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문화 지키는 지역문화재단│인터뷰 - 서강석 하남문화재단 대표
"지역문화재단은 문화치유의 요람"
환경과 문화예술 융복합 사업 호평 … 지역 문화활동가·문화기획자 양성 중요
하남문화재단은 적극적으로 지역 문화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문화재단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서강석 하남문화재단 대표를 만나 코로나19상황에서 진행한 하남문화재단 사업과 지역문화재단의 역할, 차기 정부에 바라는 지역문화정책 등에 대해 들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하남이성산성문화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지난 2년 동안 화천 산천어축제 등 전국 대부분의 축제가 취소됐다. 하남이성산성문화축제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계속됐다. 전국에서 드문 사례다. 2020년에는 비대면으로 지역 주민들은 가정에서 안전하게 축제를 즐겼다. 이성산성 역사정보를 놀이로 만날 수 있는 체험패키지를 제작해 신청을 받아 3000가구에 배송했다. SNS 등 다양한 비대면 툴을 통해 시민 5만7000여명이 함께했다.
2021년에는 방역지침을 준수해 온·오프라인을 병행했다. 시민기획축제 공모지원 사업, 이성산성 성돌모양 옥수수 간식 공모전 등 모두 22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6만8000여명이 함께했다.
하남이성산성문화축제는 시민들의 참여가 높은 축제다. 시민 축제기획단이 3년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1년 축제에는 시민 1000명이 이성산성 쌓기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처럼 시민들이 함께 하기에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하남역사박물관에 조성한 이성산성 실감관은 어떤 공간인가.
이성산성을 참여형 실감콘텐츠로 제작해 박물관과 유적을 연결하는 공간이다. 실감관은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10억원을 지원받아 구축했다. 디지털 미래기술로 구현한 이성산성을 만날 수 있다. 지역 문화유산과 실감기술을 접목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실감관은 3층 고대실을 4개의 공간으로 구분해 각각 체험할 수 있게 조성했다. 몰입형 고해상도 3D 영상관, 터치형 인터랙티브존, 모션 인식형 인터랙티브존 등을 체험하며 발굴조사를 토대로 밝혀진 이성산성의 모습을 실감영상으로 즐기고 무너진 이성산성의 성벽을 쌓아볼 수 있다.
박물관 체험과 이성산성에서 획득한 아이템으로 나만의 이성산성을 만들어보는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박물관 앱을 통해 AR로 유물을 배우고 다양한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물을 나만의 보관함에 소장할 수 있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환경&문화실험실' 사업이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소속 지역문화재단 사업 중 1위를 했다.
하남문화재단이 주관한 '환경&문화실험실'(E&C LAB) 사업이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소속 110여개 지역문화재단 중 공동 1위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사업은 구리 오산 하남의 지역문화재단들이 협력해 지역의 환경 현안을 도출하고 3개 지역의 환경문화거버넌스를 구축한 사업이다.
이를 통해 2021년 환경과 문화예술이 융복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고 문화예술계 영역의 확장이자 ESG 경영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다. 또 하남시 환경과 문화 관련 기관·개인들 간 만남의 장을 마련해 지역사회 협업의 우수사례로 꼽혔다.
환경문화거버넌스로 참여한 많은 기관, 단체들은 문화 환경 교육을 함께 논할 수 있는 전례 없던 자리라 의미 있었다고 평가했다. 파일럿프로그램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지역의 환경자원이 창의적으로 문화예술활동으로 연결돼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의미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문화의 역할,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은 무엇인가.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백신접종으로 신체방역을 하고 문화백신으로 마음의 방역을 해 총체적인 면역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위로하는 문화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크다. 위기 상황에서도 랜선 AR VR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한 문화예술활동은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예술가, 단체, 지역기업, 시민들과 협업을 통해 상생협력 연결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지역문화재단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는 물론, 문화치유에 기여할 수 있다.
■차기 정부에 바라는 지역문화정책은 무엇인가.
문화정책은 문화자치 문화분권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3가지가 준비돼야 한다. 첫째, 사람이다. 지역 문화활동가와 문화기획자를 양성해야 한다. 이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등 역량 강화에 투자해야 한다. 또 예술가에 대한 지원정책도 활발하게 해야 한다. 예술가 기본소득제와 같은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2005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제정됐다. 문화 관련 법들이 앞에는 '~해야 한다'고 돼 있지만 뒤에는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을 '~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
셋째, 재정 문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문화재정이 전체 국가 예산의 2%를 달성한 적이 없다. 대통령 후보자들이 '문화강국'을 말하는데 이를 이루려면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또 재정을 지역에 지원할 때 포괄 이양해야 한다. 중앙 정부에서 공모 사업 방식으로 지역문화재단들을 지원하는 데 지역의 특성에 맞춘 사업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