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 지역공약 비교│③ 호남·제주

차별화된 발전전략 아쉬워 … 국민의힘의 '소외론' 변수되나

2022-02-23 11:37:08 게재

인프라 확대에서 에너지·AI·그린산업 중심지로 진화

공공의대·제3 금융중심지 등 현안, 빼거나 원론 언급

제주, '제2공항' 재추진 놓고 이재명·윤석열 온도차

호남은 그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대선에 올인했다. 국가예산을 이끌어내려는 절박한 선택이었다. 몰표를 받았던 후보들도 부채 의식을 갖고 호남 발전을 도왔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여기에 속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광주), 한전에너지공과대학 설립(전남), 새만금 개발(전북) 등이 대선을 통해 이뤄졌다.

최근에는 국민의힘까지 지역발전 공약을 내놓고 호남을 공략하고 있다.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이 대표적 사례다. 여야가 묵직한 보따리를 풀어놓고 호남 표심을 공략해 다행스럽지만 차별된 발전전략이 부족한 게 아쉬운 대목이다.


◆광주를 AI 중심도시로 = 광주 공약 중 가장 눈길이 가는 사업은 인공지능(AI) 육성이다. 이 공약은 그동안 광주시가 추진해 온 사업을 좀 더 구체화했거나 규모를 키웠다. 광주시는 미래 먹거리로 'AI산업 융합 생태계 조성'에 전력을 쏟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친환경 자동차와 에너지, 헬스 케어 분야를 집중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추진 전략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해 이재명 후보는 인공지능이 특화된 기업도시를 제시했다. 윤석열 후보 역시 광주를 명실상부한 AI 중심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후보 중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가장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안 후보는 AI직접단지 조성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가 주도의 개발계획을 수립해 AI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메타버스 및 미래 모빌리트 등을 지원하는 'K-실리콘밸리'를 약속했다. 특히 광주 군 공항을 이전하고, 이곳에 AI와 자동차, 스마트 헬스 케어, 에너지 등 융·복합형 지역 혁신산업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받았다.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광주 현안사업인 '광주 군 공항 이전'을 공약에 포함했다.

이 공약은 이전에도 꾸준히 제시됐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유력 이전 예비후보지로 거론된 무안군이 결사반대해서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정부 주도로 이전을 추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5.18과 관련된 공약도 제시됐다. 이 후보는 아시아문화수도 완성을 공약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공약이었던 아시아문화수도 건설은 정부 지원 부족으로 침체돼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15년 개관했지만 줄곧 전당장 직무대행 체제로 파행 운영됐다. 또 조직마저 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으로 이원화돼 정상 운영이 힘들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제정된 특별법에 따라 조직을 합쳐 새롭게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경영진 임명을 둘러싸고 갈등 중이다. 윤 후보는 5.18국제자유민주인권연구원 설립이라는 생소한 공약을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30년부터 광주지역 모든 내연기관 차량 신규 등록 금지와 대중교통 친환경 전환이라는 이색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광주시 구상을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전남 에너지산업과 이견 = 여야 유력 후보 모두 전남 공약 1번으로 에너지산업을 꼽았다.

이 후보는 탄소중립 핵심 정책 중 하나인 RE(Renewable Energy)100에 이어 RE300을 제시했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정책이다. RE300은 재생에너지 200%를 추가로 생산해 타 지역 및 국가 등으로 수출하는 구상이며, 광주와 전남·북을 아우르는 초광역 발전전략이다. 신재생에너지 및 부품 기업, 인재 육성 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전남도 정책과 일치한다.

이에 맞서 윤 후보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산업벨트 조성을 제시했다. 이는 전남지역 염해 농지 430만평을 활용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공약이다. 두 공약의 차이는 이 후보가 풍력과 태양광 중심인 반면 윤 후보는 태양광만을 강조했다. 특히 윤 후보가 원전 유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전남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TV토론 등에서 탈원전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반면 전남도는 풍력과 태양광을 중심으로 그린수소 육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린수소는 친환경에너지로 생산하는 수소다.

두 후보는 전남지역 의대 설치 공약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이 후보가 의대 신설을 공약한 반면 윤 후보는 전남대 의대 분원 설치를 제시했다. 전남도는 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도 두 후보는 고흥 등 전남 동남권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전남도 요구를 그대로 반영해 차별화가 없었다.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전에 비해 환영할 만한 굵직한 공약이 없다"면서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 중심 득표 전략 때문에 지역에 소홀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야 모두 '새만금' 타령 = 전북권 공약은 여야를 불문하고 새만금을 핵심의제로 던졌다. 노태우정권부터 시작한 사업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국제공항·신항만·철도 등을 연계한다는 전략도 기존 대선공약의 범주 안에 있다. 그나마 현 정부들어 제시된 '그린뉴딜' 개념을 입혀 발전방안을 제시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한민국 그린뉴딜의 중심 전북을 농생명 수도로 만들고 새만금·전북특별자치도를 추진해 전북 대전환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윤석열 후보는 새만금 메가시티 조성과 지역 현안인 철도, 고속도로 건설, 신산업 특화 국가산단 조성, 금융중심지 지정 등을 약속했다. 심상정 후보도 전북 공공의료복지 중심지 육성, 상용차 산업 지원, 새만금 그린뉴딜 해양 생태관광 중심지 육성 등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남원 공공의대 설립'과 '제3금융중심지 지정' 등 전북이 요구해 온 현안의 공약반영은 미미한 수준이다. 여야는 남원 공공의대 설립을 공식 공약에 반영하지 않았다. 영남권과 전남 등의 반발여론을 고려한 처사로 보인다.

◆제주, 제2공항·신항만 개발 이견 =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여야의 공약은 제주의 지속가능성, 환경산업, 평화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4.3 항쟁과 관련한 논란을 매듭짓고 쓰레기 대책과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데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 후보는 '제주형 기본소득'을 기본소득의 시범도입 성격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고, 윤 후보는 관광청을 신설해 제주에 배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제2 공항 문제는 여야의 의견이 갈렸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되면서 중단상태에 있는데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용역이 진행 중이다. 새 정부에 맡겨진 셈인데, 윤 후보는 조속한 착공 입장을 냈다. 이 후보는 주민들의 의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공약에 반영하지 않았다.

방국진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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