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인재양성 위한 교육혁신 시급하다
주요 대통령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인재가 미래"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휴먼 캐피털 제도를 도입해 디지털 미래인재 100만명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초·중·고 6년-3년-3년'으로 대표되는 현행 학제를 4차산업혁명에 의한 산업구조 변화에 맞춰 재편하겠다고 했다.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것은 교육의 힘이었다. 그 교육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유연한 인재가 필요하지만 교육시스템은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
인재 수요 공급 '미스매칭' 현상 심각
경직된 대학교육이 인재양성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대학이 공급하는 인재 사이의 '미스매칭'을 해소하려면 무엇보다 학과 간 경계를 허물고 산업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제도개선이 먼저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전공별 정체성이 강한 데다 학과 간 칸막이가 높아 상호교류가 쉽지 않다.
청년층 취업 상황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더욱 얼어붙었다. 대규모 공채가 사라지고 기업들은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한다. 청년들은 스스로 실무능력을 갖춰 취업의 좁은 문을 뚫어야 한다.
대학생들이 졸업 후 첫 직장을 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9개월. 취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적절한 실무 역량을 갖춰 취업과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진로탐색부터 시작해 직무능력을 높이는 체계적인 지원방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취업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풍부한 현장경험을 쌓기는 쉽지 않다.
최근 일부 대학은 학생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능동적인 학습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개인 맞춤형 학습경험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영어음성학을 가르치는 영어영문학과에서 언어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수학과 코딩을 접목한 새로운 과목을 만들었다. 언어학과에서 음성언어 처리 전문가인 공학 전문 교수를 영입하는 등 경계를 넘어서는 교수 채용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심지어 전자과 수업에서 철학과 교수와 함께 '마음공학' 과목을 가르치기도 한다. 강의 교류는 물론 팀 교육이나 블럭 강의를 통해 학과 간 칸막이를 낮추는 노력이 추진중이다.
일부 대학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계획에 맞게 융합형 전공 교육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학점 취득과 복수학위를 받을 수 있는 '자기설계 전공제'를 실시중이다. 신기술 분야의 인력을 양성하는 통로로 대학의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도 주목받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대학에 반도체학과를 신설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학과 간 칸막이를 없앤 우수교육 혁신 대학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대학생의 진로교육도 의무화된다.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게 인재를 확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려면 정부 각 부처와 대학-기업 간 연계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를 체계적으로 조율할 전략과 거버넌스가 미약하다. 정부 사업의 관리가 부처마다 달라 대학에 무형의 규제로 작용한다. 인재양성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12개나 된다.
혁신인재 양성이 범정부적 차원의 과제라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부처들이 각각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투입하면서 지속성이 떨어지고 분절적인 사업에 그친다. 범부처 협의기구를 만들어 개별 부처에서 예측하는 인재수요를 취합해 국가 차원의 인재양성 비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인재양성 정책 12개 정부 부처간 협업부터
제조업이 지식서비스산업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고급 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이원화 교육훈련을 통해 해결한 독일의 경험은 참고할 만하다. 독일의 아우스빌둥 (Ausbildung)은 한국과 달리 기업이 사용자단체와 협력해 수행하는 '기업 훈련자치 원칙'을 고수한다. 독일은 노·사·정이 공동으로 결정을 하는 거버넌스를 가지고 있다. 직업훈련의 기업 중심성을 높이고 노·사·정 사회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당장 12개나 되는 정부 부처 간 협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정부 부처간 협의뿐만 아니라 업종별 산업전문가, 대학, 지자체 등 인재양성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공통분모를 넓혀나가는 게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