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특파원 현장보고

미국 취업·이민 문호 활짝 열린다

2022-02-15 11:42:04 게재

미국 취업의 문이 한국인들에게도 활짝 열리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취업비자와 이민 문호를 활짝 여는 친이민 비자 정책을 실행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이민 제한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이민 빗장이 바이든 시대에 다시 열리고 있다.

교환연수비자 취업기간 3년으로 2배

한국 젊은이들이 최근 가장 많이 이용하는 미국 취업비자는 '교환연수 J-1' 비자다. 미국에 연구원이나 교환교수로 올 때 흔히 받는 비자로, 인턴 등으로 취업이 가능해 널리 이용된다. 'H-1B 전문직 취업비자'를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1월 말 연방관보에 게재한 새 비자정책을 통해 한국인들이 많이 이용해온 J-1 비자의 미국 취업기간을 현행 1년6개월에서 3년으로 2배 늘렸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1만4500명, 팬데믹 직후인 2020년에는 7650명이 J-1 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연수를 받는 한편 취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었다.

대학 학부와 대학원 졸업자들이 주로 신청했던 H-1B 전문직 취업비자는 2019년 2900명, 2020년 1400여명에 불과했다.

J-1 비자는 당초 훈련생으로 6개월, 연수생으로 1년 등 1년6개월 동안 미국에서 일할 수 있었다. 직무에 숙달할 무렵 중단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허용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서 미국 내 고용주나 한국인 교환연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STEM' 전공 대폭 확대

미국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을 전공한 뒤 졸업하면 취업프로그램인 'OPT'를 통해 3년간 일할 수 있다.

바이든행정부는 기존 STEM 분야 90여개에 새로 22개 전공을 추가했다. 추가된 전공은 바이오에너지와 환경, 지질, 해양, 클라우드컴퓨팅 등 공학분야는 물론 경제학, 재정분석, 데이터 분석 등이다.

미국에서 STEM 전공자로 취업한 인재는 약 900만명 정도 된다. 그중 외국 인재가 200만명으로 약 25% 안팎을 차지한다.

연방노동부 지정 STEM 분야 이외의 전공자들은 졸업 후 OPT 프로그램으로 1년 동안만 취업할 수 있다.

따라서 H-1B 비자 등 다른 비자를 취득해야 수년이 걸리는 영주권 취득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반면 STEM 전공자들은 OPT로 3년간 일할 수 있기 때문에 H-1B 전문직 취업비자를 신청했다 떨어져도 재신청의 기회가 있어 크게 유리하다.

흔히 STEM 전공은 이공계만 해당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회과학 분야의 경제학이나 경영학, 통계학, 데이터분석 등도 이에 포함된다.

한국인전용 취업비자땐 매년 1만5000명 혜택

특히 올해는 워싱턴 정치권에서 한국인 전문직 전용 미국 취업비자 신설안이 연방하원을 통과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국인 전문직들에게 연간 1만5000개의 미국 취업비자를 할당하는 내용의 '파트너 위드 코리아 액트'는 이달 4일 연방하원에서 222대 210으로 가결된 '미국경쟁법안' 중 수정안의 형태로 포함돼 통과됐다. 향후 상·하원 조정과정이 남아 있다.

미국은 여타 FTA 체결국들에게 전용 취업비자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해선 지난 10년간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 미국 의회가 이에 대한 불합리함을 인정하고 최종 통과시킬지 주목된다.

2900여쪽에 달하는 미국경쟁법안에 포함된 '한국 동반자 법안'에 따르면 STEM 분야를 중심으로 고학력 고숙련 전문직 한국인들에 한해 매년 최대 1만5000개의 미국 취업비자를 제공토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인 전문직들이 받게 될 'E-4 비자'는 호주처럼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 출신에게 제공하는 취업비자로, 첫 체류기간 2년에 한차례 2년 연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1만5000개의 E-4 비자 쿼터는 주신청자에게만 적용되고 동반가족은 집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인 전문직과 그 부양가족들은 한해 3만3000명까지 미국에 갈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인 전용 E-4 비자 신설안은 상원의 문턱을 넘어야 도입되는 것이기에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신설 확실시 되는 W 창업비자 노려라

미국에서 유학중인 한국 출신 젊은이들이라면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는 한국인 전용 E-4 비자에 앞서 신설이 확실시되는 'W 창업비자'를 노려볼 만하다.

지난 4일 연방하원에서 가결된 미국경쟁법안에는 창업비자 신설안이 포함돼 있다. 스타트업 창업비자는 △창업하는 주신청자가 받는 W-1 비자 △그 회사에서 일하는 핵심 직원들이 받는 W-2 △이들의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이 받는 W-3 비자로 구분된다. W-3 비자 소지자들도 미국에서 일하거나 취업할 수 있는 '워크퍼밋'이 허용된다.

W 창업비자는 체류기간 3년에 3년을 더 연장할 수 있고 특별한 경우 1년씩 두번, 2년을 추가 연장할 수 있다. 또 2~3년 후부터 사업실적이 좋으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창업비자를 받으려면 비자신청 18개월 전 미국시민으로부터 25만달러를 투자받거나 미국정부로부터 10만달러의 무상지원(그랜트)을 받고 외국인인 본인이 1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 한국 출신 미국유학생이 졸업에 맞춰 미국시민권자인 한인들로부터 25만달러를 투자받고 본인이 10%를 부담한다면 스타트업을 창업할 수 있고 W 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사업할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250만 미주 한인사회에서 한국 젊은이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창업한다는 확신을 준다면 25만달러를 투자할 한인 사업가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미국정부로부터 10만달러의 그랜트를 받아도 된다. 이 경우 연방정부는 어려울 수 있지만 지역정부, 그중에서도 한인사회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는 지역정부로부터 10만달러의 그랜트를 받을 길은 의외로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W 비자를 받으면 창업회사에서 전문지식이나 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핵심 역할을 하며 직접 사업을 해야 한다.

창업비자 소지자가 연간 125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거나, 2년간 연매출 100만달러를 올리고 10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사업실적을 올리면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외국출신 STEM 박사들에 '무제한 영주권' 제공할 듯

미국은 STEM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외국 인재들에게 무제한으로 영주권을 제공할 방침이다. STEM 전공 박사학위는 미국대학원은 물론 한국 등 외국대학원에서 받은 박사도 인정된다.

이들에게는 영주권 쿼터를 적용하지 않고 무제한 그린카드를 발급한다.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들에게도 제공된다.

연방상원이 먼저 가결한 '미국혁신과 경쟁강화' 법안에는 창업비자와 STEM 박사 영주권 제공안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상·하원 조정과정에서 이를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한인을 포함하는 외국 인재들이 미국대학에서 유학한 뒤 계속 남아 창업하거나 STEM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면 영주권, 나아가 미국시민권을 취득하는 길이 넓게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