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달러 대안 찾으면서 금값 치솟을 것"

2022-03-03 11:34:45 게재

미·중 경제학자 지적

러시아 제재 도미노효과

장기적 달러패권 위협

서방국가들이 최근 러시아중앙은행의 외화자산을 동결하면서 중국이 외환으로 보유하고 있는 달러의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경제학자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1일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자산을 동결하는 건 절대적으로 과격한(absolutely radical) 조치다. 유리창을 깨버리는 순간(break-the-glass moment)"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에서 달러패권의 장기적 그림을 고려본다면 이는 심각한 일"이라며 "중국은 대러시아 금융제재를 지켜보고 있다. 중국은 달러 관련 자산으로 3조달러를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타임스는 2일 "러시아 국가자산 압류는 전후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그리고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행동을 벌일 경우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딜레마는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금이 대안이지만 3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전세계 모든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 가치 2조3000억달러를 상회한다.

세계금협회 추산에 따르면 지금까지 채굴된 모든 금의 가치는, 현 시세인 온스당 1944달러를 적용하면 17조달러가 안된다. 중국은 현재 총 외환보유액의 약 5%를 금으로 갖고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금은 미국 물가연동채권(TIPS) 가치와 보조를 맞춰왔다. 달리 말하면 10년만기 TIPS 금리와 금 현물가격은 반비례했다(그래프 참조). 정상적인 시장 조건에서 금과 미국채는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한 보험이다. 다른 점이라면 TIPS는 금보다 유동성이 크고 운송과 저장 비용을 요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지난 10여년 동안 TIPS보다 금을 선호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최근까지도 그랬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이 개전 선언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러시아중앙은행의 자산을 동결할 수 있다면, 일부 국가들에게 미국채는 위험한 투자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채 2조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서방의 제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현재 중국 언론에서 다루는 치열한 논쟁주제 중 하나다. 지난 1일 화둥사범대 경제학자 가오더셩은 중국매체 '관찰자망' 기고에서 "미국과 유럽은 제제가 양날의 칼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며 "러시아 경제를 타격한다지만 금융제재는 또한 유럽의 이해관계를 해치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포함한 국제기구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게, 금융제재 무기의 잦은 활용은 전세계 탈달러화를 촉진할 것이고, 이는 달러패권의 무덤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제재에 맞서는 명확한 대응은 미국채를 공세적으로 줄이고 금 보유를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미국채 보유량은 2020년 절정 당시 1763억달러에서 2021년 11월 24억900만달러로 급감했다. 이는 러시아 총 외환액의 1.4%에 불과하다. 러시아중앙은행은 2020년 46.5톤의 금을, 지난해엔 그보다 3톤을 더 많이 사들였다. 현재 러시아중앙은행의 금보유량은 2300톤에 달한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의 3조2000억달러 외환은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보유한 금 가치보다 많다. 그리고 대략 전세계 연간 금생산 가치의 16배에 달한다. 중국이 금가격을 올리지 않고 충분한 양의 금을 확보하기란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우회로가 없는 건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중 하나는 금광자산을 직접 사들이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중국 광산기업들이 4억5200만달러를 들여 아프리카와 중동의 금광 자산을 사들였다고 보도했다. 실제 투자한 총액은 그보다 더 많을 수 있다. 또 다른 대안은 금광기업들로부터 생산 전인 금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다. 백금과 팔라듐 등 다른 귀금속은 물론 구리 납 주석 등 비금속의 재고를 늘리는 방안도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중국 입장에서 보면 금융제재에 견딜 수 있는 값비싼 외환자산들이 미래 지정학적 위기에 압류 당할 가능성이 큰 저렴한 달러자산보다 훨씬 매력적일 것"이라며 "중국이 금보유량을 늘리면서 금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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