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산하 중수청, 제2의 검찰 되나
부패·경제 등 '9대 중대범죄' 전담
전문수사관·수사사법관 이원 체계
최상위 수사기관 견제 장치가 관건
◆검찰 특수수사 사실상 승계? = 정부안의 첫 번째 축은 수사 범위다. 중수청 관할을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마약 내란·외환 사이버 등 9개 중대범죄로 묶었다. 그동안 검찰이 ‘특수·공안 수사’ 명목으로 장악해 온 핵심 영역을 거의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구상에 가깝다. 단순한 권한 이양이 아니라 ‘검찰 대신 중수청이 중대범죄 수사 피라미드의 꼭짓점이 된다’는 의미다.
문제는 수사 범위가 곧바로 타 기관과의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공직자·선거 범죄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과, 방위사업·사이버 범죄는 국가정보원·군·경찰과 중첩된다. 부패·경제 범죄 역시 경찰 반부패·금융수사 분야와 겹친다. 어느 기관이 1차 관할을 갖고, 수사 경합 시 어떤 기준으로 사건을 조정·이첩할지가 ‘실질 수사권력’의 향방을 가를 변수다.
정부안은 중수청에 우선 관할권과 폭넓은 사건 이첩권을 부여하는 방향이다. 형식은 협력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수청 우위의 수직 구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행안부 치안·수사권 집중 논란 = 두 번째 축은 소속 부처와 통제 구조다. 정부안은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 외청으로 두고, 행안부 장관의 소관 사무에 ‘수사’를 명시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전제로 한다.
단순한 소속 변경이 아니라 국가 치안·경찰 행정과 중대범죄 수사를 한 부처 지휘 아래 묶겠다는 선택이다.
찬성론은 막강한 수사기관에 민주적 책임성을 부여하려면 장관의 명시적 지휘·감독권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경찰과 중수청을 동시에 거느리는 구조가 권력 집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가수사위원회나 독립적 수사통제기구 설치, 국회보고·청문 강화 등 견제 장치가 어디까지 설계될지가 향후 국회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다.
◆견제 장치는 충분한가 = 검찰 경찰 공수처와의 관계 설정은 중수청법의 실제 작동 방식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설계대로라면 중대범죄 수사 개시는 중수청이, 영장 청구·기소는 공소청이 담당한다. 경찰 공수처 국가수사본부는 주변부 또는 특화 영역을 맡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중수청이 사실상 최상위 수사기관이 되면 이를 견제할 장치가 있느냐다.
정부안은 수사심의위원회 설치와 공소청 검사와의 수사 협의·통보 의무를 견제 장치로 제시한다. 그러나 수사심의위가 자문 수준을 넘어 실질적 구속력을 가질지, 공소청이 수사 단계에서 어느 정도까지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수사·기소 분리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대폭 축소되면 오히려 중수청 견제가 약화되는 역설도 제기된다.
결국 향후 논의에서 수사 범위 축소, 행안부 통제 완화, 직급 체계 조정 등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느냐에 따라 중수청이 권한 분산의 결과물이 될지, 아니면 간판만 바뀐 ‘제2의 검찰’이 될지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