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재개된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

'산업부' 거쳐 청와대 겨냥 하나

2022-03-29 11:54:44 게재

환경부 이어 직권남용 적용 … '전가의 보도' 우려

임기제 기관장 못 건드려 … 새 정부 인사권 제약 부메랑

정권 교체기 대통령이 임명하는 임기제 공직자들에 대한 사퇴 압박이 사라질지 주목된다. 지난 1월 대법원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한데 이어 검찰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서도 전격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역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근 인사들이 임기가 남아 있는 기관장들에 대해 사실상 사퇴 압력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 정권 임명 인사 교체 놓고 갈등 = 검찰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전격 수사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이 고발한지 3년 동안 묵혀놓은 사건이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검측은 "최근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서 법리검토를 거쳤다"고 해명하지만 정치권 등은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측이나 법조계에선 "차기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겨냥한다면 산업부가 약한 고리"라는 얘기가 많았다. 탈원전이나 사퇴압력과 관련해 누군가의 입에서 '청와대 지시로 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직권남용'으로 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목은 탈원전 정책을 위한 인사 비위 혐의와 관련한 압수수색이지만 칼끝은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임명 공공기관장 350명 = 검찰 수사가 거꾸로 윤석열 정부의 '인사권'을 제약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검찰이 수사 중인 산업부 사건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것이지만 이제 입장이 바뀐 마당에 새 정부가 문재인 정부서 임명한 사람들을 교체할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 핵심 측근인 권성동 의원이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사실상 사퇴 종용 발언이 있었다. 법리적으로 국회의원에게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 없지만 논리구조는 같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 분석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350개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감사의 63% 이상이 1년 이상, 45%는 2년 이상 임기가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권교체 후 '논공행상'을 해야 될 윤석열정부 입장에선 곤란한 처지다. 공수가 뒤바뀐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측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임명된 한 '친문' 성향의 공기업 감사는 "맡은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한다. 교체 여부는 법대로 할 수밖에 없다"며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장 330곳과 상임감사 93명 가운데 문재인정부 출범 후 박근혜정부가 임명한 사람들 중 해임 또는 자진 사퇴한 경우는 127명이다.

◆산업부 등 잇따라 압수수색 = 검찰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관련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에 이어 28일 한국전력 자회사 4곳과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4곳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했다.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기업·노동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가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한 곳은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전 광물자원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8곳이다.

이번 전방위적인 압수수색은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7년 9월 새 정부 정책과 코드가 맞지 않는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과 자회사 사장 8명을 압박해 사표를 내게 했다는 직권남용 혐의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등으로 공공기관 사장들의 사퇴를 위해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과 이인호 전 산업부차관이 주도해 산업부 국장급 간부를 통해 사표를 종용했는지를 파악할 방침이다.

이번 수사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2019년 1월 이런 의혹을 제기하며 백 전 장관과 이 전 차관을 비롯해 당시 산업부 운영지원과장, 혁신행정담당관을 직원남용 혐의로 서울 동부지검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김선일 박광철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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