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반도체 수급난, 산업 생태계 확 바꿨다

2021-12-27 11:13:26 게재

핵심품목은 독자 개발

생산은 위탁관리 대세

자동차연구원 보고서

차량용반도체 수급난 영향으로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완성차업계는 반도체기술 내재화나 기업간 협력으로 핵심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반도체업계는 위탁생산을 늘리는 분위기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27일 내놓은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누적주문량이 이미 내년 생산능력을 초과했다. 수요가 급증한데다 1년 단위로 반도체를 주문하면서 2022년 생산능력 대비 약 20∼30% 초과 예약됐다.

평균 배송기간은 22.9주에서 23.3주로 늘었다. 국내 1차 이하 협력사와 거래하는 반도체 대리점들은 1년 6개월 이후 인도물량을 주문받고 있다.

이에 완성차업체들은 기술 협력과 반도체 기술 내재화, 공급망관리 방식 전환을 통해 수급난 해소에 나섰다.

포드는 글로벌 파운드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기술 수직통합을 계획 중이며, GM은 NXP·퀄컴·TSMC 등 차량용 반도체 회사와 공동개발 등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수의 완성차 기업은 반도체 기술 내재화를 추진한다. 핵심품목은 독자적으로 개발한다는 취지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닛산 등은 소프트웨어(SW)를 재설계해 차종마다 따로따로 주문 제작하던 반도체 칩을 범용 칩으로 대체, 공급 유연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GM은 현재 사용중인 반도체를 3개 제품군으로 통합해 다양성을 95% 줄일 계획이며, 스텔란티스는 폭스콘과 새로운 반도체 제품군 4종을 개발해 칩수요 80%를 대체하기로 했다. 도요타는 르네사스·TSMC와 정부주도 지분투자를 통한 협력체계를 구축했으며, 현대차는 현대모비스와 미래차중심의 반도체 개발을 추진한다.

공급망 관리 방식도 바뀌고 있다. 제품을 미리 생산하지 않고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시생산방식'(JIT)에서 벗어나 1차 협력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핵심 부품을 직접 관리하는 분위기다.

또 반도체 업체들은 차량용반도체 부족 현상 속에 늘어난 수익을 차세대 전력반도체 사업에 투자하며, 팹라이트(위탁생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피니언은 오스트리아 빌라흐 공장과 독일 드레스덴 공장을 확장해 차세대 전력반도체를 증산한다. ST마이크로와 온세미컨덕터는 각각 지난해와 올해 실리콘카바이드(SiC) 생산 업체를 인수했다.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와 미세공정의 경우 위탁 생산을 늘리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르네사스는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40㎚ 이하 미세 공정 제품에 대한 팹라이트 전략 강화 계획을 공개했다.

장흥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동차반도체 수급난 이후 생태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남에 따라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주문방식은 기존 단기주문에서 벗어나 장기간 반도체 수요를 예측해 협력사에 전달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도 SiC와 질화갈륨(GaN) 등 차세대 소재로의 본격적인 전환에 나서야 하며, 범용칩 활용이 늘어남에 따라 SW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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