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최악 성적 막아라" … '사표 방지' 이탈 차단 주력

2022-03-03 11:10:57 게재

역대 최저 기록 3.0%, 전날 7개 조사 1.5~2.9%

심상정 "책임연정 하려면 소수당에 표를 줘야"

정책·인물서 거대양당 대비 차별성 못 보여줘

대선 결과, 지방선거까지 이어져 존재감 절실

정의당이 20대 대선에서 진보정당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제기된다. 거대양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들어 박빙승부가 예상됨에 따라 진보-보수 진영 싸움으로 번지면서 사표 가능성이 높은 정의당 지지표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대 총선 이후 존립 위기에 빠진 가운데 재기에 도전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3%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단일화는 '양날의 칼'이다. 안 후보 지지층 중 일부가 심 후보에 이동할 수도 있지만 진영간 대결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다. 역대 진보진영 후보들이 '사표 방지 심리' 탓에 지지율 하락을 맛보기도 했다.

지지자와 인사하는 심상정 대선후보 |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역 광장 집중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한편으로는 정의당이 21대 총선이후 정체성을 제대로 환기시키지 못한 데다 대선 후보 지명과정에서도 '변화'의 조짐을 보여주지 못한 게 아니냐는 근본적인 비판도 나온다.

3일 심 후보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제는 양당체제 넘어서서 다당제로 나가는 마지막 보루가 심상정하고 정의당밖에 남지 않지 않았느냐"면서 "국민들이 일주일 동안 깊은 숙고를 해주실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마지막 TV토론에서도 사표 최소화를 위한 호소를 내놓았다. 그는 "다당제·책임연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소수당 심상정에게 표를 주셔야 한다. 양당에 표를 주면 양당 독점 정치만 지속될 뿐"이라며 "무엇보다도 기득권 양당정치를 시민의 삶을 지키는 다당제 정치로 바꾸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제 지지율이 지난 대선 절반인 3% 수준"이라며 "시민 여러분의 삶을 바꾸는 소중한 한 표를 심상정에게 주시고 저를 도구로 삼아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박원석 정의당 공보실장은 "(심) 후보는 우리 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호소하는 버전을 (3개의 준비된 버전 중에서) 선택했다"고 했다. 전날 나온 7개의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1~2% 수준으로 3%를 넘지 못했다. 글로벌리서치/JTBC 조사(2월28일~3월1일)는 2.9%로 최고치를, 미디어리서치/OBS(2월28일~3월1일)는 1.5%로 최저치를 보여줬다. 최근 들어 더 낮아진 모습이다.

◆사표심리 강하게 작용 = 심 후보의 눈앞에 있는 적은 '사표방지 심리'다. 진보정당이 원내에서 대선에 도전하기 시작한 2002년 16대 권영길 후보는 3.9%를 얻었다. 노무현 후보(48.9%)와 이회창 후보(46.6%)의 박빙 승부에서 지지율은 선거 7일전까지 4~5%(한국갤럽 조사)로 나왔지만 실제 득표율은 4% 밑으로 떨어졌다.

5년 후인 2007년 17대 대선에서도 권 후보는 3.0%를 얻는 데 그쳤다. 선거 3일전에 4.3%이었던 지지율이 하루 전엔 2.4%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2017년, 19대 대선에서 심 후보가 6.17%로 역대 최대치를 낸 데는 촛불민심이 반영된 결과이면서 문재인 후보(41.08%)가 압도적 표차로 2위인 홍준표 후보(24.03%)를 앞서 당선이 유력해 '사표 방지'에 대한 부담이 적은 진보진영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21대 대선 눈앞에서 한 표가 아쉬운 민주당은 진보진영의 결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상호 여당 총괄선대본부장은 "윤석열 후보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쌓아올린 기본적인 가치들, 미래의 진보적 지향성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진보적 가치를 대변하겠다"고 호소했다.

◆회복하지 못한 진보정당의 정체성 = 정의당은 '사표방지 심리'라는 외부 영향 뿐만 아니라 내부의 대선 전략 문제까지 안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이슈선점과 인물경쟁력에서 거대양당과의 우월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국갤럽조사에 따르면 정책과 인물 면에서 모두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이달 15~17일까지 만 18세이상 1007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제 △사회복지 △부동산 △기후변화와 환경 △남북 관계 △코로나19 △갈등해소와 국민화합 등 7가지 분야 중 심 후보는 사회복지 분야에서만 두각을 나타냈다. '기후변화와 환경' 분야에서도 8%만이 심 후보가 대처를 잘 할 것이라고 답했다.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보여줄 만한 아젠다를 유권자들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로 해석된다.

인물평가에서도 밀렸다. 이달 8~10일까지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비호감도가 64%로 지난해 10월 셋째 주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 비호감'후보로 비판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61%), 윤석열 후보(62%)에 비해서도 높게 나왔다. 호감도 역시 30%에 그쳐 안철수 후보까지 포함해 주요 대선 후보 4명 중 가장 낮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심 후보는 라디오인터뷰에서 "심상정을 썩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고 하더라도 심상정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서 한 표 주시고 집 없는 세입자들을 위해서 한 표 주시고 또 미래를 빼앗긴 청년들 미래를 조금이라도 열기 위해서 한 표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효과는 = 정의당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로 안 후보가 사퇴하면 2030세대의 지지표가 일부 심 후보쪽으로 이동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정의당 핵심관계자는 "심 후보의 핵심지지층은 2030세대 여성으로 안 후보가 상당부분 가져갔기 때문에 안 후보가 그만두면 심 후보로 옮겨올 수 있다"면서 "안 후보 사퇴는 심 후보엔 기회"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진보-보수진영간 박빙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재명 후보에 비호감인 진보진영 유권자들이 이 후보를 지지하는 쪽으로 강하게 결집, 심 후보 지지율을 묶어 놓거나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싫지만 ㅇㅇㅇ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민주당에 투표한다'라는 문구를 제시하며 "지금껏 여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를 노골적으로 외면하고 무시해온 민주당을 함께 규탄해왔던 몇몇 분들조차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의당은 인물이나 아젠다 등에서 크게 두각을 보이지 못한 데다 거대 양당의 틈에서 주목받기 어려운 구조적인 어려움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대선 지지율이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지방선거를 위해서라도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동력이 강해보이지는 않는다는 평가가 정의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심 후보는 "정의당이 (지지율이 낮은 것은) 지난 2년 동안 국민들께 흔쾌한 모습을 못 보여드렸던 것도 크다"며 "그래서 사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 정의당이 있어야 될 자리, 이것을 제대로 만드는데 그 자리를 지키는데 그 길을 안내하는 것을 중심에 놓고 지금까지 선거캠페인을 해왔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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