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물가연동국채 수요 급증
2022-02-11 11:26:32 게재
미 일평균거래량 역대 최대
금융권, 시장비중확대 총력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물가연동채 시장은 4조4000억달러 규모다. 10년 전 2조4000억달러 대비 2배 가까이 커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정부지출은 고삐 풀린 듯 급증하면서 물가연동채가 큰 각광을 받고 있다. BNP파리바 채권시장 헤드인 벤 드 포턴은 "물가연동 금융상품 수요가 대단하다. 녹색채권 열기와 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97년 첫 물가연동채(TIPS)를 발행했다. 당시 인플레이션은 2%를 갓 넘은 수준이었다. 현재 전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7%에 달한다. 유럽도 이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물가에 따라 수익률이 오르내리는 투자상품은 과거 여러 세기 동안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현재와 같은 형식의 물가연동채는 1980년대 영국이 처음이었다. 호주와 캐나다 멕시코 미국, 여러 신흥국이 뒤를 따랐다.
로이터는 "지금의 물가연동채가 과거에 비해 새로운 건 거의 없다. 하지만 과거 물가연동채 시장은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하는 연기금과 보험관련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대규모로 거래된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지난달 30억유로(34억3000만달러) 규모의 물가연동채 경매에 나섰다. 이 경매에 쏠린 금액은 235억유로를 넘었다. 200명의 투자자들이 이 채권을 사들였다. 프랑스 국채기관 대표인 시릴 루소는 로이터에 "과거 물가연동채 경매에 비해 평균 2배 늘어난 수치"라고 말했다.
지난주 이탈리아 물가연동채 경매에서도 모금액의 4배 가까운 투자금이 쏠렸다. 뜨거운 수요에 고무된 프랑스는 현재 녹색 물가연동채 발행을 고민중이다.
JP모건 런던지사의 금리트레이딩 글로벌 헤드인 찰스 브리스토우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변동성은 막대한 규모로 실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리고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에 대해 초점을 맞추게 했다"고 그같은 변화를 언급하며 말했다.
국채와 금리, 신용, 주식 등 글로벌 전자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지난 1월 유로존 5년 만기 이하 물가연동국채의 하루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90% 상승했다.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 협회(SIFMA)에 따르면 미국 물가연동국채(TIPS)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해 22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씨티뱅크 금리트레이딩 상무이사인 수 뤼는 "12년 동안 이 분야에 있었다. 늘 인플레이션이 약세일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강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TIPS 총액은 1조6000억달러지만 미국 국채 포트폴리오 내 비중은 8%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부가 발행한 물가연동국채 비중은 전체 발행량의 약 10%, 영국은 약 24%다.
세계 최대 규모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하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에 민감한 상장지수상품(ETP)에 약 470억달러의 투자금이 쏟아졌다. 2015~2020년의 누적액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컨설팅 기업 '발리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15대 은행들은 인플레이션 관련 상품을 판매하면서 약 23억달러를 벌었다. 10년래 최고 수익이다. 2019년에 비하면 수익이 배 이상 늘었다.
대개는 인플레이션 스와프 거래였다. 시장 참가자들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인플레이션 상승에 베팅을 하고 있다. 반면 보험서와 연기금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노출 리스크를 헷지하기 위해 스와프거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헷지 상품 시장이 커지면서 은행과 헤지펀드 간 인재확보 전쟁이 치열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트레이더는 로이터에 "내가 소속된 런던 소재 은행은 중간 규모 경쟁기업들에서 공세적으로 인재를 빼내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사이트인 '링크드인'은 "헤지펀드와 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지난해 최소 4명의 인플레이션 전문가들이 직장을 옮겼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