을 높게 설정하고 상장관리는 필수관리 항목 위주로 운영할 예정이다.

김 상무는 "도입초기에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의 진입 종목을 상위 5% 수준의 70∼80개 등 소수 기업의 선별을 통해 매력도를 견인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향후 코스닥 상장기업 수준 향상되면 더 많은 기업이 세그먼트로 편입할 수 있도록 절대적 기준으로 운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상무는 "세그먼트가 도입되면 구성 종목으로 도출한 별도 지수 '코스닥 글로벌'(가칭)을 출시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상장지수상품(ETP)도 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지수는 시가총액뿐만 아니라 다양한 우량지표가 반영된 펀더멘털 지수로 코스닥 150과 차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그먼트와 관련된 내용은 아직까지 거래소에서 검토단계인 것으로 정부와 협의된 상황이 아니다. 김 상무는 "거래소는 연말까지 세그먼트 도입에 대한 시장 참가자 의견을 수렴한 뒤 정부와 구체적 도입 방안과 시기에 대한 협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김영숙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