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거리 신촌 '일자리·문화 거점'으로

2022-01-19 11:43:52 게재

서대문구 창천동 '바람산' 자락에 청년·공동체시설 집적 '효과 톡톡'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이 더디고 기반시설이 뒤쳐져있어요. 대학이 몰려 있고 상업지역이지만 주민들 삶은 별로예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주민 김주완(65)씨를 비롯해 신촌 일대 토박이들에게는 1980~1990년대 풍경이 훤하다. 가까운 마포구 홍대 입구를 비롯해 짧은 시간에 발전한 다른 대학가와 비교돼 더 소외감을 느꼈는데 최근에는 분위기가 새롭다. 김씨는 "옛 시민아파트가 있던 바람산을 중심으로 청년·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거리가 달라졌다"며 "구청장도 그렇고 서대문구에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걸 느낀다"고 평했다.

서대문구가 바람산 자락을 중심으로 신촌 일대를 청년과 문화 거점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바람산 정상까지 승강기를 연결하고 전망대와 전시공간 등을 조성했다. 사진 서대문구 제공


젊음과 낭만의 거리로 손꼽히던 신촌 연세로 일대가 청년 일자리와 문화의 거점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서대문구가 청년들을 위한 창업·주거시설과 함께 세대를 뛰어넘어 주민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공간을 더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바람산은 경의중앙선과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사이에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벌판에 외따로 솟아 있고 서북쪽이 트여 바람이 세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해발 100m가 채 안되지만 정상부 직전까지 좁은 골목을 따라 단독·다세대주택과 함께 사이사이 호텔과 모텔이 줄지어 있어 바로 옆 대로변과 대조된다.

서대문구는 9대 대학이 위치해있고 전국에서 청년층이 몰려드는 장점을 활용해 대학가에 둘러싸인 신촌 일대를 젊은이들이 거주하며 꿈을 키우는 거리로 탈바꿈시키기로 했다. 2014년 연세로를 '차없는 거리'로 바꿔 각종 축제와 행사 등으로 입소문을 낸데 이어 2017년부터 모텔과 고시텔을 대수선해 예비·초기기업을 위한 창업·주거공간과 공유 회의실·휴게실·부엌 등을 마련했다. 연세로와 연계를 염두에 두고 문화·예술 분야를 특화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정보통신 생명·의학 기업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서울시 캠퍼스타운 사업에 선정된 연세대학교 창업거점 에스큐브도 가까이 배치했다. 방치돼있던 노인복지시설을 활용해 대학생과 졸업생 60팀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 한해에만 청년 247명, 54개 기업이 18억6000만원 매출을 달성하고 12억8000여만원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당초 창업거점 1호점만 구상했던 연대측은 경의중앙선 신촌역 부근에 2호점을 마련한데 이어 서대문구 지원으로 가까운 곳에 3호점을 마련한다. 김준원 연대 캠퍼스타운사업단 사무국장은 "문화발전소와 바람산공원 등 문화·휴식공간이 가까이 있어 지역과 교류·소통에 활용하기에 좋다"며 "창천동을 본사처럼 활용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인력을 확대하는 팀들이 여럿"이라고 전했다.

에스큐브 바로 옆에는 도심 전망과 함께 휴식을 즐기기에 제격인 신촌문화발전소가 있다. 청년 예술인과 문화기획자 등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활성화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고려한 공간이다. 연대 정문 앞에는 창업카페와 공연장 연습장이 어우러진 창작놀이센터가, 2호선 신촌역 근처에는 청년 문화예술·활동가 교류의 장인 파랑고래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에는 바람산 정상까지 승강기를 연결하고 전망대와 무장애길을 설치했다. 전시공간까지 마련, 사계절 문화가 흐르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스타트업 청년주택', 공공시설과 임대주택을 결합한 복합공간 등이 예정돼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연세로부터 바람산공원까지 신촌 전역이 청년들 일터와 삶터 놀이터로 탈바꿈하고 지역경제가 함께 살아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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