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오지은 서울도서관장

“도서관,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론장으로”

2026-01-08 13:00:08 게재

서울야외도서관·힙독클럽으로 바꾼 독서 풍경 … 인공지능 시대, 질문하는 힘 키운다

33년차 사서인 오지은 서울도서관 관장은 도서관을 ‘건물 안의 엄근진(엄숙 근엄 진지) 공간’에서 ‘도시 곳곳으로 확장된 공공 플랫폼’으로 바꿔왔다. 서울광장과 광화문 청계천을 무대로 한 서울야외도서관은 서울을 대표하는 독서 정책이자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최근 펴낸 책 ‘책 읽는 시민이 답이다’에서 그는 “도서관의 미래는 책 읽는 시민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오 관장을 7일 서울도서관에서 만나 서울야외도서관의 의미와 인공지능(AI) 시대 도서관의 역할 등을 물었다.

오지은 서울도서관장 사진 이의종

●서울야외도서관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무엇인가. 또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은 이유는.

서울야외도서관은 단순히 도서관 공간을 건물 밖으로 옮긴 사업이 아니라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도서관 혁신 프로젝트’다. 도서관 하면 여전히 ‘공부방’ ‘근엄하고 조용한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특히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날씨가 좋은 계절에 그 욕구를 ‘책 읽기’와 결합시킨 것이 결정적이었다. 자연을 즐기면서 책도 읽을 수 있다는 경험이 시민들에게 새롭게 다가갔다.

●올해 서울야외도서관 운영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변화는.

초기엔 공간 혁신이 목표였다. 도서관을 건물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 1단계였다면 이후엔 도서관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엔 다른 공공기관, 기업, 서울시 내 여러 부서와 협업하면서 도서관이 다양한 경험을 연결하는 광장이 되도록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독서 문화가 서점과 출판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시작한 독서 모임인 ‘힙독클럽’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했고 올해 계획은.

힙독클럽은 전통적 독서 동아리처럼 밀도 높은 관계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느슨한 연대감으로 연결되는 독서 공동체다. 지난해에 모집을 시작한 지 2시간 만에 1만명이 신청했다. 혼자 읽기 어려운 소위 ‘벽돌책’을 함께 읽는 프로그램, 전국을 이동하며 책을 읽는 ‘노마드 리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올해는 2기 1만명을 모집하며 기존 참여자 3000명에게 먼저 신청할 수 있는 혜택을 줄 예정이다. 대규모 야외 독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서울야외도서관과 힙독클럽에서 브랜딩을 특히 강조한 이유는.

원래 브랜딩은 사업의 전략을 짜는 것이며 그 전략을 단어로 표현하거나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 로고나 표어(슬로건)가 된다. 도서관을 포함한 공공기관은 그동안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으니 이용자들은 알아서 이용하라’는 방식에 익숙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어떤 가치를 누구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에 서울야외도서관과 힙독클럽 등 주요 사업의 명칭과 개념을 전략적으로 정리하며 브랜딩을 강화했다. 아울러 주요 사업 명칭을 상표로 등록해 공공 영역에서 자유롭게 활용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새로운 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 구성원들은 어떻게 설득했나.

리더의 역할은 일의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 업무가 왜 필요한지, 시민에게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지속적으로 설명한다. 그리고 연공서열이 아니라 가치와 성과 중심의 조직을 만들어 성과를 만든 사람에게 합당한 평가와 보상이 따라가도록 했다.

●서울 지역 도서관 정책을 담당하는 대표도서관으로 수행해야 할 핵심 역할은.

대표도서관의 역할은 잘하는 서비스는 확산시키고 부족한 곳의 역량은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가와 보상이 필요하다.

최근엔 자치구 야외도서관 지원 사업처럼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서울시의 경우 도서관발전종합계획에 따른 실적 관리와 도서관 평가를 분리하지 않고 한번 제출한 실적이 평가로 연동되도록 운영할 계획이다. 나아가 서울시 내 도서관들이 함께 이용하는 도서관 경영 통합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도서관과 출판·서점 등 산업 생태계와의 관계에선 무엇이 중요한가.

도서관을 단순한 책 구매처로 보면 안 된다. 도서관은 책을 안 읽던 사람을 읽게 만들고 책을 안 사던 사람을 사게 만드는 독서수요 창출 기관이다. 예를 들어 서울야외도서관과 힙독클럽은 독서 수요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실험이다. 이 수요가 서점과 출판으로 이어지면 독서 생태계 전체가 살아난다.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이 80주년이었다. 도서관 역사 80년을 돌아보고 인공지능 시대, 앞으로의 방향성을 밝힌다면.

양적으로 우리나라 도서관은 세계적으로 드물 만큼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질적 성장은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 인공지능 시대에 도서관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질문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는 사람은 단순히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답을 비판적으로 읽고 자신의 경험 직관 통찰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리적 도서관 공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인공지능 시대의 격차는 디지털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쌓아온 경험과 감각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질문하고 사유하는 능력이 인공지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토론하며 오감을 활용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간으로 이러한 역량을 키우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나아가 도서관은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공론장이 돼야 한다. 도서관은 모든 주제와 연결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공 플랫폼이다. 이 공간에서 시민들이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토론하며 참여할 수 있을 때 도서관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남을 것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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