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색깔 담은 무대, 주민 18만명 주인공 됐다
지역문화콘텐츠 특성화 사업
6년새 230개 프로그램 성황
12월 10일 '성과 공유회' 개최
충북 청주시 내수읍 비중리. 180여 명의 주민이 함께하는 농촌마을이다. 주민들은 집집마다 특유의 농사법, 전통주 제조법 등을 대를 물려가며 전한다. 이 마을에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은 채소 재배단지 조성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올해 비중리 김장은 유난히 떠들썩 했다. 장난감 물총을 들고 오징어게임 마스크를 쓴 '할머니 부녀회원'에게 잡히는 순간 순전히 입맛으로만 소금의 맛을 가려야 했다. 게임에 참가한 대다수 주민은 456포기에 양념을 버무려야 했다.
청주에서 활동하는 청년기획자 단체 '창의문화예술 흥.신.소'가 기획한 김장축제 일환이다. 농주를 소개하는 농식당, 텃밭 초대석, 허수아비를 만들어 비교하는 퍼레이드가 등장했다. 마을 주민이 주인공이고 연출자였다.
청년 기획자와 주민이 만나 지역 고유의 문화자원을 살려 주민들이 직접 행사를 만들고 즐기는 문화수확의 단면이다. 거칠고 어수선하지만 날 것의 농촌의 일상이 그대로 묻어난다. 감동과 여운, 성취감은 덤이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입한 '지역사회 문화혜택을 늘려보자'며 시작한 '문화가 있는 날'에 지역과 주민을 앞세운 변화이다. 관람료 할인 혜택을 넘어 주민 주도성을 강화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직장 문화배달', '동동동 문화놀이터', '지역문화우리', '동네책방 문화사랑방', '청춘마이크' 등이 선을 보였다.
특히 지역·세대·역사가 담긴 '지역문화 콘텐츠'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문화 소비자에 머물렀던 주민들이 지역문화의 생산자로 변신했다. 자신들이 만든 무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5년 장기지원'이란 점이다. 프로그램이 지역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다리고 지원한다. 발성을 익힌 배우가 온전히 무대에 설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하는 셈이다.
목포에서 활동하는 '극단 아띠'는 일제강점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물동이를 나르던 '옥단이'에 주목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낙천적인 마음으로 서로를 돕던 목포시민 모두가 옥단이였다. 세대별 옥단이를 모집해 마을배우로 무대에 세웠다. 목포 만호동의 근대역사문화거리를 배경으로 수십명의 옥단이들은 목포의 사람과 공동체를 소개할 수 있었다.
목포 만호동의 옥단이처럼 2016년부터 올해까지 230개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다. 2020년에는 약 17만명의 주민이, 올해는 38곳의 지역에서 약 18만명의 주민들이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 참여했다.
강원도 영월에서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 참여한 청년예술가 상지윤씨는 "문화가 있는 날은 단순히 티켓을 싸게 사는 날이었는데, 이제는 문화가 내 삶에 들어왔다는 느낌"이라며 "주민과 지역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말을 체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문화진흥원은 오는 12월 10일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 참가한 지역문화 콘텐츠를 대상으로 '성과 공유회'를 준비했다. 지역의 독특한 색깔을 담은 38개 무대를 함께 둘러볼 절호의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