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돋보기 졸보기│메타버스에 빠진 유통업계
가상세계 체험 고객이 현실 고객이 된다
홈쇼핑 편의점 등 전방위 메타버스 도입 … "코로나19로 활동 제약, 탈출구로 이용"
특허청에 따르면 2000년 이후 2020년까지 한국·미국·일본·유럽·중국 등 5개국 특허청에 출원된 실감형 콘텐트(가상 증강 현실을 활용한 콘텐트) 기술 관련 특허는 총 3만1567건으로 집계됐다. 2010년 이후 연평균 19% 출원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 출원 건수는 4524건 수준으로, 세계 4위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제페토 등 주요 메타버스 서비스 가입자는 각각 2억~3억명에 이르며, 상거래까지 영역이 확대되면서 선점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전세계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지난해 460억달러(약 54조4410억원)에서 2025년엔 2800억달러(331조3800억원)로 6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홈쇼핑 편의점식품업체도 앞다퉈 메타버스 플랫폼에 매장을 열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부터 빠르게 메타버스를 활용한 유통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가상 모델 '루시'를 '가상 쇼호스트'로 발전시키는 등 메타버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루시'는 실제 촬영한 이미지에 가상 얼굴을 합성해 만들어진 캐릭터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29세 모델 겸 연구원이라는 설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해 왔으며, 현재 2만1000명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루시 움직임, 음성 표현 등을 인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고도화해 쇼핑 서비스에 적극 활용하고, 더 나아가 가상 쇼호스트로 활동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또 롯데홈쇼핑은 업계 최초 가상 디지털 의류 브랜드 'LOV-F(life of virtual fashion)'를 선보이며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콘텐츠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브랜드 출시를 기념해 가상 모델 루시에 이어 롯데홈쇼핑 쇼호스트 이현하가 가상 의류를 최초로 착장하고 소개했다. 4월에는 롯데홈쇼핑 앱을 통해 가상 의류 브랜드 LOV-F에 대한 상품 소유권을 보증하는 기술을 도입해 실물 상품과 연계해 판매할 예정이다.
진 호 롯데홈쇼핑 디지털사업부문장은 "메타버스 시대에 맞춰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가상 의류를 홈쇼핑업계 최초로 도입하게 됐다"며 "상반기 중 선보일 NFT(대체불가토큰)마켓플레이스에서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며 NFT콘텐츠 사업을 확대해 홈쇼핑 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미디어 커머스 회사로 도약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CJ온스타일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만든 가상 인플루언서 루이와 함께 더엣지(The AtG)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루이는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2만여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신세계TV쇼핑은 최근 사명에서 TV라는 이름을 지웠다. 대신 '라이브'를 넣어 '신세계라이브쇼핑'으로 다시 태어났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으로 변화하는 유통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라이브쇼핑 플랫폼'으로 탈바꿈 된다.
편의점 업계도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CU는 지난해 8월 업계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가상현실 편의점을 열었고, GS25와 세븐일레븐도 메타버스 플랫폼에 편의점을 열었다. 오프라인 매장과 동일하게 매장을 구현하되, 메타버스 속에서 소비자가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중이다.
CU는 제페토 1호점인 한강공원점과 2호점 교실매점, 3호점 지하철역점을 운영중이다. 지난해 빙그레와 함께 바나나맛우유 협업 마케팅을 진행, 제페토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재미 요소를 더했다. 최근에는 CJ제일제당과 손잡고 실제 CU에서 판매중인 햇반 비비고 왕교자 등의 상품을 제페토 매장에 구현했다. CU에 따르면 제페토 점포 오픈 이후 해당 맵에 방문한 유저는 2500만명을 기록했고, CU 관련 게시글 댓글 등도 1000만개에 달한다.
이디야커피 메타버스 매장인 '포시즌카페'는 지난해 12월 개점 이후 630만명(이달 21일 기준)이 방문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한옥을 주제로 꾸며진 이 매장에선 호떡 등 겨울 대표 간식과 커피 등을 즐길 수 있다. 스타벅스는 제페토에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포토·비디오 부스를 별도로 마련했다. 지난해 8월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와 온·오프라인 포괄적 업무협약(MOU)를 맺고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유통업계가 앞다퉈 메타버스 매장을 여는 이유는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 공략을 위해서다. 새로운 경험과 체험을 좇는 MZ세대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특히 'IT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한국 업체들이 적극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해당 매장을 체험한 MZ세대가 실제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코로나19로 바깥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것들을 찾는 젊은층은 메타버스를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