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중소기업 간 경쟁제도 어떻게 달라지나
공공기관 구매 품목 632개 중기만 참여 … 부당참여 제재 강화
2020년 공공기관 조달 22조원, 중기 성장의 '마중물' 역할
공공·전문성 확보 제도 개선 … "공공시장 안주" 비판 여전
창업기업이나 상당수 중소기업은 시장의 무한경쟁을 견뎌내기 버겁다. 아무리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도 기존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요즘처럼 경제가 크게 위축되거나 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는 생존 위기에 몰리게 된다.
경제적 약자에 위치한 이들 기업에게 '공공조달시장'은 최후의 보루이자 마중물이다. 공공조달시장은 100조원을 넘는 공공기관의 구매력이 기반이다. 특히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도'는 중소기업에만 공공조달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판로지원 정책이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특징은 경쟁제품 지정에 있다. 공공기관이 구매하려는 제품이 경쟁품목에 해당되면 이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에게 구매해야 한다. 공공조달이라는 안정적인 판로를 통해 자생력을 갖추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은 3년마다 지정하고 있다. 한번 지정되면 3년간 유지되는 셈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0년 공공기관이 공공조달을 통해 구매한 규모는 22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3년전(19조2000억원))보다 9000억원 가량 확대됐다. 올해부터 운영되는 경쟁제품은 실제 경쟁입찰에서 활용되는 세부품목 기준으로 632개다.
이중 51개 품목이 새롭게 지정됐다. 원격자동검침시스템, 교통관제시스템 등 정보통신기술 관련 품목이 8개로 가장 많다.
◆지정절차와 관리 강화 = 경쟁제품 지정이 15년간 운영되면서 일부 문제점도 나타났다. 소수기업에 수혜 쏠림이나 담합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경쟁제도의 투명성과 전문성이 의심받게 된 것이다.
중기부가 지난해 12월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제도 개편방안을 내놓게 된 배경이다. 개편방안에 다르면 올해부터 경쟁제품 지정절차와 관리가 강화된다. 그동안 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해소하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앞으로는 추천기관은 중소벤처기업부에 경쟁제품을 추천하는 경우 대기업과 수입품 대체 가능성 등을 검토한 전문가 조사보고서를 첨부해야 한다. 경쟁제품 추천서 내용이 부실하거나 추천사유 등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반려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추천서 내용이 근거가 없거나 지정 필요성 등에 대한 검토가 미흡해도 보완요구나 반려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업종별 전문위원회를 통해 경쟁제품 지정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개선했다. 추천기관에서 의견수렴을 하고 있으나 중견·대기업, 공공기관 의견까지 조정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직접생산 확인 업무에 민간전문가 참여를 확대해 공정성을 강화했다.
민간전문가들이 경쟁제품 직접생산을 확인하게 된다. 중소기업은 경쟁제품을 공공기관에 납품하려면 반드시 직접생산확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직접생산확인을 받는 과정에서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돼 왔다. 따라서 생산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품목별 민간전문가를 현장조사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점차 개선하기로 했다.
매년 직접생산기업수, 공급집중도, 담합여부 등을 조사한다. 부당한 방법으로 경쟁제품시장에 참여하면 경쟁입찰 참여제한 기간을 현재보다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술개발제품 우선구매도 개선됐다. 이 제도는 혁신적인 기술개발제품의 초기판로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2020년 구매액은 5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인증 난립으로 인해 인증의 변별력 부족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중기부는 기술개발제품으로 인정하는 인증을 18→13종으로 간소화했다. 일몰제도 도입된다.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3년 주기로 기존 인증제도 유지 등을 판단하는 검증체계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제도 악용 말아야 =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되고 있다.
중견기업계는 경쟁품목 지정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지난해 10월 미래 유망산업 9개 품목의 경쟁제품 지정을 반대하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했다.
중견련은 "약자보호라는 명분으로 특정 기업군의 성장을 가로 막는다"면서 "신산업 부문까지 확산되는 것은 국가 자원의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위해 도입한 진입규제가 신산업 분야에서 외국산 점유를 막지 못할 뿐 아니라 수출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신산업 분야까지 중견·대기업의 공공조달 참여를 제한해 외국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안주하며 혁신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단체 고위관계자는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다"며 "좋은 제도를 활용해 자생력을 키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