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과 중고생진로
인공지능·빅데이터 관련학과 크게 늘어
고등학교 인공지능교육, 학생 교사 모두 뜨거운 관심 … 2022학년 입학생들부터 정규과목
메타버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과 기술의 변화는 정말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인공지능학과와 데이터사이언스 학과도 몇년 사이에 많이 신설됐다. 지금의 변화와 관련해 중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은 무엇을 알아야 할까?
가상현실에 사회를 만든 메타버스에서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메타버스는 결국 기술이 가리키는 것은 사람임을 보여준다. 아바타와 아바타가 만나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게 다른 사람을 만나 교류하고 소통하며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기술이 마련해야 할 장이다.
2021학년까지만 해도 인공지능 관련 학과는 많지 않았다.
2020학년 가천대가 학부에 AI·소프트웨어 전공을 설치했고 2021학년 가톨릭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시립대 성신여대 세종대 숭실대 인하대 전남대 중앙대 한양대(ERICA) 등에서 인공지능 학과를 열었다. 2022학년엔 경희대 동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에서 인공지능학과를 개설해 신입생을 모집했다.
인공지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빅데이터 관련 학과도 2021학년 전후로 많이 생겼다. 뇌·인지과학 전공을 국내 최초로 개설한 이화여대는 2023학년에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신설할 예정이다.
데이터사이언스 관련 학과는 가톨릭대 경희대 고려대 고려대(세종) 국민대 동덕여대 상명대 서울시립대 서울여대 성신여대 세종대 인하대 연세대(미래) 한양대 홍익대 등에 있다.
◆컴퓨터공학 VS 인공지능, 통계학 VS 데이터사이언스 = 컴퓨터공학과와 인공지능학과는 어떻게 다를까?
홍병우 중앙대 AI학과 학과장 교수는 "중앙대는 소프트웨어대학 안에 소트웨어학부와 AI학과가 있다"며 "소프트웨어학부에서 연구하는 것이 전통 컴퓨터과학이라면, 그중 하나인 인공지능에 특화해 만들어진 학과가 AI학과"라고 말했다.
통계학과 데이터사이언스의 차이는 뭘까? 조미정 에듀플라자 대표는 "통계학이 정형화된 데이터를 분석한다면 데이터사이언스는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포함해 분석한다"며 "비정형화된 데이터란 이미지·영상·문자 등이다.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법을 예로 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수치화될 수 없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법이 인공지능과 결합하면서 자율주행·패턴 인식·자연어 처리·로봇공학 등에서 응용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컴퓨터학과와 데이터과학과가 함께 있는 고려대를 보자. 컴퓨터학과와 데이터과학과는 1, 2학년 땐 교육과정이 비슷해 수학·프로그래밍 언어·알고리즘·자료 구조 등을 공통으로 배운다. 3, 4학년이 되면 컴퓨터학과에서는 무선통신·클라우드 컴퓨팅·회로 설계·디지털 신호 처리·인공지능 등을 공부한다.
데이터과학과는 빅데이터·자연어 처리·강화 학습·회귀 분석 등을 공부한다. 컴퓨터학과가 컴퓨터와 컴퓨터 활용에 대해 배운다면, 데이터과학과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3, 4학년부터 집중해서 배운다.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모든 수학 중요 = 신설 학과인 인공지능학과와 빅데이터 관련 학과에서 요구하는 역량은 어떤 것일까?
김효희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인공지능학과에서는 미적분·공간도형·벡터·확률·통계·행렬 등의 기초능력을 바탕으로 한 수리적 문제 해결 능력, 강의교재·논문·기술문서 등 영어 원서를 해석하고 해외 인턴십 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 자기 주도적 정보 수집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입학사정관은 이어 "빅데이터응용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에게서 평가하는 항목은 빅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등 사회 변화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 컴퓨터 프로그래밍·수학·통계학을 학습할 수 있는 기초 능력, 인공지능을 윤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도덕성 등"이라고 말했다.
박희진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교수는 "데이터사이언스는 통계학적인 방법론은 물론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의 결합 등 영역이 다양하다"며 "수학적 역량이 중요하므로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모든 수학 과목에 힘을 쏟기 바란다"고 말했다. 물리학의 개념도 필요하고 뇌과학이나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생명과학과의 연관성도 높다. 최신 논문을 통해 늘 새로운 정보를 접해야 하니 영어 원문을 읽는 능력도 중요하다.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은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학생부에 기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만욱(인하대 인공지능공학과 1학년)씨는 "면접에서 인공지능 기법에 관한 질문이 나와 인공지능과 딥러닝, 머신러닝의 개념 등을 예시를 들어 대답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의 인공지능 교육 인기 =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국민 AI·SW 교육확산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인공지능시대 교육정책 방향과 핵심과제'를 발표하고 고등학교에 선택과목으로 '인공지능기초'와 '인공지능수학'을 신설하기로 했다. 2022년에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교육과정 안에서 이 두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서울 이대부고는 정식 교육과정으로 편제하기 전 고1 30명, 고2 30명씩 진로특화 프로그램으로 방과후수업을 개설했다. 리로스쿨로 신청받았는데 2, 3분 만에 선착순 마감됐다.
오세준 이대부고 교사는 "인공지능에 대해 많이 들어봤지만 산출물이 나오는 원리가 궁금한 학생들이 많이 신청해 원리와 과정 위주로 가르치고 있다"며 "전통적인 수학이 지식 중심이라면 인공지능 수학은 인공지능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오 교사는 "수학의 활용을 경험하면 전통적인 수학을 더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정식 교육과정으로 시작하는 2022학년 신입생 중 '인공지능수학'을 선택하겠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수학' 교과서를 집필한 홍진곤 건국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교과서에서는 수학이 인공지능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가를 가볍고 친숙하게 소개했다"며 "인공지능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충분히 깊이 있게 공부해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초·중등학교에서 수학 공부량이 오랜 기간에 걸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며 "전통적인 수학과 과학 교과부터 차근차근 잘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수 기자·손희승 내일교육 리포터 sonti1970@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