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동자 치료하던 그곳, 역사 요람으로
용산역사박물관 23일 개관
1928년 건설돼 올해 아흔네살이 된 용산역사박물관은 건물부터가 문화재다. 철도기지이자 신시가지로 개발된 용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근대 건축물로 등록문화재 428호로 지정돼있다. 일제는 대륙 침략을 위해 철도를 놓았고 전쟁을 위해 강제 징집한 조선인들을 철도를 따라 이동시켰다. 그 아픔을 간직한 병원은 중앙대학교 용산병원으로 운영되다 2011년 문을 닫았다.
용산구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근대 건축물의 가치를 최대한 살려 보존했다. 철도병원 내부 흔적도 고스란히 살렸다. 2008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당시 모습을 참고해 창호와 타일 등도 복원·보수했다. 건축환경 분석을 통해 전시연출에 최적화된 공간을 마련하고 첨단 기술을 입혀 주제별 전시효과를 극대화한 공간을 마련했다.
상설전시를 통해 격변의 세월을 함께 해온 철도병원과 용산의 역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조선시대 한양의 길목이었던 용산부터 군사기지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도시, 철도 교통 중심지와 철도의료 본거지, 서울 바깥에서 유입된 외지인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터전 등이다. 곳곳에 가상현실을 접목한 체험요소를 더했다. 성장현 구청장은 "한강과 남산을 연결하는 길이 모두 열린다는 의미에서 보더리스(borderless) 즉 경계 없는 용산을 주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개관을 기념해 9월 18일까지 특별전도 연다. '용산 도시를 살리다-철도 그리고 철도병원 이야기'가 주제다.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철도병원의 역사, 철길을 따라 펼쳐지는 시대별 용산의 모습이 엿보인다. 4월부터는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초등학생들이 8회에 걸쳐 도시역사를 배울 수 있고 유아들이 박물관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30초 안팎 소개 영상도 제작했다.
용산구는 박물관을 활용해 지역 역사문화 자료와 유물을 수집·연구할 방침이다. 2011년 박물관 건립 계획을 마련한 이후 학예사를 채용하고 자료를 공개 구입해왔다. 현재까지 모은 전시 유물은 약 4000여점에 달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조선시대 용산은 조운선과 상인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라며 "수도 한양의 배후지이면서 한강 이남으로 건너갈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때문으로 일제가 철도기지를 건설해 대륙 침략의 발판으로 삼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립박물관과 한글박물관을 비롯해 20여개 박물관·미술관과 연계,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한 용산이 세계적인 역사문화 도시로 도약하는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