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5극 3특’실행의 핵심과제
국가균형발전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국민주권정부는 작년에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을 성장거점으로 하고, 강원·전북·제주 3개 특별자치도는 자치권을 기반으로 특화성장을 추진하겠다는 ‘5극 3특’ 구상을 내놓았다. 중앙-지방 간 자원 불균형 하에서 권역별 인프라를 확충하고 자율적 성장을 지원하겠다니 반길 일이다.
초광역 개발전략은 경제활동이 국경을 넘어 디지털로 연결되는 시대흐름에 부응하고, 국토를 골고루 경쟁력있게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과거의 광역 단위 계획들이 중앙정부 주도로 흐르고 지자체 간 협력이 취약했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날로 심화되고 절반 가까운 지역이 소멸 위험에 처한 지금, 이전보다 훨씬 획기적인 균형성장정책이 모색되어야 침체된 지역을 살릴 수 있다.
광역행정통합, ‘5극 3특’ 실행 엔진
‘5극 3특’의 성패는 계획과 실행이 얼마나 잘 맞물려 돌아가느냐에 달려있다. 그간 계획수립과 예산지원은 중앙정부가, 집행은 지자체가 맡는 구조다 보니 계획수립 사업발굴 집행·평가과정이 분절되어 정책전달 과정의 비효율 문제가 대두되곤 했다. 교통·통신의 발달로 생활권은 광역화되고 있으나 공간계획은 지자체 단위로 나뉘어 수립되고 있는 것도 한계였다.
이런 관점에서 2006년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는 광역지자체 중심의 자율적 성장을 유도한 시범사례로 평가받는다. 기초자치단체의 행정시 전환, 정부 권한의 포괄적 이양, 특별행정기관의 지방 이관, 균형발전특별회계 별도 계정 설치, 면세점 수입을 통한 재원 확충, 제주 지역개발 전담 공기업 설립 등이 당시로서는 파격적 지원 조치였다.
최근 논의되는 광역행정통합은 ‘5극 3특’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제주의 정책실험을 보완·적용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대안이다. 특히 교통망·산업배치처럼 행정구역을 뛰어넘는 광역적 해결이 필요한 경우는 많아지고 있다. 인구‧산업이 축소되어 공간활용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도시의 편익과 농산어촌 자원을 하나의 틀로 묶어 상생구조를 마련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이 점에서 대전·충남에 이어 광주·전남이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 관건은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인구소멸과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간활용 기업유치 인재육성 지역발전조직보강 등 세부 실천전략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이다. 통합논의와 함께 통합의 장단기적 편익이 공론화되고 지역사회의 지지를 얻어낸다면 일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지역개발을 뒷받침할 재원은 정책을 현실화하는 동력이다. 균형발전특별회계 도입으로 재정지원에 다소 숨통이 틔었다고는 하나 권역별로 교통망 확충, 산업기반 구축 등을 위해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짧은 기간에 조달하기엔 역부족이다. 민간 자본을 포함한 새로운 수입원이 필요한 이유다.
그래서 정부가 확충하기로 한 ‘지역성장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소멸대응기금이나 주택도시기금 같은 공적 자금은 물론 국책·지방은행의 적극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관건은 민간자금 유입을 위해 수익성을 보장할 유인책과 적절한 보증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지자체 스스로도 자금 확보 방안을 모색하여 정책적 책임성을 높여야 함은 물론이다.
‘재원확충과 정교한 사업관리’ 뒤따라야 지속가능
차입 재원을 위주로 구성되는 펀드는 공공성뿐 아니라 수익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특성이 있다. 이는 권역별로 성장을 주도할 사업 선별과 평가에 전문성을 가진 기관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정부가 제안한 ‘지역투자공사’가 자금 조달부터 사업 선정,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경계해야 할 점은 공공성 차원의 재정투입 책임을 펀드라는 민간 기제에 떠넘기려는 소극적 태도다. 재정이나 공공 자금은 민간자금을 끌어들이는 ‘마중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방행정은 각종 자원을 끌어모아 권역 내 기업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총생산을 높일 수 있도록 가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는 적극행정 모드로 바뀌어야 한다.
광역행정통합의 불씨가 전국으로 확산되어 행·재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나아가 재정과 펀드가 조화롭게 운영되어야 균형성장정책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진다. 지역과 정부, 국회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5극 3특’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가 균형성장을 실제로 견인하는 정책모델로 자리잡길 기대한다.